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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베놈2',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김지혜 기자 작성 2021.10.14 17:17 수정 2021.10.14 17:29 조회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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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놈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빌런 히어로'라는 수식어로도 알 수 있듯 베놈은 마블 코믹스의 무수한 캐릭터 사이에서도 다소 이상한 성격을 띤다. 악당인 동시에 영웅이라니, 이 무슨 황당한 조합인가. 굳이 따지자면 '별종'이라는 단어가 조금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더욱이 '베놈'은 판권 문제로 인해 마블 코믹스의 캐릭터임에도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SSU)로 편입하지 않았던가.

2018년 개봉한 '베놈'은 다소 아쉬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38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월드 박스오피스에서도 8억 달러가 넘은 흥행 성적을 올리며 대박을 쳤다.

베놈

'베놈' 시리즈의 강점은 촘촘하게 짜인 줄거리나 방대한 세계관이 아닌 개성 넘치는 캐릭터에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빌런으로 규정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선의의 싸움을 벌이는 베놈은 좋은 놈인 동시에 나쁜 놈이고 이상한 놈이다. 여타 히어로 영화의 빌런이 무시무시한 위용과 과묵한 카리스마만을 부여한 데 비해 베놈은 에디와 만나면서 위트와 재치까지 겸비한 개그 캐릭터로 거듭났다.

영화 전반에 깔린 '베놈'의 B급 정서도 점점 세련되고 복잡해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는 다른 단순하고 명쾌한 재미를 선사했다.

1편에서는 데일리 뷰글의 기자 에디 브룩(톰 하디)의 몸을 숙주 삼아 살아가는 심비오트 베놈은 사람을 잡아먹는 끔찍한 모습으로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이하 '베놈2') 에서는 에디와 베놈의 본격적인 공생 관계가 펼쳐진다. 인간 세계에 뿌리내린 베놈은 에디의 훈련 아래 사회화가 꽤 진행된 모습이다. 사람의 머리 대신 닭과 초콜렛을 먹는 것으로 본능을 억제하며 살아가고 있다.

베놈

그러나 아슬아슬했던 공생 관계는 사소한 다툼 끝에 깨지고 에디와 베놈은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다. 급기야 에디는 특종을 위해 살인마 클리터스(우디 해럴슨)를 면회 갔다가 새로운 심비오트 카니지 탄생의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전편의 쿠키 영상에서 섬뜩한 기운으로 관객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렸던 클리터스는 초, 중반까지는 오싹한 분위기로 긴장감을 형성한다. 명배우 우디 해럴슨이 뿜어내는 카리스마와 광기 어린 연기 덕분이다. 그러나 분위기만 형성할 뿐 이야기 전체를 장악하는 지배력을 보이진 못한다. 뛰어난 배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각본의 빈약함이 아쉽다.

'베놈1'이 다소 아쉬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것은 베놈이라는 흥미로운 캐릭터와 이를 개성 넘치게 연기한 톰 하디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톰 하디는 에디 브록을 연기하는 동시에 베놈의 목소리까지 소화하며 사실상 1인 2역을 소화했다. 그리고 그의 활약은 속편에서 한층 더 능글맞게 이어진다.

베놈

2편은 에디와 브룩의 티키타카에 더 많은 지분을 할애했다. 문제는 두 사람의 말장난 만으로 영화의 재미를 유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액션 시퀀스의 반복된 등장과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별다른 고민 없이 이어져 길지 않은 러닝타임임에도 집중도는 떨어진다.

대체로 히어로 영화의 1편이 에피타이저의 역할을 한다면 2편부터는 메인 디시가 깔려야 한다. 이야기는 확장되고 캐릭터가 추가되거나 진화하면서 시리즈로서의 생명력을 강화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베놈2'는 에피타이저에 사이드 메뉴 한 두 개 더 추가한 구성에 그쳤다. 새롭게 등장한 우디 해럴슨은 물론이고 나오미 해리스마저 그 쓰임이 부실하다. 톰 하디의 원맨쇼는 이번 영화에서도 훌륭하지만, 3편에서는 이야기의 형식과 구성 그리고 캐릭터 보강에 대한 고민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베놈

'베놈2'의 쿠키 영상은 오랜만에 그 기능과 효과를 제대로 보여준다. 많은 팬들이 콜라보를 염원해온 스파이더맨을 등장시켜 향후 시리즈에 대한 기대 심리를 자극했다. 전략적 떡밥인지, 단발성 깜짝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간 마블과 소니 등 히어로 영화들이 쿠키 영상을 활용해온 전례를 봤을 때 단발성 서프라이즈는 아닐 확률이 높다.

2편 만에 위기에 봉착한 '베놈' 시리즈가 스파이더맨과의 협업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이는 에디와 베놈의 동거보다 더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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