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5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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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막대기 살인사건 피의자 지인, "살인할 줄 알았다"…피의자의 '상습적 주취 폭력' 주목

김효정 에디터 작성 2022.01.30 04:02 수정 2022.01.31 15:53 조회 8,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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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SBS연예뉴스 | 김효정 에디터] 막대기 살인사건의 범인, 그는 왜 살인을 했나?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악마의 이상한 선택 - 막대기 살인사건 미스터리'라는 부제로 지난 연말 벌어진 막대기 살인사건을 조명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고재형 씨는 연휴를 앞두고 일하던 스포츠 센터의 연말 회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그는 다음날 주검으로 돌아왔다. 회식이 진행된 스포츠센터에서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된 재형 씨에게는 후두부의 상처, 둔기를 막은 양쪽 손등의 방어흔, 신체 후면부에 다량으로 남은 특이한 형태의 상흔들이 포착됐다.

이 특이한 상처는 중선 출혈이라 불리는 것으로 원형의 쇠파이프 같은 것으로 가격 당했을 때 특징적으로 생기는 상흔이었다.

재형 씨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에는 전날 함께 회식을 했던 스포츠센터 대표 한 씨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현장에서 곧바로 긴급 체포됐다. 폭행의 흔적을 두고 추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한 씨. 그러나 스포츠센터의 CCTV에 지난밤 비극의 기록이 생생히 남아 있었다.

특히 한 장면은 경악을 자아냈다. 지름 3cm, 길이 70cm의 막대기가 재형 씨의 항문을 통해 그의 몸에 들어가 있었고 그 과정이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된 것.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손으로 먼저 집어넣고 후볐다. 그러고 나서 발로 찌르고 손잡이까지 딱 남겨놓고 그 막대기를 쑤셔 넣었다. 직업상 수많은 시신을 봐왔지만 아직도 그(재형 씨) 생각이 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엽기적인 막대기 살인이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모두 한 씨에게 범행 동기를 물었다. 그러나 그는 막대기로 저지른 짓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재형 씨의 누나는 "부검 소견을 들으면서도 뭘 듣고 있는 거야 싶었다"라며 끔찍했던 동생의 죽음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는 경찰에 가서 현장 CCTV 영상을 통해 한 씨가 동생을 폭행한 장면을 보고 왔다고 했다.

누나는 "옷을 잡고 재형이를 질질 끌고 갔다. 재형이가 엎드려 있는데 그 위에 올라타서 목을 졸랐다. 질질 끌었다가 목 졸랐다가 때렸다가 이걸 계속 반복했다"라고 했다. 한 씨는 그런 일방적인 폭행으로 항거 불능의 상태가 된 재형 씨에게 끝내 막대기를 찔러 넣어 살해한 것.

살인의 도구가 된 막대기는 한 눈에도 사람 몸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억지로 이걸 넣었다면 불과 10cm 정도 들어가면 곧바로 걸리게 되고 그걸 만약 뚫게 되면 복부 안쪽에 장간막, 소장, 대장들이 뭉쳐있고 간이나 심장, 횡격막 같은 곳에 파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살을 째는 것보다 훨씬 더 굉장히 큰 통증을 느꼈을 거다"라고 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인체의 주요 구조물들을 뚫고 지나갈 때 상당히 많은 힘이 필요했을 거다. 간을 지나 배 안을 지나 흉강으로 넘어가는 순간, 굉장히 많은 힘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발로 차거나 하는 어떤 압력이 필요했을 거다"라고 살인에 고의가 없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사건 당일 9시 반쯤 집에 돌아가기 위해 대리운전을 불렀던 재형 씨. 그런데 그때 한 씨가 그의 차로 와서 대화를 나누고 잠시 뒤 스포츠 센터로 함께 올라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참담한 일이 벌어졌던 것. 회식을 함께 했던 직원들은 당일 회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종료됐다고 했다.

재형 씨는 대리운전을 취소하고 술을 사러 갔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1시간 뒤 더 취한 상태로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재형 씨는 차에 타서 대리운전기사를 다시 불렀고, 곁에는 한 씨가 있었다.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 그런데 한 씨는 재형 씨에게 "너 나한테 개소리하다가 두드려 맞는다. 화내지 말라고 새끼야. 술 쳐 먹었으면 닥치고 그냥 있어. 네가 잔머리를 쓰는 걸 내가 알아"라는 말들을 했다. 이에 재형 씨는 그저 웃으며 대응했을 뿐.

취재진은 재형 씨와 한 씨 사이에 특별한 갈등은 없었는지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재형 씨와 한 씨 간에 금전적인 문제는 없었으나 한 씨가 과거 직원들에게 열정 페이를 강요하고, 재형 씨에게 했던 "잔머리 쓰지 마라"라는 말을 똑같이 한 직원도 있었음이 드러났다.

재형 씨와 오랜 연애로 결혼 계획까지 있던 그의 여자 친구는 재형 씨가 1년 전 퇴사를 고려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퇴사를 포기하고 계속해서 근무를 할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 씨의 군대 후임은 한 씨가 재형 씨를 아꼈다며 정말 그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씨가 금연을 위해 복용한 약의 부작용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행동이 약의 부작용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조사 결과 특별한 약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금연 약 복용과 살인의 연관성을 찾기는 힘들다고 했다.

제작진은 한 씨를 잘 안다는 옛 동료에게 그는 충분히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과거 회사 동료는 한 씨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술자리에서 갑자기 일방적인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당시 함께 있던 동료도 "술을 일정 선 넘게 넘으면 통제가 안 됐다"라며 그의 지속적인 주취 폭력을 지적했다. 한 씨와 오래 알고 지냈지만 그의 폭력성에 인연을 끊은 지인도 그가 술을 그만 먹자고 했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폭행을 했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전문가는 한 씨와 재형 씨의 대화에 대해 "상대방의 행동을 왜곡해서 본다. 폭력을 그렇게 행사하고 그럴 정도의 대화 내용이 아니다"라며 "사소한 일에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장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거기에 대한 엄청난 분노나 폭력을 행사하는 그런 상태가 유지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뭔가 알지 못하는 우리 일반적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그런 불만들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서 그것이 폭발하고 그것이 가학적이고 폭력적이고 엽기적인 행동으로 연결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제작진은 취재 도중 앞서 만난 회사 동료들과 정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동료도 만났다. 한 씨가 절대 그럴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

이에 한 씨의 지인은 "형들에게는 잘했다. 자기보다 밑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하대를 하고 막 대했다"라며 평소 가까운 후배나 친구에게만 폭행의 패턴을 보여왔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는 "잠재되어 있던 공격성과 분노가 어떤 계기로 터져 나오게 된 것인데 자신의 권력 지배 하에 있는 피해 대상자를 향해 온갖 형태의 폭력이 터져 나온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막대기를 이용한 살인에 대해 "그런 도구를 이용해서 폭력을 가하는 행동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적인 의미도 분명히 있고 두 번째는 학대의 의미이다. 가장 높은 정도의 굴욕감과 치욕감을 안겨주고 가장 강하게 고통을 야기하겠다는 의도이다. 응징과 처벌을 가장 높은 수위로 하려고 할 때 성이 매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막대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분노가 멈추지 못하고 극에 달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전문가는 그가 과거에도 주취 폭력을 행사한 것에 주목하며 "분노 특성(일시적이 아닌 오랜 기간 내재된 성격적인 특성을 가진 분노)의 소인이 있는 사람들이 알코올이 결합되었을 때 더 과하고 심각한 어떤 분노를 표출했다는 보고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한 씨의 행동에 대해 "자신의 생각만 일방적으로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을 수용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사이코패스 범위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2차적 사이코패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범행은 모두 개인의 선택이다. 자제력을 발휘하지 않기로 하고 실제로 행동으로 액트 아웃, 분노와 공격성을 터뜨리기로 결정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라며 술을 폭력의 이유로 돌려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유가족들은 재형 씨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안타까워했다. 사실 사건 당일 한 씨가 재형 씨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던 도중 112에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스포츠센터를 방문해 재형 씨를 목격했던 것.

경찰은 하의를 벗고 누운 재형 씨를 보고 맥박만 확인하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 판단하고 철수했던 것으로 드러나 유가족들의 분노는 더 극에 달았다. 그러나 경찰은 "옷 벗고 방 안에서 자고 있다고 그걸 뒤집어서 항문을 보는 경찰이 지구 상에 있겠냐. 그렇게 하면 인권침해 아니냐"라고 억울해했다.

경찰은 재형 씨가 잠자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냥 돌아갔다는 입장이지만 당시 재형 씨가 살아있었다면 살리지 못한 셈이고 사망했다면 살인 현장을 발견하지 못하고 떠난 셈이라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이에 표창원 교수는 법과 이론에 치중한 경찰이 받는 교육을 지적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의 상식을 가지고 임하는 것이다. 두 명의 남성이 있다가 술을 먹고 쓰러졌다면 하의가 벗겨진 상태더라도 남자들이 술 먹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가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너무 안타깝다"라고 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허민숙은 주취 폭력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주취 감경, 2018년 법이 개정됐음에도 미흡했던 것이다. 이에 허민숙은 "자발적으로 음주한 것 아닌가. 누가 강요하거나 속여서 음식에 약물을 타거나 이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음주를 한 경우에는 면책 사유를 적용해주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이것을 구분하여 처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네덜란드는 형법의 원칙은 자신의 책임에 있어 많은 알코올이나 마약을 사용하고 미친 짓을 한 본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주취 범죄에 대한 가중 처벌도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여전히 자신의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한 씨.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이상 거짓인지 진실인지 확인할 길 없었다. 하지만 알코올성 블랙아웃으로 범행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범행 당시에는 분명 자발적인 의지로 폭력을 행사했고, 급작스럽게 타인에게 분노를 표출한 자신의 폭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형 씨를 숨지게 만든 것은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던 것.

방송은 과실치사가 아닌 살인혐의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이 사건의 범인의 범행 동기를 분석한 이유에 대해 "한 씨, 또는 또 다른 누군가가 결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 뒤에 숨어 잔인한 폭력성이 합리화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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