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린 현장

[단독] 日 거장과 칸 가는 이유진 대표 "'브로커', 명장의 내공과 韓 배우 저력"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4.15 12:26 수정 2022.04.15 15:14 조회 942
기사 인쇄하기
브로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코로나19 시국에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네요"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제작한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가 떨리는 소감을 전했다. 14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의 공식 발표 후 축하 전화가 쏟아진 지 반나절이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서 기쁨과 설렘도 느낄 수 있었다.

'브로커'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17편의 영화와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이번 초청이 특별한 것은 이 영화의 특별한 정체성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는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을 맡고,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인 송강호를 비롯해 강동원, 이지은(아이유)가 주연을 맡았다. 한일 양국의 영화인이 만난 이 영화의 국적은 한국이다. 영화사 집이 제작을 맡고,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와 배급을 담당했다.

기본적으로 로드무비인 이 영화는 촬영도 국내에서 100% 이뤄졌다. 부산에서 시작해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며 삼척, 울진, 강릉 등 여러 도시에서 촬영했다.

이유진

국적과 언어도 다른 이들이 한데 어우러진 이 프로젝트가 가능했던 건 가교 역할을 한 이 대표의 공이 크다. '내 아내의 모든 것', '감시자들', '검은 사제들' 등은 제작한 이유진 대표는 업계를 대표하는 파워 영화인 중 한 명이다. 20년 넘게 활동하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제작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지금도 발로 뛰며 신인 발굴은 물론 거장과의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의 번뜩이는 기획력과 성실함은 업계와 배우들에게도 정평이 나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시작은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랜 친분을 이어오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유진 대표에게 '브로커'의 시놉시스를 언급하며 물살을 탔다.

"감독님께서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과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지고 계셨어요.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가 고민이셨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베이비 박스'에 관한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보시고 구상을 해오셨더라고요. 이후 한국에 여러 차례 오셨고 시나리오 헌팅 즉, 자료조사하시는 걸 제가 팔로우했어요. 그 이후 시나리오 초고를 쓰셨고, 이후 계속해서 수정해나가셨어요"

이유진 대표는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를 유치하고 송강호와 강동원, 이지은(아이유)의 캐스팅을 성사시켰다. 수년에 걸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시나리오가 완성되면서 영화는 본격 궤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한국 영화로 제작되는 만큼 제작진은 모두 국내의 특급 영화인으로 구성했다. '마더' '곡성'으로 유명한 홍경표가 촬영을, '신과함께' '부산행' 등으로 유명한 이목원이 미술을, '기생충' '오징어 게임'으로 유명한 정재일이 음악을 담당했다.

브로커

이유진 대표는 "대부분의 제작진은 한국인이에요. 충무로에서 가장 일을 잘하시는 분들로 모셨죠. 고레에다 감독님이 작업하실 때 늘 함께 하시는 조수분을 제외하고 일본 스태프는 전혀 없어요. 감독님이 한국 배우들을 워낙 잘 아시기 때문에 현장에서 의사소통에도 큰 문제가 없었어요"라고 밝혔다.

한국을 대표하는 수많은 감독들과 작업을 해왔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작업은 이유진 대표에게도 놀라운 시간이었다.

"세계적인 거장이지만 정말 성실하고 꼼꼼하세요. 일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쉬지 않고 일하시거든요. 아직도 시나리오를 손글씨로 쓰시더라고요. 자신은 컴퓨터 자판을 이용하는 것보다 손이 더 빠르다고요. 쓰고 쓰고 또 쓰고를 반복하셔서 나중에는 손가락 관절이 걱정될 정도였죠. 그래서 팔 마사지 기계를 사드리기도 했습니다"(웃음)

이유진 대표는 "저희는 거의 디지털화돼있고 효율적인 작업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데 감독님은 아날로그 스타일이세요. 손으로 시나리오를 쓰시고, 시나리오 순서대로 촬영하려고 하시고, 현장에서도 천천히 배우들과 교감하면서 시나리오 속 정서를 표현하는데 집중하셨어요. 이런 작업 방식은 오랜만이라 새롭게 느껴지는 경험이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브로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사람이 익명으로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물론 단 한 줄의 로그라인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거장의 연출과 명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영화는 줄거리 이상의 의미와 감동을 내포하고 있다.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일본 거장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한국 배우 송강호와 함께 매력적인 한국 영화 '브로커'로 돌아온다."라고 이 영화의 초청사를 밝혔다.

고레에다

이유진 대표는 영화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거장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송강호의 명연기와 강동원의 활약을 기대해달라고 귀띔했다. 또한 이 영화로 스크린에 데뷔할 아이유에 대해서는 "큰 화면에서 만나게 될 배우 이지은은 또 다른 매력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1995년 영화 '환상의 빛'으로 데뷔해 2004년작 '아무도 모르다'를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칸영화제에 무려 8번이나 초청돼 '칸의 총아'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경쟁 부문 진출은 2001년 '디스턴스', 2004년 ,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5년 '바닷마을 다이어리', 2018년 '어느 가족', 2022년 '브로커'까지 총 여섯 차례다. 이 중 '어느 가족'으로 제71회 칸영화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3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으로 다시 한번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고레에다 감독은 '5월의 칸'을 한국 배우들과 보내게 됐다.

이유진 대표에게도 이번 칸영화제 초청은 의미가 있다.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이 2004년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래 생애 두 번째 칸영화제 참석이다. 당시 프로듀서 신분이었다면 이번에는 영화사 대표로 영화제에 참석한다. 더욱이 이번에는 황금종려상이 걸려있는 경쟁 부문 입성이다.

"한국 영화계가 침체돼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잘 준비해서 다녀오겠습니다. 칸에 다녀온 후 6월쯤 개봉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그때쯤엔 한국 관객들이 극장으로 많이 돌아오셨으면 하네요"

올해 칸영화제는 5월 17일 개막해 28일까지 열린다.

ebada@sbs.co.kr

광고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