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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이근 전 대위 "목숨 걸고 우크라이나에 온 이유는..."

강경윤 기자 작성 2022.05.13 09:45 수정 2022.05.13 09:55 조회 7,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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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

[SBS 연예뉴스 ㅣ강경윤 기자] 국제 의용군을 자처하며 60여 일째 우크라이나에 체류 중인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대위 출신 이근(38)씨가 한국 출국 이후 처음으로 SBS와 서면 인터뷰를 실시했다.

그동안 '러시아 군의 폭격을 받아 사망했다'부터 '전쟁터가 아닌 국경지대 호텔에서 지낸다', '유튜브 촬영을 하고 있다'는 등 여러 소문에 휘말렸던 이근 씨는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에서 떠돌았던 추측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Q.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특히 한국 의용군의 상태에 대해 알려달라.

"러시아 군은 여러 방향에서 진격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고 했다. 현재 대부분의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나는 한국 해군(UDT/SEAL)과 해병대 수색대 동료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도착했고, 전쟁 첫 주에 다국적 특수작전팀을 창설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 팀은 대부분 미국인과 영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두 전투 경험이 풍부한 요원으로 구성됐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전투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벌어졌던 이전의 전쟁 경험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전쟁이다.

테러리스트나 제3세계 국가와 싸우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특출한 군사력을 가진 세계적으로 막강한 힘과 싸우고 있다. 우리가 가진 전략들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포격과 박격포 공격을 받고 장갑차에 맞서는 것은 상당히 위험했다. 우리 팀은 이르핀(우크라이나 북부 키이브주에 있는 도시)에서 처음 전투를 시작했고 상황이 너무 심각해서 팀원 중 한 명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야보리프 기지가 공습으로 공격받았을 때, 그 팀원(정보 담당)은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고, 오늘부로 우리 부대에는 내가 유일한 한국인이다."

이근

<이르핀에서 실제 교전 중인 모습으로, 오른쪽 2번째가 이근 전 대위>

Q. 최근 한국의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근 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전투를 하는 영상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 영상 속 남성이 이근 씨가 맞나.

"최근 입소문이 난 영상에 나오는 게 내가 맞냐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 걸 알고 있다. (영상은) 나와 우리 팀이 전투 중인 모습이 맞다. 당시 우리는 이르핀(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격전지 중 하나로 러시아 군이 한동안 점령했던 지역)을 해방시키기 위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날 우리 팀원 중 2명이 부상을 당했고, 러시아 군에 맞서 부대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Q. 현재 이근 씨를 둘러싼 온갖 소문이 국내에 퍼져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여기 나에 대한 가짜 뉴스 목록이 있다. ▲한국에서의 예비군 훈련 불참 ▲총격전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야보리프 기지 공습으로 러시아군에 의해 사망 ▲폴란드로 도망치려 했다. ▲폴란드에서 전쟁 영화를 만드는 것 ▲폴란드 국경 근처의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기 ▲유튜브 콘텐츠 만들기용 참전설 등이다. 분명히 나는 아직 살아있고 전투 현장을 담은 모습이 있다. 위의 소문들은 모두 가짜뉴스다."

Q. 국제 의용군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이근 씨가 카메라 감독과 함께 영상을 찍고 있다'고 했고,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에서는 '이근 씨가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언제든 증거를 제시해보라. 전쟁터에서 퍼지는 그런 가짜뉴스는 선전일 뿐이며,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만약 이곳 전쟁터에서 나에 대한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이 있다면 적군의 간첩이라고 간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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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귀국하면 여권법 등 위반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에 간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언제 귀환할 것인가.

"전쟁에 참가하는 게 매우 위험한 일인 걸 안다. 목숨을 걸고 침략자들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국에서 뉴스만 보는 건 나에겐 죄악과 다름이 없었다. 만약 10대 소녀가 거리에서 무장한 세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걸 본다면 당신은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들을 공격하는 게 법에 어긋나는 게 이유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소녀를 구하기 위해서 남성들을 공격할 것이다. 그리고 체포가 되는 것을 택하겠다. 인간으로서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고 또 무엇이 그른지 알아야 한다. 내가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나도 모른다. 우크라이나에 입국할 때 편도행 비행기 티켓을 끊고 왔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전체가 나를 공격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의 이유를 안다. 옳은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무고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비록 나라가 나를 싫어하고 비난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우며 최선을 다해 나라를 대표할 것이다."

버지니아 군사대학 출신의 이근은 2007년 해군사관 후보생 장교로 임관한 뒤 2014년 해군 특수전전단 대위로 예편했다. 미국 국무부 안보수사관, 해병대 특수수색대 대테러 교관, 대통령 경호처 전술사격 교관을 거쳐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안보담당관(SECURITY OFFICER)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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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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