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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한산:용의 출현', 거북선으로 완성된 승리의 카타르시스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7.27 12:30 수정 2022.07.28 02:34 조회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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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산' 스틸컷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명량'에는 최민식이 있었고, 거북선은 없었다. '한산:용의 출현에는 최민식은 없지만, 거북선이 있다. 두 영화의 극명한 차이는 이것이다.

'한산:용의 출현'에는 전 국민이 다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과 그의 해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함선 거북선이 비로소 (본격)등장한다. 전편과 달리 '용의 출현'이라는 부제가 반드시 필요했던 이유는 '거북선'이 한산도 대첩의 승리의 열쇠였기 때문이다.

올여름 '한산:용의 출현'과 경쟁하는 영화들은 거북선의 압도적인 위용과 경쟁해야 한다. 이 정도면 '한산'은 한 톨의 홍보도 필요 없는 '만능 치트기'를 등에 업은 것과 같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1592년(선조 25)이 4월, 일본은 명나라 정벌의 꿈을 안고 조선을 침략한다. 그들은 조선을 빠르게 접수하고 명나라까지 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왜군은 단 20일 만에 한양을 수복했고, 임금인 선조는 평양성을 거쳐 의주까지 피난을 떠났다. 국운이 기울고 있던 그때 한반도 남쪽 바다에서는 나라의 운명이 달린 해전이 벌어진다.

김한민 감독의 해전 3부작이 의미 있는 것은 역사 속에 박제된 서사를 스크린에 부활시켰다는 것이다. 임진왜란을 소재로 한 무수한 영화의 기획에도 이순신의 해전을 시각화 한 영화는 없었다. 이는 해전을 영화적 재미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쉬운 도전은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진 김한민 감독은 오랜 기획 기간을 거쳐 이순신 신화를 성공적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2014년 개봉 당시 1,761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흥행사를 새롭게 쓴 '명량'에 이어 개봉한 '한산'은 완성도 측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해전 3부작은 '명량'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시기적으로는 '한산대첩'이 '명량대첩' 보다 5년 먼저 일어났다. 이 해전은 세계 해전사에도 길이남을 만큼 놀라운 승리였다. 불리한 전세를 뒤집은 이순신의 지략과 조선 수군의 역량, 그리고 거북선의 활약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운명을 바꿀 압도적 승리 용의 출현 <명량></div><!--afterimg--></figure><!--afterimg--><p class='singlebr'>김한민 감독 작품 2022.07.27'한산'의 이야기 구조는 '명량'과 흡사하다. 첩보전을 가미했다고는 하지만 긴장감이 크게 두드러진다고 볼 수 없다. 영화 시작 후 한 시간까지 전쟁을 둘러싼 조선 관료들의 입장 대립, 왜군들의 전략 구상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해전 전 서사와 캐릭터를 빌드업하는 구간은 시대상과 전세의 흐름을 설명하는 기능을 한다고 해도 지루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이 영화의 핵심은 후반 50여분에 걸쳐 이뤄지는 한산도 대첩의 시각화다.

흥미로운 것은 왜군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임진왜란과 해전이다. 대부분의 전쟁 소재 영화는 철저히 아군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지만 '한산'은 왜군의 관점을 다양하게 보여주며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준다.

영화의 묘미는 '명량'과 마찬가지로 승리의 역사를 재현한 해전 파트다. '한산'은 총 51분에 달하는 해상 액션을 스크린에 펼쳐내며 압도적 승리의 쾌감을 체험하게 한다.

"출정하라"는 이순신의 외침과 함께 조선의 함선들이 한산 앞바다에 뜰 때부터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이어 위대한 승리가 가능했던 학익진 전법의 완벽한 적용과 거북선의 활약이 펼쳐진다.

영화 '한산' 스틸컷

'명량'의 경우 바다에 배를 띄워 촬영했다면 '한산'은 단 한 차례도 배를 띄우지 않았다. 모든 것이 VFX(Visual FX: 시각적인 특수효과)의 힘으로 완성됐음에도 더 리얼하다. 학익진 전법의 시각화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펼쳐내며 보는 이들의 이해를 돕는다. 거북선이 출현하는 그 순간, 영화의 카타르시스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돌격선으로서의 압도적 위용과 충파의 위력, 용머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의 강력함은 거대하고 웅장한 사운드 효과와 함께 극대화된다.

해상 액션의 업그레이드도 인상적이지만 전편에서 지적됐던 과한 신파, 주지적 메시지 삽입도 줄어들었다. 전편과 달리 '국뽕'에 대한 비판은 피해 가면서 자연스러운 감정 고취를 이뤄냈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전편과 다른 색깔을 지닌 이순신을 만나는 일이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의 이순신은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 '한산'의 이순신은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으로 설정하고 캐릭터 디자인을 했다고 밝혔다.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의 박해일을 캐스팅한 것에 대한 우려도 적잖았지만 이 배우는 영리한 캐릭터 분석과 노련한 연기로 자신만의 이순신을 만들어냈다.

사실 배우로서 이순신이 매력적인 캐릭터라고는 볼 수 없다. 배우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캐릭터는 완벽한 영웅보다는 오히려 삐뚤어져있거나 겹핍이 있는 인물일 것이다. 더욱이 '한산'은 바다가 전쟁의 주요 공간이고, 함선에 올라 지휘하는 리더 이순신은 액션보다는 표정과 분위기로 인물의 감정을 드러내야 한다. 배우로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영화 '한산' 스틸컷

"최민식 선배가 연기한 이순신이 '불의 장수'라면, 나는 '물의 장수'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박해일의 이순신은 차갑고 정확하다.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유지하며 전세를 냉철하게 판단한 뒤 실행한다. 그가 택한 건 정중동(靜中動)의 연기였다. 표면적으로 조용하나 내면에는 의를 향한 들끓음이 있는 장수로 이순신을 표현했다.

왜군의 수장 와키자카 역을 맡은 변요한 역시 카리스마로 무장한 장수의 이미지에는 걸맞지 않은 캐스팅으로 여겨졌지만 연기력으로 아쉬움을 극복했다.

안성기와 손현주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안성기가 연기한 어영담은 왜군들을 견내량에서 한산도 앞바다로 유인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해전에 임한다. 배우의 관록과 캐릭터의 관록이 만나 완성된 이 캐릭터는 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임에도 뭉클한 감흥을 선사한다. 손현주는 임진왜란에서 치명적 실책을 범한 졸장 원균으로 분해 캐릭터의 본질에 충실한 밉상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한산' 스틸컷 변요한

'한산'은 '명량' 이후 7년 만에 나온 속편이자 프리퀄이다. 전편이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었기에 속편에 대한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을 터. 많은 관객이 사랑한 영화의 속편은 성공 확률이 높지만, 높은 기대감과 싸워야 한다. 또한 신드롬을 이어가는 최적의 타이밍 측면에서 보자면 '한산'은 조금 늦게 나온 감도 있다. 그러나 '이게 또 한 번 통할까'라는 우려를 '한산'은 결과물로 날려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확실한 장점은 이순신과 거북선 그 자체다.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믿음직한 영웅으로 활약하고, 존재 자체가 자부심이 된 해전의 또 다른 영웅 거북선이 등장한다. 이 강력한 두 요소는 기술의 진화와 만나 살아숨쉬는 역사로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해도 괜찮다. 이 시대의 관객들이 이순신 해전 3부작을 소비하는 건 이제 체험의 영역이 됐다. 스크린에 부활한 역사의 현장을 만끽하기 위해 관객은 또 한 번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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