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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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수다] '할리우드 6년차' 촬영감독의 바람 "'올드보이' 넘어 정정훈으로 인정"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6.15 16:02 수정 2022.06.15 16:27 조회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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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훈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여러 작품에서 동등한 기회로 다른 촬영 감독들과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살아남는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스타워즈' 시리즈의 키스태프로 참여한 정정훈 촬영감독이 '목표'를 묻는 질문에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정훈 촬영 감독이 할리우드에 진출한 지 어느덧 여섯 해가 흘렀다. 그 사이 그는 한국에서 온 실력파 촬영감독이 아닌 할리우드의 일급 촬영감독으로 현지 영화계의 러브콜을 받는 위치에 올랐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특히 전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잘 알고, 잘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할리우드 아닌가. 정정훈 감독은 실력으로 살아남았고, 실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다가가고 있다.

촬영은 영화를 완성하는 요소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감독의 연출관을 영상으로 구현하는 영화 미학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박찬욱 감독의 파트너로 유명했다.

박찬욱감독 친절한 금자씨 포스터 /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포스터 / 박쥐 포스터 / 아가씨 포스터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스토커', '아가씨' 등 대부분의 연출작을 정정훈 촬영 감독과 함께 했다. 2004년 '올드보이'의 '장도리 액션'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을 때 촬영 역시 함께 부각됐다. 정정훈 촬영 감독에 대한 해외 인지도가 올라간 것도 이때부터다.

박 감독이 '스토커'로 미국 독립 영화에 도전했을 때도 정정훈 감독은 함께 했다. 배우를 비롯해 대부분의 스태프는 현지 사람이었지만 촬영감독만큼은 정정훈을 고집했다. 이때의 경험은 정정훈 감독이 할리우드를 진출한 중요한 기반이 됐다.

2017년 정정훈 감독은 공포 영화 '그것'으로 할리우드에 정식 데뷔했다. 스티븐 킹 원작이 가지고 있는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신선한 촬영 방식으로 강조했다. 이 작품은 북미에서만 3억 2,758만 달러, 월드와이드 7억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식스 센스'가 갖고 있던 역대 호러 영화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것

이후 그는 '커런트 워',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언차티드' 등 다양한 장르 영화의 촬영을 담당하며 할리우드에서 입지를 다졌다. 최근에는 새 '스타워즈' 시리즈인 '오비완 케노비'의 촬영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14일 오전 국내 취재진과 만난 그는 '오비완 케노비'의 작업은 제안과 동시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영화학도라면 고전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리즈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그 역시 남다른 감흥이었을 터.

"나는 '스타워즈' 세대긴 하지만 다른 마니아들과 달리 파헤치듯 공부하면서 봤던 기억이다. '저건 어떻게 찍었지?', '미쳤다. 이걸 이렇게 찍었구나' 식으로 접근했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스타워즈' 팬이 됐다. 특히 오비완 캐릭터에 관심이 많아졌다"

영화를 연출한 데보라 차우 감독은 "행성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에 '올드보이' 스타일을 착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비완

정정훈 감독은 촬영에 있어 우주라는 배경보다는 '오비완 케노비'를 비롯한 캐릭터들을 부각하는 촬영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공개된 작품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지만 정정훈 감독의 촬영만큼은 훌륭하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정정훈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한 지 6년이 넘었다. 다양한 장르 영화를 통해 경험을 쌓고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할리우드 활동을 통해 얻는 성취감에 대해 묻자 그는 "예전에는 한국에서 '올드보이'를 찍었고, 이방인의 시각에서 촬영을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제한적인 위치에서 제안을 받았다면 지금은 촬영 감독 정정훈으로서 인정을 해주는 것 같다. 여러 작품에서 동등한 기회로 다른 촬영 감독과 경쟁하고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잘해서 살아남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오비완

영화 현장을 피부로 체감하며 작업하는 그에게 할리우드라는 무대는 어떤 곳일까.

"다양성이 존재하는 세계다. 모든 장르가 존재하고 만들어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할리우드가 상징적인 게 할리우드가 곧 세계라는 느낌이 있다. 요즘엔 제작비가 너무 비싸서 미국 영화라도 미국에서 잘 찍지 않는다. 또한 영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만든다. 이곳에서 작업하다 보니 조금 더 오래 다양한 영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할리우드 시스템의 경우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저 언어가 다른 사람과 일할 뿐이다. 시스템 자체는 한국이 굉장히 좋다"

'제2의 정정훈'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1인치의 장벽을 넘으면 더 많은 영화 즐길 수 있다"라는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을 인용했다.

정정훈

"그 말에 크게 공감한다. 그러나 저희 스태프들의 경우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언어가 매우 중요하다. 자기 재능을 펼치는데 언어가 고민이 안됐으면 한다. 영어권 인력들이 한국의 영화인들보다 나은 건 크게 없지만 언어 때문에 쉽게 진입이 되더라. 미국 영화, 한국 영화 보다도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겠다는 관점에서 해외 활동을 하는 건 좋다. 그러나 항상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여기에서 살아야 하니까....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건 없다. 나오겠다면 시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도 지금 하고 있는 중이다"

정정훈 감독의 차기작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 영화인 '웡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듄'으로 유명한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작업을 했다. 또한 그의 재능을 사랑하는 또 다른 감독 에드가 라이트의 신작도 준비 중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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