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영화에 국적 없다"…'브로커', 韓日 시너지로 빛날 거장의 역작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5.10 13:26 수정 2022.05.12 08:29 조회 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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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오늘 이 자리에서 가만히 (우리가 영화를 찍어온 여정을) 보니까 저분(고레에다 히로카즈)도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삶의 가치에 있어 어떤 게 중요하고, 어떤 걸 잃어가고 있는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국적 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10일 오전 열린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제작보고회 말미 송강호는 영화의 특수성에 쏠린 시선을 염두한 듯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이 작품이 한국 영화인가 일본 영화인가는 그리 중요치 않다는 것. 그보다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 지향하는 가치에 주목해달라는 말이었다.

이날 행사는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한국의 주요 영화가 오프라인으로 제작발표회를 연 것은 약 2년 만이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는 영화계의 어떤 신호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 자리에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그리고 개봉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에 어김없이 함께 했던 MC 박경림도 있었다.

'브로커'는 2022년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작품. 이 작품에 대한 화제성과 기대감은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으로 이어졌다.

FESTIVAL E CANNES COMPETITION eNZ.OPFICALSELECTION 이제, 우리랑 행복해지지 브로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작품 2022.06.08

고레에다 감독의 오랜 화두인 '가족'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출세작인 를 비롯해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등 대부분의 영화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국적, 언어가 달라도 누구나에게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소재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족 혹은 유사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며 일본 사회의 명암을 깊고 넓은 시선으로 다뤄왔다.

'브로커'는 피로 엮인 사람들은 아니지만 가족이 돼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어떤 이야기인지 어떤 결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고레에다 감독의 그동안의 영화들을 생각해 봤을 때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에 고레에다 감독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날 "도쿄에서 인사드리게 됐다. 오랜 꿈이 이뤄져서 영화를 완성시키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국내 취재진에게 인사했다. 칸영화제 초청에 대해서는 "몇 번을 가도 긴장되고, 큰 기쁨이다. '브로커'에게 최고의 월드프리미어(전 세계 최초 공개) 장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레에다

고레에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친한(親韓) 감독이다. 국내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이 거장은 자신의 신작이 개봉될 때마다 한국을 방문했고, 관객과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 그가 한국 영화, 한국 배우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송강호는 "10여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고레에다 감독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브로커'의 시작을 알렸다. 고레에다 감독과 오랜 친분을 가진 강동원 역시 '브로커' 프로젝트의 주요 멤버가 됐다. 여기에 '공기인형'의 주연으로 고레에다 감독과 인연을 맺은 배두나도 합류했다. '브로커'의 핵심 캐릭터인 '소영' 역할에는 최근 배우로서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 아이유가 발탁됐다.

고레에다 역시 "송강호, 강동원 두 분과는 여러 영화제에서 만나 인사를 나눠왔다. 이렇게 인연을 쌓아오며 이 배우들과 언제들과 영화를 하고 싶은 막연한 마음이 있었다. 6년 전 떠올린 '브로커' 플롯이라면 한국의 배우들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이 영화'여야만 했던 이유를 밝혔다.

'베이비박스'라는 소재에 대해서는 "베이비박스는 일본에도 존재하는데, 한국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고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아기를 둘러싼 선의와 악의가, 각종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하는 여정을 담은 이야기"라고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를 덧붙였다.

브로커

송강호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거래를 계획하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으로 분했다. 캐릭터 대해 "상현은 흔히 볼 수 있는 중년이다. 과거의 삶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왔다. 브로커라는 불합리한 일을 하고 있으나 순수한 감성을 그리워하고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히로카즈 감독님 작품을 쭉 보다 보면 항상 어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차가운 얘기 속에서 마지막에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끝나는 그런 작품일 거라 생각했는데, '브로커'를 하다 보니까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냉정하고 냉철한 현실에 대한 직시가 오히려 따뜻함에서 시작해서 차가움, 냉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끔 영화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걸, 처음부터 많은 감흥과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라며 "새로운 도전이나 설레는 작품이었다"고 촬영을 마친 벅찬 소감을 전했다.

강동원은 보육원에서 자라 상현과 브로커 일을 하고 있는 동수를 연기했다. 강동원은 "보육원보다 가정에서 자라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보육원을 찾아가고 출신 분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분들의 아픔과 외로움을 담아내고자 했다"라고 촬영 전 철저하게 캐릭터를 준비했음을 밝혔다.

이지은

또 한 명의 주인공인 이지은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도 쏟아지고 있다. '아이유'라는 이름으로 대중음악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영화배우 이지은'으로는 첫 발이다. 상업영화 데뷔작을 칸영화제에서 선보이게 된 이지은은 "내게 이런 날이 또 있을까"라며 놀라워했다.

영화에서 미혼모 소영으로 분한 이지은은 "엄마 역할이라 처음이었다.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하는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등 작은 습관을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준비했다. 하지만 극 안에서 소영이가 준비되지 않은 엄마 역할이라 아이를 안을 기회는 별로 없었다. 외모적으로도 탈색 머리, 스모키 메이크업 같은 것을 시도해봤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하다 보니 몰입에 도움 됐다"라고 밝혔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한국 배우들을 비롯해 한국 스태프들과 손발을 맞췄다. 홍경표 촬영 감독, 이목원 미술 감독, 정재일 음악 감독 등 모두 한국 영화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장인들이다. 그는 이들과의 작업에 대해 "일본과 비교해 준비가 철저하다. 촬영이 시작된 이후 모든 것이 빠르다는 것에 놀랐다. 또한 굉장히 완벽한 상태에서 촬영을 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브로커

그러면서 "영화계의 보물과 같은 배우, 제작진, 스태프들과 함께했는데 재미없으면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하지만 저 스스로도 납득할 만한 작품이 완성됐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칸이라는 곳에서 첫출발을 잘할 수 있게 돼 기쁘다. 한국에서 개봉할 때는 화상이 아닌 직접 찾아가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과 일본의 영화 선수들이 만나 완성한 '브로커'는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탄 이래 4년 만에 칸 경쟁 부문에 재입성했다. 송강호는 2019년 영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이후 다시 한번 칸의 초청을 받았다. 이번에는 남우주연상 수상에 대한 기대도 높다.

'브로커'는 칸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첫 선을 보인 후 오는 6월 8일 국내에 정식 개봉한다.

ebada@sbs.co.kr

<사진 = 백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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