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수지는 어떻게 연기력 논란을 극복했나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7.08 17:48 수정 2022.07.11 13:49 조회 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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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냉정하게 말해 업계에서 수지를 '배우'로 인정하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배우보다는 '스타' 혹은 '아이콘'이라는 수식어가 더 걸맞았다.

수지는 2011년 KBS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 데뷔 했다. 따지고 보면 연기를 시작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다. 이듬해 영화 '건축학개론'이 대히트를 치며 '국민 첫사랑'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지만 이후의 활동에서는 연기력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혹자는 아이돌 출신이기에 배우로서의 잣대가 너무 가혹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기 아이돌이기에 남들보다 더 빨리,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걸 감안하면 냉혹한 잣대는 감수해야 할 몫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

쿠팡플레이 '안나'는 수지의 연기 활동에 있어 전환점으로 기록될 작품이다. 작은 거짓말로 인해 인생의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유미와 안나 1인 2역을 소화했고, 기대를 뛰어넘은 연기력으로 비로소 대중들의 이견 없는 호평을 받게 됐다.

영화 '백두산'(2019)과 드라마 '스타트 업'(2020)으로부터 고작 1~2년 후에 찍은 작품이다. 그동안 수지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수지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드라마 '안나' 스틸컷 수지

◆ "유미의 인생, 안쓰럽고 가혹하다는 생각 들어"

'안나'는 자동차 충돌 사고로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보라색 투피스를 차려입은 한 여성이 다친 몸을 이끌고 가까스로 차 안을 빠져나온다. 황량한 도로를 위태롭게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굴곡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은 오프닝부터 수지는 범상치 않은 변화를 예고했다. 이어 유미의 삶과 안나의 삶이 타임라인으로 차곡차곡 쌓이며 수지의 연기력도 포텐을 터트린다.

1,2회가 공개된 첫 주부터 연기 호평을 받았던 수지는 "칭찬에 익숙하지 않아서 기분 좋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이 말에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읽혔다. 가수로서 정점을 찍었기에 연기 활동으로 받은 비판과 질타는 뼈아프게 다가왔을 것이다. 인터뷰 내내 밝게 웃었고, 작품과 캐릭터를 이야기할 때는 자신감과 자기 확신을 보여줬다.

수지는 '안나'의 대본을 읽은 순간부터 끌림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여자의 인생이 참 안쓰럽고 가혹하다는 생각을 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미묘한 감정들을 많이 느꼈는데 '얘가 뭘 잘했다고 이렇게 공감하면서 응원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더라. 그러면서도 이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끌림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막연한 자신감도 있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욕심도 생기더라. 물론 부담감, 불안감은 있었지만 '일단 결정 하자, 결과는 만들어내면 되니까'라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다"

안나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리플리 증후군(스스로 지어낸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정신적 상태)을 소재로 한 작품의 클리셰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이 드라마는 열등감과 상대적 발탁감, 불안으로 거짓말을 멈출 수 없게 된 한 여성의 내·외면을 섬세하게 그리며 종전 작품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유미는 자신을 소개하는 내레이션에서 "난 마음먹은 건 다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사람은 혼자 보는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씁니다"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도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폭주할 것처럼 보이지만 이 인물의 거짓말은 보는 사람의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수지는 "대본을 분석하면서 유미의 심리 상태에 동의하려고 했다"면서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유미로서 말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자연스럽게 인물에 스며들었다고 말했다.

수지

◆ 발성과 발음의 향상…"원래 내 목소리에 가깝게"

1화에서는 유미의 성장기가 빠르게 소개된다. 이 부분이 중요한 건 유미의 성격과 가치관이 빌드업되고 안나가 잉태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유미가 어떤 환경을 거쳐왔는지를 표현해야 했다. 감독님이 똑똑하다고 칭찬받아왔던 아이들은 자기가 보잘것없다고 느껴질 때 취약성을 드러낸다고 하시더라. 그로 인해 유미가 거짓말을 시작하게 되는 걸 수도 있다고. 유미는 고등학교 때까지 칭찬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선생님과의 일이 터진 후 사람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시선을 견딜 수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거짓말의 횟수가 쌓이고 강도가 높아지는 변화도 결을 달리하며 표현했다. 수지는 "초반에 유미가 거짓말할 때는 익숙지 않고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말투 부분에서 특히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안나' 수지

유미와 안나, 사뭇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혼란도 느꼈을 터. 수지는 "유미일 때는 공감 가는 게 많았는데 안나는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중,후반부 연기를 할 때 특히 그랬던 것 같다. 이 친구가 진심인지 헷갈리더라. 대본을 볼 때는 몰랐는데 현장에서는 모호하게 느껴지더라. 심리 상담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안나가 진심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더니 상담가께서 그 감정이 맞다더라. 모호한 채로 보는 것도 안나의 마음일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수지가 눈에 띄게 향상된 건 발성과 발음이었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졌지만 발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연기를 할 때마다 지적받았던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달랐다.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니 연기력도 보이기 시작했다.

"말투랑 톤을 고민했는데 너무 꾸며내는 건 맞지 않을 것 같았다. 원래 내 목소리에 가깝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고교 시절 유미를 연기할 때는 나이대에 맞게 조금 발랄하게 내려고 했고, 안나일 때는 조금 부자연스럽게 꾸미는 목소리를 내려고 했다. 감독님과 말투와 톤을 상의하면서 정하긴 했는데 너무 거기에 신경 쓰려고는 안 했다"

유미에게서 탄생한 안나지만 유미와 안나는 결과 온도가 미묘하게 다른 인물이다. 수지는 "초반에 거짓말을 할 때와 거짓말을 대범하게 할 때를 대비해 보여주려고 했다. '이게 먹히네?', '이 사람들 바보잖아'라고 생각하면서 거짓말에 익숙해지고 점점 대범진다. 그리고 같은 사람이지만 안나일 때는 자신이 아닌 사람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은 부자연스럽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면 유미 일때는 안나보다는 표정을 좀 더 드러내는 식으로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안나

◆ 한 번도 못 봤던 수지의 표정들…카메라로부터 해방

또 하나, 연기 측면에서 아주 좋아진 건 표정이였다. 그동안 무대와 작품 안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왔지만 '안나'에서 본 수지의 표정들은 익히 봐왔던 것과는 달랐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내면의 그늘을 다양한 표정으로 보여줬다. 이를테면 첫사랑의 배신에서 오는 당혹감,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하고 느끼는 회한, 현주에게 정체가 발각된 후 보여준 불안 등에서 입체적인 연기를 만날 수 있었다.

장례식장에서의 눈물 연기는 한 번에 촬영을 끝냈다고 밝혔다. 수지는 "그 장면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전날 밤에 긴장을 많이 했다. 이 인물이 안쓰럽고 공감이 가려면 각성을 하는 계기가 있어야 하는데 아버지의 죽음이 유미가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된다. 촬영장에서 감정 잡은 걸 깨지 않기 위해 집중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 신(Scene)인 짐을 옮기는 장면에서 엔지(NG)가 세게 나서 감정이 깨졌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들어가자마자 슬퍼지더라. 유미는 아버지에게 죄인이 된 마음일 거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했던 것 같다"고 촬영의 기억을 떠올렸다.

안나

수지의 감정 연기가 이토록 자연스러워진 이유를 생각해봤다. 카메라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변화가 감지됐다. 가수는 방송 무대에서 카메라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면으로 다가오는 카메라를 피하지 않으며 매혹의 눈빛을 쏜다. 그러나 배우에게 카메라는 마주하는 대상이 아닌 존재하지 않은 물체여야 한다. 오로지 자리하고 있는 공간과 마주하고 있는 상대와의 호흡을 통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과거의 수지와 달리 '안나'의 수지는 카메라로부터 자유로워 보였다.

이 견해를 전하자 수지는 "그런가요? 음...원래 나는 현장 분위기를 많이 타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던 게 현장 분위기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다. 나에게만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유미에게 확실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안나'를 촬영 하면서 경험했던 또 하나의 새로움은 현장성의 쾌감이었다. 수지는 "대본을 집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현장에 왔는데 전혀 연습하지 않은 톤이나 감정이 나올 때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안나는 연기할 때는 감정적인 장면이 많다 보니 그런 느낌을 꽤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여러 톤을 연구해왔음에도 현장에서는 계속 새로운 게 나오기도 했다. 그런 것에 대한 재미를 많이 느꼈던 현장이었다"라고 웃어보였다.

수지

◆ "목표 안 정한 지 오래…도전을 위한 도전 No, 끌림을 따른다"

안나의 캐릭터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수지는 "처음에는 이해가 필요한 인물 같았고, 나와는 동떨어진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안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려는 인물이지 않나. 사실 우리 모두 그렇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런 점에서 나도 공감 가는 지점이 있었다. 그렇게 안나를 이해해 보려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안나'는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이 여자가 왜 이런 삶을 선택하게 됐는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며 "이 여자의 인생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이 여자를 이렇게 만든 건 사회와 우리의 시선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보이는 것에 집착하면서 종이 쪼가리를 쉽게 믿어버리지. 그게 뭐라고"라고 읊조렸다.

유미와 안나의 이야기는 이제 2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수지는 남은 회차의 관전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안나가 얼마나 선을 넘는지가 주요한 재미가 될 것이다. 점점 유미가 없어지는 순간들을 보시게 될 텐데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거짓말을 치면서 살아왔나' 하는 감정도 중점적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결말도 아주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수지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호평에 대해 "아무래도 제가 사람들이 기대하는 역할이나 얼굴에서 벗어난 연기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새로움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또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용기 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수지

그의 말대로 과감한 도전이 대중들의 호평으로 이어진 결과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적인 행보를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어쩌다 보니 도전을 하게 됐는데 도전을 위한 도전보다는 유미와 안나에게 자연스럽게 끌렸던 것처럼 이런 작품이 온다면, 그게 도전을 감행해야 하는 작품이라면, 주저하진 않을 것 같다"

"난 마음먹은 건 다해요"라는 유미의 내레이션을 물음표를 덧붙여 수지에게 던졌다. 수지는 "목표를 안 정한 지가 꽤 됐다. 예전에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자는 마인드가 컸다. 지금도 열심히 안 하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목표를 안정하는 게 목표랄까. (계기가 있었냐고 묻자) 뭘 꽉 잡고 사는 것 같아서 힘들더라. 내려놓으면 편안해지겠더라"고 답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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