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이 배우, 호감이죠?…손석구의 이중 매력

김지혜 기자 작성 2021.12.01 15:31 수정 2021.12.01 16:01 조회 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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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드라마 '멜로가 체질' 中)라는 흑백영화 속 명대사를 인용해도 오글거리지 않고, "나 못하냐?"(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中)와 같은 극혐 대사를 쳐도 혐오스럽지 않았던 건 그 연기를 수행한 배우의 어떤 힘 때문이다. 각각의 작품에서 감독이 의도한 건 '상대에 대한 위로'였고, '자기 위안'이었을 것이다. 시청자와 관객은 만든 이들의 의도대로 눈물지었고, 웃음을 터트렸다.

두 작품에는 손석구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2017년 데뷔한 늦깎이 신인인 이 배우는 특별 출연의 짧은 분량 안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왔다. 최근작인 'D.P.'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얼굴을 들여다보면, 장난기와 서늘함이 공존한다. 연기 또한 마찬가지다. 슬렁슬렁하는 듯한 생활 연기와 오랫동안 분석한 것 같은 강렬한 캐릭터 연기를 오간다.

손석구는 드라마 '마더'(2018)에서 소름 끼치는 악역 '설악'을 연기하며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뺑반'(2019)의 쿨내 진동하는 검사 '태호', '멜로가 체질'(2019)의 다혈질의 CF 감독 '상수'로 분해 대중적 호감도를 높였다.

엄청난 미남이라던가 불꽃같은 메소드 연기를 하는 과의 배우는 아니다. 쓸데없이 힘이 들어가는 '오버 액팅'을 하지도 않고, 기량을 뽐내기 위해 '과한 설정'을 연기에 부여하지도 않는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연기를 구사하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준다.

때론 뺀질뺀질하고, 때론 능글맞으며, 때론 엉성하고, 때론 치밀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뺑반'이나 '멜로가 체질', 'D.P.' 등의 작품에서 보였던 손석구의 이미지다. 공통적으로 뭔가 나쁜 짓을 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다가 종국에는 주인공을 은근히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특히 개구쟁이와 댄디남을 오가는 이중적 매력은 그를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손석구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면, 그건 당신만의 생각은 아니다. 이 배우, 호감이다.

연애

◆ "'연애 빠진 로맨스'의 박우리, 나와 닮았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감독 정가영)는 데이팅 앱으로 만난 우리(손석구)와 자영(전종서)의 아슬아슬한 썸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손석구는 이 영화를 통해 데뷔 4년 만에 스크린 주연을 꿰찼다.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예상 밖 답변을 내놓았다. 연애와 성(性)에 대한 이야기를 여성 주체적으로 그린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여자의 이야기, 특히 성적인 면에서 여성 주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점이 좋았어요. 예전부터 그런 작품을 하고 싶었거든요. 그런 작품에서 제가 서포트를 하면 같이 빛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결정했습니다."

감독에 대한 호감도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됐다. 그는 "정가영 감독님은 업계에서 '여자 홍상수'라는 별명이 있어요. 실제로 감독님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세요. 저도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하거든요."라고 웃어 보였다.

손석구

이어 "대본을 보면서도 다큐 같기도 하고 진짜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촬영을 하면서도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화려한 연기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대사를 하든 진짜처럼 보이는 것을 추구했어요. 대본부터 그 점이 잘 드러나 있었어요"라고 덧붙였다.

손석구는 패션지 에디터 '박우리'로 분했다. 자신을 감정 대체제로 이용하는 회사 선배에게 번번이 기대하고 상처 받는 인물로 등장한다. 그러다가 '함자영'을 만나 썸과 연애 사이를 오가는 아슬아슬한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그는 '우리'에 대해 "실수가 많지만 의도가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무해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호감을 갖게 하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캐릭터가 자신과 많이 닮았다고 강조하며 "저를 아는 사람들은 '그냥 손석구네'라고 생각할 거예요."라고 웃어 보였다.

"저는 연기할 때 제가 캐릭터에게 다가가지 않고, 캐릭터를 저에게 다가오게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제 개인 인생이 중요하고, 내가 잘 바뀌어 가는 게 중요해요. 내 경험, 기억에서 끄집어내서 캐릭터를 만들고 연기해요."

이번 역할을 연기함에 있어 놓치고 싶지 않았던 건 '사랑스러움'이었다. 손석구는 "이 인물이 어떤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든 기본적으로 사랑스러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랑을 하고 싶어 하지만 서툰 사람처럼 보였으면 했고요. 그래야 관객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보실 것 같았거든요"라고 설명했다.

손석구

◆ 뻔하지 않은 연기…그 원천은 자유분방한 삶

손석구는 2017년 미국 드라마 '센스8'으로 데뷔했다. 1983년생인 걸 생각하면 꽤나 늦은 연기 데뷔다. 서른다섯에서야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의 과거가 궁금했다.

"연기는 되게 우연한 기회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어느 날 심심해서 인터넷에 '연기 학원'을 검색해서 가장 첫 번째 뜨는데 찾아서 등록했어요. 그 당시 제 삶이 다운돼있었는데 연기는 큰 활력소가 됐어요. 막연히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시작했어요. 뒤늦은 진로 변경? 그보다는 그 전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몰랐고 어떤 것에서도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뒤늦게 하고 싶은 걸 찾은 거죠"

중학교 시절 해외 유학을 떠났던 손석구는 꽤 오랜 시간을 타지에서 보냈다. 시카고 예술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한때 운동선수를 꿈꾸기도 했고, 다큐멘터리 감독을 꿈꾸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른이 넘어서야 찾은 손석구의 적성은 연기였다.

언프레임드

최근에는 감독에도 도전했다. '언프레임드' 프로젝트에 참여해 단편 영화 '재방송'을 연출했다. 그는 이 도전에 대해 "연출을 한 번 해 본 게 최근에 제가 한 선택 중 가장 좋은 선택이었어요"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어느 순간 연기가 재미없고, 잘 안 되고 그러면 제가 아니라 더 열정 있는 분들이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연출을 할 줄 알 면 제가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연출로) 제2의 인생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손석구

◆ 손석구의 명장면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대사는..."

영화 '뺑반'과 드라마 'D.P.'에서 잇따라 호흡을 맞춘 한준희 감독은 손석구에 대해 "절대로 예상한 대로 대사가 나오지 않는데, 그게 늘 좋은 쪽으로 박힌다"라고 말했다. 또한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까지 더해져 모던한 연기를 구사한다고 덧붙였다.

손석구 하면 떠오르는 연기 장면이 있다. 이 배우가 아니고선 이런 대사를 자연스럽게 칠 수 있을까 싶었던 '멜로가 체질'의 마지막 회 속 한 장면이다.

손석구는 CF 감독 '상수'로 분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특히 세상을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하는 은정(전여빈)과의 술자리에서 건배사로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카사블랑카'(1942) 속 명대사를 읊는다.

각본을 쓴 이병헌 감독이 이 장면에 이 대사를 넣은 것은 티격태격하던 두 남녀가 마침내 완전한 교감에 성공하고, 치유의 연고를 발라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1940년대 흑백 영화 속에 등장했던 명대사를 그 어떤 배우가 연출자의 의도에 맞게 표현할 수 있을까. 손석구는 이 대사를 힘주지 않으면서도 따사롭게 던졌다. 그리고 은정도 울었고, 시청자도 울렸다.

멜체

인터뷰 중 손석구에게 이 장면에 대해 물었다. 그는 "감독님의 의도를 알았다면 저 역시 느끼하게 연기했을지도 몰라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연기 초반엔 상수를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워낙에 독특한 캐릭터였고 저는 특별 출연이라 11화부터 등장했거든요. 그전까지 어떤 내용이 촬영됐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기도 했어요"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손석구는 "이병헌 감독은 소통 방식이 좀 독특해요. 테이크도 많이 안 가고 신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안 해주시는 편이에요. 그저 "당신은 이미 (이 장면에 대해) 알고 있어."라고 말하며 배우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세요. 그 장면은 죽은 전 남친의 환영이 보이든 은정을 위로하고 보듬은 장면인데 너무 대본을 파고 의미를 부여하면 오히려 느끼하고 딱딱해질 수 있겠다 싶었어요. 자연스럽게만 하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렵게 느껴졌던 장면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있었는데 잘 못했는지 편집됐더라. 자영과 처음 모텔에 들어가 '못 하겠다'고 망설이는 자영을 설득하는 신이었어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연애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는 음주신들이 유독 인상적이다. 실제로 술을 하시며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두 배우의 티키타카가 자연스럽다. 손석구 역시 "선배에게 대차게 차이고 선술집에서 자영과 깊은 대화를 하는데 진짜 같다라고 느꼈어요"라고 음주 장면에 대한 애착을 밝혔다.

연기하다가 막힐 때는 정가영 감독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이 굉장히 익살스럽고 재밌으세요. 직접 쓰신 시나리오인데다 감독님이 남녀의 현실적인 연애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다보니 막힐 때는 감독님을 관찰하면서 참고했던 것 같아요. 또한 감독님이 직접 박우리, 함자영의 신을 리딩 하면서 직접 연기를 보여주시기도 해서 많이 참고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손석구

◆ "캐릭터보다는 손석구라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동경하는 배우나 지향하는 연기 스타일이 있냐고 묻자 그는 덴젤 워싱턴을 언급했다. 그의 대답을 듣고 막연히 '트레이닝 데이' 속 비리 경찰이 떠올랐다.

"요즘에는 덴젤 워싱턴, 선배라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죠?(웃음) 아무튼 그분의 연기를 많이 봐요. 저와 표현 방식이 전혀 반대라 카타르시스가 느껴져요. '저렇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잘 안될 것 같기는 한데' 싶기도 하고... 그런데 멋있어요."

배우로서 손석구의 지향점은 여느 배우와는 조금 달랐다. 많은 배우들이 작품 속 캐릭터로 기억되길 원한다면 손석구는 자유로운 인간으로서의 자신이 대중에게 좀 더 기억되길 바랐다.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로 기억되는 것보다 그냥 저라는 사람이 '특정 방향'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특정 방향이라는 건 뭐랄까. 저는 어렸을 때 자유로운 삶을 원했어요. 그런데 학교생활에 있어서는 책임감에 그러지 못했어요. 똑똑하게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지금도 터득 중이에요. 그래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고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게 제 목표예요."

이런 지향은 그의 연기에도 어느 정도 녹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말하는 '자유로움'에는 배우로서의 이미지는 물론 연기 틀의 자유로움도 포괄하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은 여러 면에서 그의 적성과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여겨진다. 뒤늦게 찾은 적성은 그에게 얼마만큼의 만족도를 선사하고 있을까. 그에게 물었다.

"'배우가 체질'이냐고요? 이젠 그런 것 같아요. 연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허락받은 공간 안에서 제가 되게 자유로워지니까. 저는 그게 되게 재밌더라고요. 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도 판타지나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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