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화계도 대선 시국임을 체감할 수 있는 영화들의 개봉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사, 정치인, 현대 정치사의 특정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들이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개봉한다. 각자 저마다의 사정으로 개봉일을 잡았다지만 대선 정국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포문은 지난 1월 26일 개봉한 '킹메이커'가 열었다. 故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선거 참모로 활약했던 엄창록의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으로 설경구, 이선균이 주연을 맡았다.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여파로 설 연휴에 맞춰 개봉했다.

투자배급사와 제작진은 대선 시국에 맞춘 개봉이 아니라고 못 박았지만, 선거에 대한 관심이 한껏 고조된 시기에 개봉을 해 비상한 관심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50여 년 전의 선거 비화를 그린 만큼 현실 선거 풍경과는 거리가 있다.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특정 정치인과 주변인들을 모티브로 한 팩션이긴 하지만 정치사나 정치인 그 자체를 심도 깊게 그리기보다는 두 인물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다. 그러나 '목적'과 '수단', '대의'와 정의'라는 정치와 선거의 딜레마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현 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다큐멘터리 개봉도 잇따르고 있다. 언론인 주진우와 배우 김의성이 공동 연출을 맡은 영화 '나의 촛불'이 오는 9일 관객가 만난다.
'나의 촛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맞서 수많은 시민이 광장으로 모였던 2016년 촛불 시위를 되돌아보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고영태, 김성태, 박영석, 손석희, 심상정, 유시민, 윤석열, 추미애 등의 인터뷰는 물론 촛불 시위 현장에 참석했던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영화의 제작이 이뤄진 건 2018년이다. 촛불 시위로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점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그날의 기억을 카메라 앞에서 회상한다. 이 작품 역시 지난해 개봉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일정을 연기해 뒤늦게 빛을 보게 됐다.
다큐멘터리로서의 소재와 기획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시점이 아쉽다.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제작진의 인터뷰에 응한 일부 인물들의 정치적 스탠스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케이스도 있다. 또한 현 정권을 둘러싼 시민들의 여론도 두 갈래로 갈리는 상황이기에 '나의 촛불'를 바라보는 관객 간의 온도차가 클 수도 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5년마다 찾아오는 대한민국 최고의 이벤트 '대선'을 앞둔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과 가치를 묻고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바람을 솔직한 목소리로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대선 정국을 정조준한 기획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안철수 등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담은 인터뷰를 포함 약 5개월간의 대담회, 회담 등의 기록을 볼 수 있다.
또한 유명 정치인을 포함한 일반인까지 총 70명의 인터뷰이가 참여해 좌에서 우까지 진정으로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전한다.

대선 정국을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이 영화들은 시기적으로 바람을 타기는 좋다. 그러나 TV만 켜면 쏟아지는 대선 관련 뉴스가 지겨운 관객들이 극장에서까지 정치 관련 영화를 소비할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피로감이 가중돼 관련 콘텐츠를 기피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킹메이커'는 세련된 만듦새와 재미에도 불구하고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영화를 선택하는 데 있어 '정치물'이라는 장르 자체가 관객들에게 적잖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정치인에 대한 불신 등도 영화 선택을 주저하게 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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