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이러다 다 죽어"…1,100억 대 텐트폴 시장, 이상한 기류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8.01 18:03 수정 2022.08.07 17:17 조회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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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 포스터 / 영화 '한산' 포스터 / 영화 '비상선언' 포스터 / 영화 '헌트' 포스터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한국의 극장가에서 7월과 8월은 연중 최대 관객이 몰리는 극성수기다. 학생들의 방학과 어른들의 휴가가 몰리는 이 시기는 관객들이 평균 한 편 이상의 영화를 보는 시즌이다.

북미는 전통적으로 5월 마지막 주 월요일 즉 '메모리얼 데이'부터 성수기가 시작된다. 이 시기를 전후로 연중 최고 기대작이 개봉한다.

할리우드 대작과의 정면대결이 없는 7월과 8월은 명실상부 한국 대작들의 격전장이다. 실제로도 코로나19 이전까지 매년 이 시기에 한 편 이상의 천만 영화가 나왔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코로나 암흑기가 2년간 지속되면서 국산 텐트폴 영화들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2020년 여름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435만 명, 2021년 여름 시장의 최종 승자인 '모가디슈'가 361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극장 영화관 스케치 탑건

올해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 시대로 접어든 2022년 여름 시장은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치솟았다. 이에 맞춰 국내 4대 배급사들은 자사의 텐트폴 영화를 코로나19 이전 방식으로 내놓았다.

7월 20일 CJ엔터테인먼트의 '외계+인' 1부를 시작으로 27일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한산:용의 출현'이 개봉했고, 오는 8월 3일 쇼박스의 '비상선언', 10일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의 '헌트'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네 영화의 제작비를 합치면 1,100억 원 규모다. 수년간 영화 시장은 역대급으로 악화됐지만, 올해 텐트폴 영화의 규모는 역대급으로 커졌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도전이다.

이 영화들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 시기를 잡으며, 물고 물리는 경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두 편의 영화가 개봉된 지금 묘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천만 영화의 탄생은 불투명해 보이고, 손익분기점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텐트폴 4파전의 첫 번째 주자였던 '외계+인' 1부가 사실상 흥행에 참패했다. 네 편 중 가장 많은 제작비인 330억 원을 투입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700만 명이다. 그러나 개봉 2주 차까지 135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0만 돌파도 버겁다. 대형 참사다. 최동훈 감독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부터 최근작 '암살'까지 단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 없다. '외계+인' 1부의 성적표는 본인은 물론이고 투자배급사, 업계 영화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한산: 용의 출현'은 사정이 낫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개봉 첫 주말까지 227만 명을 모았다. 제작비 280억 원을 투입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이다. 청신호를 켰다는 표현을 쓰려면 첫 주말까지 300만 명을 모았어야 했다.

텐트폴 영화의 손익분기점 예측은 개봉 첫 주에 윤곽이 나온다. 올해처럼 네 편의 대작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는 경우, 첫 주에 손익분기점의 절반 수준을 돌파해야 한다. 물론 2~3주 차까지 꾸준히 페이스를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천만 흥행은 폭발적으로 치고 올라가거나 오래 버티는 힘에 따라 결정된다.

영화 '한산' 스틸컷

'한산'이 개봉 첫 주 선전했음에도 손익분기점을 낙관할 수 없는 것은 '비상선언'이 오는 3일 개봉해 스크린의 상당수를 가져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산'의 개봉일에 '외계+인' 1부의 스크린은 50% 가까이 빠졌다.

텐트폴 4파전은 배급 싸움이다. 스크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흥행의 향방이 갈린다. 경쟁작 네 편이 일주일 간격으로 스크린을 뺏고 빼앗기는 혈투를 벌이기에 다른 시기처럼 '개싸라기 흥행'(영화 개봉 주보다 2주 차에 더 많은 관객이 몰리는 현상)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여름 시장의 경우 1등 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경향이 강하며, 극장과 관객 모두 신작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스크린 배정은 예매율을 반영한다. 개봉 2주 차를 맞은 '한산:용의 출현'은 1일 현재 예매율 35.3%, 예매량 14만 2,065장을 기록하며 1위에 올라있다. 개봉을 이틀 앞둔 '비상선언'은 예매율 28.7%, 예매량 11만 5,576장을 기록해 2위에 올라있다.

무조건적인 착륙을 선포합니다 한재림 감독 작품 비상선언 8월3일 IMAX 대개봉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한산'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할지, '비상선언'이 새로운 1위에 오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산'의 좌석판매율은 지난 일요일 40.5%까지 치솟았다. 신작 중 1위였으며, 기상영작까지 포함해도 '탑건:매버릭'에 이은 전체 2위였다. 56%라는 압도적인 좌석점유율을 자랑했지만, 좌석판매율도 높았던 것이다.

또한 2주 차 평일 관객 동원 페이스가 개봉 첫 날에 크게 뒤지지 않고 있어 입소문 효과가 어느 정도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한산'의 경우 장르와 소재 측면에서 10~20대 관객 뿐만 아니라 50~60대 중장년층까지 관객층을 확산시킬 수 있다.

개봉을 앞둔 '비상선언'과 '헌트'의 기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텐트폴 4파전은 첫 번째, 두 번째 주자들이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했기 때문에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제작비 300억 원이 투입된 '비상선언'의 경우 한국 최초의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인 데다 한국 최고 배우들의 멀티캐스팅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으며, 223억 원이 투입된 '헌트'는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과 이정재·정우성의 23년 만의 동반 출연, 칸영화제 초청 효과 등으로 화제성이 높다. 또한 앞서 개봉한 영화들과 장르와 재미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후반전이 더 흥미롭게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영화 '헌트' 스틸컷 이정재

다만 네 편의 평균 제작비가 200억 원이 넘어 흥행 부담이 역대급으로 큰 해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관객이 극장으로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시점에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텐트폴 라인업을 짠 4사의 선택이 다소 무모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관객의 변화한 영화 소비 패턴, 입소문의 강력한 영향력, 관람료 인상,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의 변수들이 흥행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1,100억 텐트폴 대전의 최종 성적표는 어떻게 나올까. 희비는 엇갈릴 수 밖에 없다. 최악의 결과는 그 누구도 시원하게 웃지 못할 경우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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