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유리공 역 이상희가 말하는 '오징어 게임'

강경윤 기자 작성 2021.10.05 14:44 수정 2021.10.05 15:14 조회 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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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SBS 연예뉴스 l 강경윤 기자] 이름 대신 숫자로 지칭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서 017번으로 불린 사내. 극 중 오일남을 제외하고 출생연도가 밝혀진 게임 참가자 중 최고령이자 유리공 도정수 역할을 맡은 배우는 바로 중견배우 이상희다.

평생 연극 무대에 섰던 이상희에겐 OTT 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나라 구분 없이 동시에 흥행몰이를 하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얼떨떨하기만 하다.

이달 비대면으로 선보이는 연극 '물고기 남자' 연습 도중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는 이상희는 아들 친구들이 '너네 아빠 나왔다'며 그렇게들 전화를 한다며 껄껄 웃었다. "중국은 그냥 본다던데, 감독님이 공들여 찍은 걸 날로 보지 말아야지."란 말도 잊지 않았다.

'오징어 게임'에서 이상희는 도정수를 연기하며 유리 다리를 건너는 게임에서 극적인 반전을 맞는다. 그의 푸석하고 아무렇게나 기른 머리카락에는 여러 사연들이 존재할 것 같아서 보는 이들에게 묘한 궁금증을 부르기도 한다.

"일부러 머리카락을 기르고 촬영장에 갔어요. 제가 어릴 때 살던 동네가 인천 화수동이었는데 공장이 많았거든요. 거기서 봤던 유리공장 아저씨들에겐 어떤 특색이 없었던 것 같아요. 며칠을 고민하다가 유리공예하는 분들에서 힌트를 얻어서 머리카락을 쭉 길렀죠. 촬영장 갔더니 글쎄, 배우들이 머리카락을 다 길러 왔더라고요. 다. 하하하"

이상희는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과 남다른 인연을 지녔다. 그는 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인 영화 '마이파더'을 통해 스크린에 진출했다. 황 감독이 대규모 인원이 게임에 참여한다는 시나리오를 쓴다는 얘기를 들은 지도 10여 년이 흘렀다.

이상희

"그때는 뭐 그런가 보다 했죠. 하하하. 대신 어려운 시절에 글을 쓴다니 감독님이 잘되길 누구보다 바라긴 했어요. '오징어 게임'에 캐스팅된 뒤 인물 감독님에게 '최대한 늦게까지 살아남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죠. 살아남아서 후반부에 나왔네요."

이상희는 극 후반부 짧고 굵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33년 유리공 경력답게 일반 판유리와 강화유리를 구분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천 서구에 가면 하늘다리가 있어요. 밤에 가서 불빛에 비춘 판유리와 강화유리가 있죠. 그걸 비스듬히 보면서 무슨 차이가 있나 유심히 보기도 했어요. 그렇게 어렵게 살아남았는데 너무 조심한 것 같아요. 빨리 건널 걸. 하하"

촬영 중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 유리 다리는 설탕으로 특수제작했고 무술 감독의 지도하에 리허설도 꼼꼼히 했지만 특수 제작 유리가 깨질 땐 베테랑 배우에게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이어에 매달린 배우의 얼굴에 상처가 난 일도 있었다.

"그 와중에도 황 감독님은 엄청 진지해요. '한 커트 더 찍어야 하는데' 이래요. 웃음기를 본 적이 없어요. 하하. 그래도 이렇게 재밌는 현장은 오랜만이에요. 정말 희귀한 드라마잖아요. 이렇게 큰 세트에 많은 배우에, 독특한 시나리오에. OTT가 우리 같은 배우에게는 새로운 도전과 일터가 된다는 것에 많은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만약 이상희가 '오징어 게임'에 참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어차피 죽는다면 살기 위해서 최대한 각오를 하고 게임에 임했겠죠. 나에겐 그런 행운은 없을 거예요. 로또나 일생일대에 행운을 거머쥐는 사람에겐 부러움을 느끼지 않아요. 하루아침에 내려오는 행운은 달갑지 않아요. 매일 한 계단씩 오르고, 벽돌 하나씩을 쌓는 인생, 그게 더 멋지지 않아요? 하하."

주목을 받든 그렇지 않든 연기 외길을 걸어온 이상희는 이렇게 큰 관심과 인기를 끈 작품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제가 외계인 취급을 받는 것보다는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배우들에게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더 기쁜 일이에요. 최근에 또 다른 OTT 콘텐츠 '괴이'를 찍고 있는데 촬영장에서 후배 배우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그렇게 반갑더라고요. 촬영장은 우리에겐 일터니까 그런 일터가 많아지는 게 행복할 뿐이죠."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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