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최현욱, 투수 유망주에서 라이징 스타로…인생을 바꾼 순간들

김지혜 기자 작성 2022.12.16 19:02 수정 2022.12.18 17:06 조회 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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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욱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인생 캐릭터는 수호, 안수호입니다"

데뷔 3년 차, 최현욱은 '인생 캐릭터'를 묻는 이른 질문에 주저 없이 빈칸을 채워 넣었다. 그럴 만도 했다. 웨이브 시리즈 '약한 영웅 Class 1'(이하 '약한 영웅')은 미약해 보였던 신인 배우들을 과감하게 주인공으로 기용해 올 하반기 등장한 드라마 중 가장 강력하고 흡입력 있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 중심에 최현욱이 연기했던 '안수호'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방송계에서 꾸준하게 활동하며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최현욱은 '약한 영웅'을 통해 2022년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냈다. 그 많은 신인 배우 중에서 대중의 눈을 빠르게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박서준, 장기용을 닮은 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기에서 느껴지는 그만의 패기와 에너지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 최현욱에겐 꽤 드라마틱한 전사(前史)가 있다. 인생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야구에 쏟았다. 백넘버 25번을 달고 강릉고 투수로 활약하던 야구 유망주는 3년 사이에 연예계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하며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약한 영웅'으로 큼직한 솔로 홈런을 날린 최현욱을 만나 인생을 바꾼 순간들에 대해 물었다.

약한

◆ "'약한 영웅'의 수호, '와 정말 멋있다' 생각해"

교복 입은 최현욱은 드라마에서 만능 치트키로 활약했다. 첫 공중파 드라마였던 '모범택시'를 시작으로 '라켓 소년단', '스물 다섯 스물 하나', '약한 영웅'에 이르기까지 그는 모든 작품에서 교복을 입고 연기를 펼쳤다. 올해 스무 살인 그에게 아직 교복은 낯설지 않은 옷이긴 하다. 그러나 그는 유니폼보다 중요한 것은 캐릭터라고 강조했다.

"교복을 입은 역할을 많이 한 건 사실이지만 중요한 건 작품과 캐릭터다. 매번 교복을 입어도 내겐 다 다른 느낌이었다. '스물 다섯 스물 하나'는 극의 분위기로 인해 조금 빈티지스러운 느낌이 났다. '라켓 소년단'은 중3 교복을 입었다. 아무리 교복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성인이 돼 중학생 역할을 한 건 인상적이었다(웃음). '약한 영웅'의 수호는 캐릭터처럼 교복도 개성 있게 소화했다. 안에 티셔츠도 레드, 신발도 레드로 포인트를 줬다. 핑크색 쿠션은 내가 직접 골랐다"

최현욱
최현욱
최현욱

'약한 영웅'은 출연했던 드라마 중 처음으로 오디션이 아닌 캐스팅 제안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는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필모그래피에서 후회 없는 작품이 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모든 출연작을 출연 배우가 아닌 시청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그는 "저는 '약한 영웅'이 진짜, 너무 재밌거든요. 그렇지 않나요?"라고 진중하게 되물었다.

벽산고등학교 1학년 6반의 꼴통이자, 아웃사이더인 수호는 학교에 가장 먼저 출석해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다. 할머니와 함께 살며 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는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여러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에게 학교는 휴식의 공간이자 숙면의 장소다. 달콤한 아침잠에 빠져 있던 그에게 어느 날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는 모범생 연시은(박지훈)과 전영빈(김수겸) 일당의 육탄전에 관여하게 된다. 1대 다수의 비겁한 싸움을 견딜 수 없었던 수호는 시은이를 돕게 되고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안수호는 남자들도, 여자들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츤데레' 캐릭터다. 인터넷 소설에나 등장할 것 같은 쿨하고 멋진 캐릭터에 대해 최현욱은 "대본을 읽을 때부터 '와,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고, '선망의 대상인데?'라는 생각을 했다. 이 캐릭터를 어떻게 멋있게 그릴지에 대해 걱정과 고민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말했다.

최현욱

'약한 영웅'은 웹툰 마니아였던 최현욱이 이미 알고 있던 작품이었다. 드라마로 새롭게 탄생한 결과물에 대해 "원작의 큰 틀은 가져갔다고 생각하지만 웹툰보다 더 현실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나 싶다.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 보다 깊이 있는 접근과 묘사가 이뤄져서 좋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또한 작품을 빛낸 음악과 연출에 대해서도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자신이 연기한 수호는 원작에서 큰 변화를 가져간 인물이기에 웹툰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수호를 만들어 갔다고 했다.

"'약한 영웅'이 다소 무거운 소재의 작품이기에 수호만이라도 텐션을 높이려고 했다. 그래야 시은(박지훈), 범석(홍경)과도 대비를 이루며 잘 어우러질 것 같았다. 대본에는 아재 개그와 자뻑 대사가 좀 많았는데 그걸 좀 효과적으로 살리려고 변형을 줬다. 현장에서 애드리브도 꽤 했다. 길수 팸에게 묶여 있다가 깨어났을 때 "담배 좀 그만 피고, 건강해라"라는 대사도 애드리브였다. 앞뒤 맥락이 안 맞는 대사지만 내가 하고도 조금 재밌었다."

'약한 영웅'은 학원액션물이다. 역동적이고 스피드한 액션이 극과 어우러지면서 장르물의 에너지가 폭발한다. 최현욱은 이 작품이 선사하는 액션의 역동성에 큰 기여를 했다. 모범생인 시은이 지형지물을 촬용한 '머리 쓰는 액션'을 추구한다면, 격투기 선수 출신인 수호는 타고난 신체와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멋지게 쓰는 액션'을 보여준다.

최현욱

"수호가 격투기 선수인 설정이라 액션 연기를 능숙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설프면 웃기게 보일 수 있으니까. 격투기 선수에게 실제로 액션을 배웠고, 스파링도 두세 번 정도 했다. 몸을 쓰는 것도 액션이지만 표정, 눈빛도 살아야 하기에 스파링을 하면서 실전의 느낌을 대리 체험할 수 있었다. 수호의 첫 액션신과 마지막 액션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교실에서의 첫 액션 장면의 경우 촬영 3회 차 만에 찍었다.촬영 초반에 소화한 액션신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잘 나왔다. 마지막 액션신의 경우 원테이크 느낌을 내야 해서 체력소모가 정말 컸다"

"실제로 싸움을 잘하는가?"라는 다소 일차원적인 질문에 그는 "운동부여서 규율이 엄격했다. 운동부가 싸움에 휘말리면 가중처벌을 받는다. 때문에 학교에서 싸우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액션이라는 게 몸싸움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액션 스쿨에서 교육을 받을 때도 '춤이라고 생각하라'고 배웠다. 상대와의 호흡을 생각하며 액션 연기를 했다"라고 답했다.

극 후반부 세 사람의 우정이 흔들리게 되는 'SNS 맞팔 에피소드'에 대해 물었다. 그는 "그러게요. (맞팔을) 해줬어야 하는데...수호는 성격상 인스타를 많이 하지 않았을 거 같다. 워낙 알바를 많이 하고 바쁘게 살기 때문에 SNS 관리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영이(이연) 성격으로 미뤄봤을 때 아마도 수호의 핸드폰을 뺏어서 자기 팔로우 버튼을 대신 누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걸 보고 범석은 자신을 팔로우하지 않은 수호에게 섭섭함을 느끼고 오해를 했을 것이고"라고 유추했다.

최현욱

◆ "'신과 함께' 보고 배우 꿈 가져…그가 말한 '인생을 바꾼 순간들'

최현욱은 투수 유망주였다. 인천 출신인 그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운동을 시작해 야구 명문인 강릉고등학교로 스카우트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포지션은 투수 겸 포수. 그런 그의 발목을 잡은 건 부상이었다.

"야구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1 여름까지 했다. 부상이 아니었다면 프로까지 도전했을 것 같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하고 운동을 이어가자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쉽지 않았다. 야구를 할 때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관둘 때도 후회는 없었다"

이제는 팬으로서 야구를 즐긴다는 그는 응원팀으로 'SSG 랜더스'를 꼽으며 "얼마 전에 우승을 해서 어머니와 함께 기뻐했다"고 웃어보였다. 시구를 할 생각도 있느냐고 묻자 "선수 출신이라는데 자부심이 있어서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제안이 온다면) 한 3개월 정도 연습하고 몸을 만들어서 도전하겠다"라는 결의를 보였다.

최현욱

반평생 야구만 했던 그가 배우로 진로를 바꾼 건 우연한 계기였다. 최현욱은 "영화 '신과 함께'를 보러 갔는데 펑펑 울었다. 친구들이 '남자 녀석이 왜 이렇게 눈물이 많냐'고 놀릴 정도로. 집에 와서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면서 연기를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마음속에 어렴풋이 가지고 있던 꿈을 가족 앞에서 공표했다고 했다.

"명절에 가족들과 친척들이 모였다. 내가 야구를 관둔 걸 다들 알고 있었기에 앞으로 뭘하고 싶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때 '저 이제 연기할래요'라고 말했다. 그때 가족과 친척들이 보인 반응은 박장대소였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냐"고 묻자 "처음에는 놀라긴 하셨지만 반대는 안 하셨다. 아들이 하고 싶은걸 하라고 연기 학원을 등록해 주셨다"고 말했다. 최현욱은 야구를 위해 다녔던 강릉고에서 한림예술고로 편입까지 했다. 편입 면접을 보던 순간도 떠올렸다.

"당시 경쟁률이 11대 1이었는데 운이 좋아 합격했던 것 같다. 면접은 연기 오디션 형식이었는데 '후회하지 말자'라는 야구부의 패기로 들어가 네 분의 심사위원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연기를 했다. (무슨 연기를 했느냐고 묻자) 어떤 연기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합격 연락을 받고 너무나 기뻤다. 내 생애 첫 오디션이었다"

최현욱

야구 선수로 프로 구단에 입단할 확률은 1% 남짓이다. 연예인으로 데뷔해 스타가 될 확률은 그보다 더 희박하다. 최현욱은 분야를 넘나들며 1%의 낮은 확률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운도 따랐다. 예고에 진학한 지 3개월 만에 결정적 기회가 다가왔다.

"SNS로 웹드라마('리얼:타임:러브 PART') 오디션을 보러오라는 제안이 왔다. 여기에도 비하인드가 있다. 내가 오디션을 본 역할은 떨어졌는데 다른 역할에 합격한 형이 입시를 해야 한다고 출연을 포기했다. 대신 그 역할을 하게 됐는데 이 드라마가 시즌4까지 하면서 이슈가 됐다. 운이 좋았다. 신기하기도. 예고도 그렇고 데뷔작도 그렇고 안 붙을 줄 알았는데 됐다"

그렇게 지금의 회사인 골든메달리스트를 만나 전속 계약도 체결했다. 선배인 김수현과는 대화를 많이 나누냐고 묻자 "어떤 대화가 구체적으로 오고 가지는 않았다. 세네 번 정도 현장에 커피차를 보내주시긴 했는데 제가 대화 신청을 따로 해야 할 것 같다"고 수줍게 웃어보였다. "인스타에 맞팔은 되어있냐"고 묻자 "그렇다. 감사하게도 팔로우를 해주셨다"고 답했다.

야구와 연기, 언뜻 생각하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는 영역이다. 그러나 최현욱은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야구 그만둔 이유가 부상이긴 했지만 그만두고 나서 되돌아보니 운동을 했던 게 삶에 큰 밑거름이 됐다. 야구는 단체 생활을 하고, 혼자가 아닌 팀을 이뤄 승리를 만들어낸다. 연기도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앙상블이 중요하지 않나. 연기를 시작하면서 책을 많이 봤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면서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이 있다. 작가가 여행을 갔다가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하게 되는 큰 시련을 겪었는데 그때 작가는 자기한테 닥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닥친 후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적었더라. 그걸 보면서 나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최현욱

좋아하는 일을 하는 현재가 좋지만 미래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현욱은 "이제 데뷔한 지 3년 반 정도 됐는데 너무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을 만나서 얼굴이 알려진 것은 좋지만 아직 준비가 많이 안됐다. 현장에서 하나둘씩 배워가는 과정이 즐겁다. 결과물을 보고 만족과 아쉬움을 찾아가는게 지금 내 연기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TV 드라마와 영화, OTT 시리즈까지 기회의 장이 넓어지면서 대중들이 새로운 얼굴을 만날 기회도 많아졌다. 신인 배우에게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최현욱에게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물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눈이었다. 눈빛이 좋다고. 요즘에는 능글스러움이 매력이라고도 하시더라. 저는 제 자신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나를 객관적으로 봐야 어떻게 보여야 할지를 알게 되니까. 어떤 매력을 갖춰야 하고 이 위치에서는 어떤 것 할 수 있을까도 고민한다. 지금은 다들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감사하다. 그리고 계속해서 노력하겠다"

'약한 영웅'은 시즌1의 성공으로 벌써부터 시즌2에 대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는 "아직 시즌2에 대해 들은 건 없다. 하지만 불러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립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배우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게 많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배우 생활을 잘해나가겠다. 2023년의 제 모습도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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