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에미상' 이정재를 만든 8할은 도전…매국노·악역·루저도 마다치 않았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9.13 12:47 수정 2022.09.15 10:06 조회 6,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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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이정재가 데뷔 30주년을 앞두고 커리어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을 맞았다. 지난해 전 세계에 공개돼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2일 오후 5시(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제 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날 이정재는 제레미 스트롱(석세션)을 비롯해 브라이언 콕스(석세션), 아담 스콧(세브란스: 단절), 제이슨 베이트먼(오자크), 밥 오든커크(베터 콜 사울) 등 막강한 후보들을 제치고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오징어

이정재는 수상 소감에서 "대한민국에서 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과 친구, 가족, 소중한 팬들과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연인' 임세령 대상그룹 부회장도 활짝 웃으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정재는 1993년 SBS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했다. 그를 스타덤에 올린 작품은 1995년 방송된 SBS 드라마 '모래시계'였다. 보디가드 '백재희'로 분해 강인한 남성미와 순애보를 동시에 보여주며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1990년대와 2000년대까지 톱스타로 군림했다. 부침도 있었다.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들이 잇따라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한물갔다'라는 시선도 쏟아졌다. 이즈음 여러 사업에도 눈을 돌리며 본업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정재

배우로서 초심을 찾은 이정재는 2010년대부터 낮은 자세로 새롭게 달렸다. 그전까지 주연만 고집했다면 이때부터는 조연이나 악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2012년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에서 조연이자 악역 '뽀빠이'를 연기하며 생애 첫 천만 흥행의 기쁨을 누렸다. 이듬해에는 누아르 영화 '신세계'(2013)에서 위장 잠입 수사에 나선 경찰 '이자성'을 연기해 완벽하게 부활을 알렸다.

제2의 전성기는 '관상'(2013)으로 열었다. '수양대군'으로 분해 영화 시작 1시간 후에 강렬하게 등장했다. 주인공인 배우가 영화 시작 한 시간이 지난 후에나 등장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실험적인 시도였다. 이정재가 말을 타고 등장하는 이 신은 지금까지도 사극 영화를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관상

2015년에는 '암살'에서 매국노 '염석진'으로 분해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종전에 여러 차례 악역을 맡았음에도 일제강점기에 민족을 배신하고 나라를 팔아먹은 캐릭터 만큼은 선택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정재는 캐릭터의 성격이 배우의 이미지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소신으로 이 역할을 수락했고, 입체적인 연기로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이정재의 전성기는 선악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 비중을 가리지 않는 출연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동시대에 데뷔해 인기를 누린 또래의 동료들과 비교해봐도 이정재처럼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배우는 없다. 특히 30대 이후의 필모그래피는 도전과 모험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볼 수 있다.

제3의 전성기는 지난해 방영된 '오징어 게임'으로 열어젖혔다. 그가 분한 성기훈은 정리해고, 이혼, 사채빚에 몰린 벼랑 끝 인생에서 456억 원의 상금을 노리고 게임에 참여하는 인물이다.

오징어

현대극에서 세련된 이미지의 도시 남자 역할을 주로 맡았던 이정재에게 '지질한 루저' 성기훈은 큰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정재는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의 연출력과 각본을 믿고 이 작품에 출연했고, 이는 배우 인생 최고의 환희로 이어졌다.

이정재와 황동혁 감독의 에미상 수상은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신화에 맞먹는 쾌거다. 아카데미가 미국에서 영화 부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이라면, 에미상은 방송 부문에서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이다.

ebada@sbs.co.kr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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