2024년 6월 26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영화'처럼 살고 '시'처럼 떠난 故 윤정희, 오늘(30일) 파리서 영면

김지혜 기자 작성 2023.01.30 06:35 수정 2023.01.30 06:50 조회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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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윤정희의 장례식이 프랑스 파리에서 엄수된다.

윤정희의 장례식은 30일(현지시작) 프랑스 파리 근교 한 성당에서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 딸 백진희 등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천주교식으로 거행된다. 장례식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화장장이 진행될 예정이다. 유해는 생전 윤정희가 희망했던 파리 근교 묘지에 안치된다. 윤정희의 장례는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파리에서 치러지게 됐다.

윤정희는 지난 19일 새벽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고인은 2010년경부터 알츠하이머로 투병해왔고, 이 사실을 2019년 알렸다.

남편인 백건우는 아내의 사망 당일 '배우 윤정희 선종'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통해 "제 아내이자 오랜 세월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온 배우 윤정희가 지난 19일 오후 5시 딸 (백)진희의 바이올린 소리(연주)를 들으며 꿈꾸듯 편안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를 전했다. 딸 백진희씨는 바이올린 연주자다.

'은막의 여왕'으로 불린 윤정희는 영화같은 삶을 살다가 시처럼 세상을 떠났다.

1944년생인 윤정희는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동시기에 활동했던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자 영화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윤정희는 영화 '안개', '내시', '독 짓는 늙은이', '야행', '자유부인 81', '만무방', '시' 등 330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스타성과 함께 연기력도 인정받아 대종상 여우주연상 3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3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3회 수상했다.

1973년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고 파리 3대학에서 예술학 석사를 받았다. 1976년 촉망받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해 딸을 낳고 프랑스에서 줄곧 생활해왔다.

1994년 영화 '만무방' 출연 후 16년 간 연기활동을 중단했다가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복귀했다. 그때 나이 66세였다. 오랜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빼어난 연기로 주인공 미자의 삶을 숭고하게 표현해내 국내외 극찬을 받았다.

'시'는 그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후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떠올랐다. 칸에서 개인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각본상을 받으며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국내외 다수의 연기상을 석권했다. 대종상, 청룡상, 아시아태평량 스크린 어워즈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4대 비평가협회 상 중 하나인 LA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마지막 연기 불꽃을 태운 후 윤정희는 다시 파리로 돌아가 가족과 지냈다.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심해지며 줄곧 치료에 집중해왔다. 남편의 피아노 선율과 딸의 바이올린 선율을 사랑했던 윤정희는 남편의 보살핌과 딸의 연주 속에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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