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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소재는 매운데, 연출은 싱겁고…'모럴센스'의 미스 매치

김지혜 기자 작성 2022.02.16 20:19 수정 2022.02.16 20:27 조회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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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모럴센스'는 BSDM(지배와 복종, 롤 플레잉, 감금, 기타 인간 상호 작용을 포함하는 다양한 성적 활동)을 소재로 한 영화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음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특이 성취향을 다뤄 공개 전부터 주목받았다.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19금을 표방하기에 인물 사이의 관계성, 표현 수위에 있어서도 과감한 연출이 이뤄졌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예상은 영화가 공개되면서 희석됐다.

대기업 홍보팀 사원인 지우(서현)는 타 부서에서 발령받아온 선배 지후(이준영)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다. 큰 키에 잘생긴 얼굴, 젠틀한 매너까지 갖춘 지후는 부서 여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킹카다.

이준영

어느 날 지우는 지후에게 배달되어온 택배를 수령하게 되고 이상한 물건을 발견한다. 자신의 은밀한 취향을 들켜버린 지후는 지우와 특별한 비밀을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 두 사람의 3개월 간 '연애'가 아닌 '플레이'를 즐기기로 계약을 맺는다.

성적 취향을 소재로 만든 로맨틱 코미디의 등장은 꽤 신선하게 여겨졌다. 베스트셀러 원작의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나 제임스 스페이더와 매기 질렌할의 매력이 빛났던 '세크리터리'의 한국판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일으켰다. 그러나 '모럴센스'는 용기와 도전 정신을 색다른 소재를 선택하는데만 썼다. 계약 커플의 직장 내 로맨스라는 진부한 틀 아래 BSDM이라는 양념을 친 모양새다.

영화는 중학생 성교육 비디오처럼 'BSDM'의 개요를 설명한다. 포털사이트만 검색해도 넘쳐나는 정보를 영화는 내레이션을 통해 구구절절 읊으며 가이드를 자처한다. 관객이 궁금한 건 'BSDM'이라는 개념이 아니다. 성적 취향이 다른 두 남녀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궁금하다.

"역시 서현스럽다

BSDM의 4가지 성적 지향 중에서 '모럴센스'가 그리는 관계는 D&S(Dominace & Submission·지배와 복종)다. 여성에게 정복 당하고 싶은 순진한 남자와 그런 남자를 리드하는 주도적인 여성의 구도로 설정했다. 남녀의 일반적 성권력 관계를 뒤집는 설정이기는 하지만 판타지를 어느 정도 투영해야 하는 로맨스물 특성에 맞는 편리한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두 사람의 관계는 육체적 유희가 아닌 정신적 유희를 지향하는 '디엣'으로 설정돼 있어 소재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이런 소재를 다루는 영화에서 행위 묘사가 빠질 수는 없다. '모럴센스'는 개목걸이, 채찍, 밧줄, 안대 등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구를 등장시켜 '그들만의 플레이'를 묘사하려고 하지만 영화는 이를 매우 피상적으로 그린다. 소재에 걸맞은 시각적인 묘사보다는 대사로 상황을 설명하는 신이 반복되면서 민망함은 영화를 보는 이의 몫이 된다. 

소녀시대의 '바른 생활 소녀' 이미지로 사랑받은 서현은 캐스팅 만으로도 이미지 전복처럼 느껴진다. 직장 내에서 할 말 다하는 똑 부러지는 커리어우먼에, 호감 가는 남자를 위해 보충 수업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준영은 최근 주목받았던 'D.P.'에서의 거친 모습과는 상반된 순수하고, 애교 많은 대형견 같은 매력을 발산했다. 로맨틱 코미디가 여성 관객의 소비력이 훨씬 큰 장르이기에 이준영의 매력은 영화의 재미에 있어 꽤 큰 지분을 차지한다. 

"역시 서현스럽다

'모럴센스'의 BSDM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성적 소수자의 내밀한 고민을 묘사하는데 큰 공을 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후의 과거 연애사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남자 캐릭터의 외적 매력을 부각하는 것에 비해 내면의 상처와 외로움을 보듬는 데는 무심하다.

성적 소수자들은 성향이 오픈되었을 때 비정상으로 치부되는 사회 분위기에 움츠러 들 수 밖에 없다. 영화는 이 점을 회사 내 빌런들을 통해 웃음 버튼으로 소비한다. 이런 장면들의 의도 자체는 풍자지만 '나쁜게 아니라 다르다'는 영화의 속내에 가닿지는 않는다.

박현진 감독은 데뷔 이래 멜로와 로맨스를 연출하며 집중하며 역량을 발휘해왔다. 특히 장기 연애 커플의 위기를 그렸던 영화 '6년째 연애중'은 공감대 높은 연출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영화는 파격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를 그리는 방식과 깊이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이 장르의 클리셰를 탈피하지 못한 중·후반부의 전개는 '모럴센스'를 시도만 좋았던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로 남게 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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