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송강호가 왜 '최고'냐고 묻는다면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5.31 07:03 수정 2022.06.03 04:05 조회 1,255
기사 인쇄하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송강호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송강호에게 다 맡겨라"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첫 한국 영화 '브로커'의 촬영을 앞두고 친분이 두터운 봉준호 감독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은 고레에다 감독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될 조언 한 마디를 남겼다.

"외국에서 촬영하는 것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있겠지만 현장이 시작되면 무조건 송강호에게 맡기면 괜찮으실 겁니다. 송강호라는 존재는 태양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그로 인해 현장이 모두 밝게 비칠 것이고 촬영은 잘될 거예요."

영화를 완성하고 칸으로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봉준호 감독의 이 조언이 틀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안심하며 촬영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송강호 덕분"이라고 말했다.

칸 국제영화제 송강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일본 거장의 송강호를 향한 극찬과 신뢰에는 이유가 있다. 송강호는 촬영장에서 그저 배우만은 아니었다. 배우는 연기로 말을 한다지만, 송강호는 연기 그 이상의 것을 감독에게 선사하는 배우였다.

칸에서 다시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송강호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했다.

"저는 그날 찍은 촬영 분량을 그날 밤에 편집하는데... 매일 아침 촬영장에 가장 일찍 오는 송강호 씨는 전날 찍은 분량의 편집본을 보고 '이게 좋고, 저게 좋다'고 꼭 얘기해주곤 했어요. 그게 제게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모릅니다"

감독이 당일 편집본을 배우에게 보여주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배우 역시 편집본을 보고 감독에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감독은 세계적인 거장이 아닌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깔린 의견 교환이었다.

영화 '브로커' 스틸컷

칸에서 만난 송강호는 이런 고레에다 감독의 작업 방식이 자신에게 새롭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제 생각에는 결례가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무슨 소리냐. 나는 그걸 원한다'고 확실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때는 제가 '이 장면은 좀 이상하지 않아요? 다른 커트가 좋은데 왜 이걸 붙여놨어요?'라고 조언드리기도 했어요. 그러면 감독님은 '그래요?' 하시고 제 의견을 반영하시기도 했죠. 영화의 최종 결정권자는 감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그 과정에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하니 솔직한 제 의견을 말씀드린 겁니다."

송강호와 고레에다 감독과의 인연은 15년 전 부산국제영화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고 고레에다 감독이 송강호에게 "당신의 연기는 '밀양'이 최고였다"고 덕담을 해주면서 대화를 텄다.

당시 영화제 인터뷰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에서 영화를 찍게 된다면 송강호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하며 구체적인 호감을 드러냈다.

한국과 일본, 국적이 다른 영화인이기에 이 만남이 성사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점진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2015년 부산영화제를 다시 찾은 고레에다 감독은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한 영화 출연을 송강호에게 제안했다. 당시 가제는 '요람'이었다. 여기에 영화사 집과 CJ엔터테인먼트가 합류하면서 2021년 '브로커'라는 제목의 영화가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송강호

송강호는 고레에다 감독과 작업하면서 여러 번 놀랐다고 했다. 가장 먼저 일본 감독하면 시나리오가 정교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깨졌다고 말했다.

"일본 감독님이니까 시나리오가 정교하고 빈틈없을 거란 선입견이 있었어요. 외외로 정반대였습니다. 시나리오는 시놉시스보다 약간 구체화돼 있는 정도였어요. 하루하루 찍어나가며 시나리오의 여백을 채워나갔죠"

여백은 감독과 배우가 함께 채워가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그 어떤 영화보다 소통이 많은 현장이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좋았던 건 감독님이 영화를 찍을 때 아날로그에 대한 소중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었어요. CG같은 영화적 트릭은 원치 않으셨어요. 자연광을 좋아하시고, 현장에 소음이 있어도 그대로 담기길 원하셨어요. 그것조차 일상이라면서요. 보통 우리나라 영화 현장이라면 엔지가 돼버리는 컷이죠. 아날로그의 힘, 진정성을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송강호는 '브로커'의 칸 공식 상영에서 장장 12분간 이어진 기립박수의 순간이 그 누구보다 기뻤다고 했다.

영화 '브로커' 칸영화제 기립박수

"일본 감독이 한국에 와서 한국어로 된 한국 영화를 찍으셨기 때문에 칸에서 긴 기립박수를 받기를 원했어요. 일본 팬도 이번 영화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볼 거 아니겠어요? 여기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한국에 가서도 많은 박수를 받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공식 상영 날의 열광적인 반응이 더욱 뿌듯하더라고요"

이날 송강호는 레드카펫에서도 '브로커' 팀의 맏형이자 정신적 지주를 자처했다. 이미 칸에 6차례나 온 이력이 있고, 레드카펫에 선 경험도 다수였기에 긴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레드카펫에서는 모델 출신의 강동원도 연신 "덥다"를 외치며 애를 먹었고, 아이유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송강호는 여유로운 태도와 능숙한 매너로 '브로커' 팀의 레드카펫 데뷔를 이끌었다.

"후배들에게 든든한 선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건 '처음 왔으니까 내가 가르쳐주마'는 아니에요. '선배가 있으니 마음이 편히 이 순간을 즐거라' 같은 마음으로 노력한 거죠"

그뿐만 아니다. '브로커'가 공개된 후 외신 반응이 엇갈리자 송강호는 작품에 대한 진솔한 변을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범죄자를 미화한 것 아니냐"는 영국 가디언지의 비평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비롯한 배우들에겐 가혹한 비판이었다. 그는 고레에다의 철학 안에서 작품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비평은 존중합니다만 '범죄자인데 왜 착한 사람으로 그리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이 영화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요. 고레에다 감독이 작품을 통해 지금까지 보여준 철학이 있죠. 바로 인간에 대한 애정입니다. 그는 우리가 사는 현실을 객관적이고 차갑게 보여주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저는 상현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분이 추구하는 작품 세계의 충실한 얼굴이 되고 싶었어요"

칸 국제영화제 송강호

박찬욱 감독과 봉준호 감독에 이어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까지 송강호를 대한민국 1순위 배우로 거론하는 이유가 뭘까. 그는 이 질문에 "감사한 일이죠. 이런 위대한 감독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제가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겸양을 보였다.

'세 감독 중 누가 최고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우문에는 현답이 돌아왔다.

"다 최고의 감독들이시죠. 확실한 건 세 분 다 공통점이 있어요. 배우들의 창의력을 자유롭게 끌어내는 환경을 만들어주신다는 겁니다. 배우들의 상상력이나 창조력에 대한 존중이 있으시거든요. 자기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배우의 표현이나 생각을 가장 먼저 존중해요. 그게 배우에게 큰 자신감을 부여해줍니다. '이 감독님이 나를 존중해주는구나. 그럼 내가 한 번 더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거든요"

송강호는 자신의 연기가 감독들의 존중에 의해 완성됐다고 하지만, 감독들은 반대의 말을 할지도 모른다. 국내외 수많은 감독들이 하나같이 송강호를 '넘버 원'이라고 하는지 우리는 그의 영화와 연기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거장의 세계 안에서도 송강호만의 연기가 살아있고, 그 연기가 영화의 완벽한 일부가 되는 마법을 그는 늘 보여왔다.

그리고 비로소 올해 칸영화제에서 그는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견이 없는 수상이었다.

ebada@sbs.co.kr

광고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