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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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통영 무전동 살인사건…범인이 현장에 남긴 것은 함정일까, 흔적일까?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2.10.16 05:52 수정 2022.10.16 16:39 조회 15,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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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사라진 범인과 함께 사라진 자료, 미제 사건 해결 가능할까?

1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함정과 흔적 - 지워진 용의자'라는 부제로 통영 무전동 살인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05년 8월. '안개밭골'이라는 뜻의 경남 통영 무전동에서 기이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홀로 살던 50대 여성 이 씨는 복부를 칼에 찔리며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특히 피해자의 몸 안에서 매니큐어 병이 발견됐고,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훼손되어 보통 사건과는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방에 발견된 피임 도구 등 강간 살인을 추측하기 충분한 증거들이 나왔지만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리고 사건 발생 한 달 뒤 범인이 검거됐다. 범인은 피해자의 옆집에 거주하던 30대 남성 박 씨가 바로 주인공.

피해자의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 감정 결과 박 씨의 DNA와 일치했고, 현장에서 발견된 피임 도구는 박 씨가 평소 사용하던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증거를 가지고 추궁하자 박 씨는 범행을 시인했다. 문이 열린 채 잠들어 있는 이 씨를 보고 지갑 속 돈을 훔치려고 침입했다가 강간을 시도했고 잠에서 깨어나 자신을 알아본 이 씨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것.

그러나 한 달 후 박 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강도 혐의는 인정되지만 강간 살해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정을 받은 것. 당시 박 씨의 변호사는 그가 지체 장애와 인지 장애가 있었기에 그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박 씨는 당시 자백이 강압 수사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전문가는 현장에 남은 흔적들을 토대로 진짜 범인은 누구일지 추적했다. 전문가들은 박 씨의 증언대로 범행이 이루어졌다면 남았어야 할 흔적들이 없는 것에 주목했다.

이에 제작진은 박 씨를 직접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당시 본인은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다며, 또한 자신이 자백을 하면 딸이 덜 놀림을 받을 것 같아서 자백을 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는 며칠 후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옛날처럼 내가 했다고 하면 되겠냐. 내가 했다고 하면 해결되겠냐"라는 말을 했다.

과거 박 씨의 변호인은 "기질적으로 조급함이 있고 과격함도 있다. 정신적인 상태가 일반적인 사람과는 조금 다르다고 봐야 한다"라고 했다. 과거 교통사고로 뇌가 다치며 지체 장애 5급 판정과 함께 기질성 정신 장애 판정도 함께 받은 박 씨.

이에 전문가는 그의 특징에서 그가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자백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현장에 남은 것들은 범인이 부주의하게 남긴 흔적일까, 아니면 일부러 만든 함정일까? 이에 제작진은 당시 이 씨의 연인 최 씨의 존재에 주목했다. 실제로 그는 피해자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조사 중 그가 이 씨에게 1500만 원 상당의 채무가 있었고, 사건 발생 전 이 씨를 폭행하기도 했었든 일이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는 조사 과정에서 수차례 진술을 번복해 의심을 자아냈다. 그러나 그는 박 씨의 검거로 그에 대한 혐의점이 사라지며 수사는 중단됐다.

제작진과 만난 최 씨는 본인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리고 당시 수사에서도 특별한 증거들이 나오지 않았다. 취재 중 제작진은 현장의 돗자리에서 불상의 또 한 명의 남자 DNA가 발견된 것에 주목했다.

전문가는 "범인이 성폭행을 하려고 했다면 본인이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피해자가 의식을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 성행위 좌절, 거기서 나오는 욕구불만을 신체 훼손 등을 통해 만족을 추구했을 거다"라며 성도착증을 가진 자가 성범죄를 목적으로 침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과거 방법이 취약한 지역인 통영에서는 여러 가지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고, 당시 피해자는 이사를 계획하기도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제작진은 취재 중 당시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훔쳐보다 발각된 동네 주민 조 씨의 존재를 확인했다. 그는 폭력 조직을 추종하는 세력으로 성인 오락실에서 일했는데 현재 미성년자 의붓딸과 그의 친구를 성추행해 징역 7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또한 그는 과거 도로에서 한 여성에게 유사 강간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그의 지인은 성적으로 이상한 성향은 없었다며 평소 매우 정상적인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조 씨는 제작진이 보낸 사건 관련 질문에 자신은 무관하며 피해자 이 씨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한 취재 중 그가 과거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은 적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단서 하나. 돗자리에 남아있던 불상의 DNA 주인을 밝혀낸다면 사건의 진실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돗자리의 유전자는 국과수에 남아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조 씨의 DNA와 대조는 수사 기관의 요청이 없기에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당시 사건이 무죄 판결이 나면서 관련 증거 자료가 검경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4년에 폐기된 자료. 이는 검찰 기록에 대한 보존 규칙에 따라 폐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건은 야간 주거 침입에 대한 죄만 인정되며 보존 기간 7년을 기준으로 폐기된 것이다. 이에 전문가는 "중한 것으로 기준으로 공소시효까지 보존되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보존 과정에서 누락된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표창원 교수는 "이 사건은 미제 사건이다. 살인 미제 사건이다. 공소시효가 없어지고 영구적으로 해결해야 할 의무가 검경에 남아있다. 그런데 사건의 자료가 폐기되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비록 자료가 폐기되었다고 해도 사건의 진범을 잡기 위한 노력은 계속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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