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구교환의 연기 잘하는 법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9.22 14:43 수정 2021.09.24 09:30 조회 1,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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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환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구교환이 이옥섭 감독과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2X9HD에는 '구교환의 연기 잘하는 비법'이라는 브이로그(VLOG)가 올라와 있다. 이 작품의 해시태그는 #연잘알 #영화배우 #노력 #분발 #열정 #감성 #뜨거운 심장이다.

이 1분 30초짜리 영상은 배우 구교환이 자신의 방식대로 쓴 답안지다. 감독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그는 이옥섭의 얼굴을 본뜬 석고상을 만든다. 석고상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는 "오늘의 요리는 감독입니다. 배우는 감독을 요리하는 것도 중요하죠. 감독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겁니다. 감독의 얼굴을 훔쳐서 마주하는 연습을 하세요."라고 팁을 준다.

구교환

현란한 촬영과 편집, 감각적인 음악, 익살과 유머가 넘치는 이 브이로그는 구교환, 이옥섭 콤비의 재능을 만끽할 수 있다. 그리고 영상 말미, 구교환은 두 번째 비법을 전한다.

"단지 사랑하는 것입니다. 영화를."

넷플릭스 드라마 'D.P.' 공개 이후 만난 구교환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구교환 만의 연기 잘하는 비법은 무엇인가요?"라고.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 영상은) 하하. 좀 많이 과장한 픽션인데요. 그런데 그 정신은 같습니다.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라는 게 감독의 세계관에 들어가는 거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 나아가 그들의 마음을 공유하는 것. 그것이 구교환이 정의 내린 '연기 잘하는 방법'이다.

구교환

몇몇 영화 팬들의 '나만 알고 싶은 배우'였던 구교환이 2년 사이 '모두가 사랑해 마지않은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이 배우의 빛나는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팬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그의 성장에 박수를 치고 있고, 이 배우를 이제 막 알기 시작한 관객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배우일까?'라는 폭발적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다.

구교환의 연기는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들다. 독특한 목소리와 다소 이상한 연기 리듬, 전형적이지 않은 액션과 리액션 등과 같은 전에 없던 스타일을 추구한다. 누구와도 같지 않고,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그 고유성은 구교환만의 인장이다. 그는 '고유성'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들어 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에요. 그게 정확히 어떻게 정의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전 주성치, 빌 머레이 같은 배우들을 좋아해요. 그들의 연기에는 고유성이 있거든요. 'D.P.'의 한준희 감독님이 제게 한호열이라는 캐릭터를 준 이유도 구교환만의 유머를 보여주길 원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이 캐릭터에 내가 좋아하는 재질의 유머를 넣어보자'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유머가 관객에게 웃음을 줬다는 성취감이 있습니다. 저, 너무 자뻑인가요? 하하. 하지만 제가 칭찬을 받았을 때만 그럽니다. 쑥스럽네요."

디피

한호열은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다. 공동 각본을 쓴 한준희 감독은 이 무겁고 어두운 사회 드라마에서 숨통을 마련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한호열이 어딘가에서 '툭'하고 떨어진 캐릭터는 아니다. 원작의 안준호에서 파생돼 구교환이라는 날개를 달아 완성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구교환은 원작을 읽지 않았다고 했다. 원작자 김보통 작가와 연출자인 한준희 감독이 공통 집필한 시나리오에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자신이 연기할 한호열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D.P.'는 원작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다소 무겁게 출발한다. 저공비행을 하던 이 드라마가 고공 날갯짓을 펼치는 건 2회에 한호열 상병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한호열이라는 이름이 쓰인 군용 팬티를 입고 등장한 구교환의 뒷모습은 그야말로 위풍당당했다. 드라마의 공기가 단번에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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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감독은 "구교환의 첫 주연작은 내가 찍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구교환의 특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독립영화 시절부터 10년 가까이 구교환이 연출하고, 출연한 모든 작품을 봤기에 이 배우를 어떻게 써먹을지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것이다.

구교환은 한호열이라는 인물의 첫인상에 대해 "이 부대에 100년은 있었던 사람 같았어요. 초자연적인 존재인가 싶기도 했거든요."라고 말했다.

"한호열에 대한 마음은 장면에 따라 자주 바뀌었는데요. 어떤 장면에서는 용맹한 호랑이 같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한없이 여려 보여서 감싸줘야 할 인물로 보이기도 했어요. '이 인물을 규정짓지 말자'가 제가 연기할 때 캐릭터에 다가가는 법 중 하나예요. 한호열은 제 주변에 가까이 있는 위로해주고 싶은 친구이자, 위로받고 싶을 때 제가 와주는 친구라고 번갈아 가면서 계속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호열의 전사(前史)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입대 전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하물며 왜 군 생활을 하다가 병원에 가야 했는지, 가족들은 어떤 사람들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물론 이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다. 한호열의 꽉 찬 캐릭터성 앞에서는 이런 빈칸도 금세 잊히고 말기에.

구교환

언뜻언뜻 드러나기는 하지만 다소 불분명한 한호열의 전사에 대해 구교환은 "무엇이 한호열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유머로 만들었는가를 계속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에는 한호열에게 잠시 쉬어보라고, 누워있으라고 얘기하고 싶을 만큼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 마음이 드는 이유는 신(SCENE) 안에 포함돼 있어요. 이를테면 극장에서 탈영병과 대치 상황에서 급격히 얼어붙는 모습, 안준호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라면을 먹는 모습 등에서요."라고 말했다.

구교환의 한호열이 빛났던 건 정해인의 안준호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까지는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던 두 배우의 조합은 그야말로 찰떡이었다. 'D.P.'는 훌륭한 사회 드라마이자 재미있는 버디 무비기도 하다. 구교환과 정해인의 상반된 개성은 두 배우의 캐릭터와 연기를 전지의 N극과 S극처럼 조화롭게 만들었다. 구교환 역시 정해인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드러냈다.

"정해인 배우가 안준호를 연기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나더라고요. 안준호, 한호열 조합을 생각해보니 정말 원투펀치처럼 보이겠구나 했죠. 다른 구질을 가진 두 인물이 만나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실제로 만난 정해인 배우는 그 내공이 굉장했어요. 어느 인터뷰에서 제가 '정해인은 스타일리시하다'라고 말했는데 그만의 태도가 있어요. 상대의 에너지를 다 받아주는 건 고수의 능력인데... 이 배우는 그걸 가지고 있어요. 도대체 이 사람이 어떤 시간을 보냈길래 이렇게 단단한지 궁금할 정도였어요. 제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어서 유기적으로 잘 붙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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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모가디슈' 등의 전작에서 구교환은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두 대작에서 구교환의 롤은 기능적인 측면이 강했다. 캐릭터 역시 다소 전형적이었기 그가 구사하는 특유의 연기 개성이 온전히 드러난다고는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교환에 의해 재탄생된 캐릭터가 시나리오의 전형성을 상쇄하는 활기가 더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두 영화에서 구교환은 자신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적인 연기뿐만 아니라 기능과 롤이 확실한 연기 즉 통제된 연기 역시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 구교환의 유연함과 확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도전이고, 결과였다.

'D.P.'는 독립영화계에서 상업영화로 활동영역을 성공적으로 넓혀온 구교환의 내공이 폭발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구교환은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저글링 하며 자신의 개성과 연기력을 맘껏 뽐낸다. 'D.P.'는 독립영화 배우 구교환을 사랑했던 팬들과 신인 배우 구교환의 개성을 이제 막 알기 시작한 대중들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다.

구교환

최근 충무로 감독들이 가장 많이 찾는 배우가 된 만큼 자신만의 작품을 고르는 안목도 궁금했다.

"가장 먼저 이야기를 봐요.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 안에 존재하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있느냐 없느냐를 보죠. 정확하게 답을 내리고 작품에 들어가진 않아요. 첫 촬영이나 어떤 장면에서 그 인물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호열이는 휴가를 나와서 안준호를 집에 초대했을 때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어요. 감독님들이 이미 의도한 것이겠지만, 실제 장면을 마주하고 움직일 때 배우로서 느껴지는 것들이 있거든요. 계속 궁금한 인물, 내가 판단할 수 없는 것들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구교환은 드라마 공개 이후 가장 인상 깊었던 피드백으로 '정주행 했다'는 시청자 반응을 꼽았다. 그는 "저도 집중력이 좋지 않아 드라마를 쭉 이어 보진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앉은자리에서 1회부터 6회까지 다 봤다는 후기를 보면서 '이 이야기의 힘을 다 같이 공감하고 있구나'라고 느껴졌고,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라고 웃어 보였다.

구교환은 몇 해 전 자신의 SNS에 "꼭 유명해지겠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자신의 다짐대로 된 지금, 그에게 "인기를 실감하느냐"라고 묻자 "사실 그때도 유명해졌다고 생각하고 쓴 글인데.... 하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특유의 위트는 인터뷰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의 농담인 거죠. 유명해지는 것도 좋지만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지금 다시 쓰라면 "좋은 작품을 더 많이 할 거야"라고 쓸 거예요"라고 말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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