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린 현장

[빅픽처] 'D.P.', 군부대 촬영 있다? 없다?…알고보면 더 재밌는 비하인드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9.07 17:33 수정 2021.09.09 08:22 조회 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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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군대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축구 이야기로 이어지던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남자들의 군대 썰이 난데없이 세간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 문화 현상은 사회·정치 담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모든 건 드라마 'D.P.' 때문이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군인들의 이야기임에도 성별과 세대를 막론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보편적 메시지와 공감대의 힘이다. 대한민국 남성 절반이 가는 군대지만, 나머지 절반은 가지 않는 곳이 군대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군대는 소재일 뿐 군대와 군인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D.P.'는 권력과 계급이 지배하는 조직 안에서는 언제라도 부조리가 잉태될 수 있고, 폐쇄적인 조직의 악습은 관행으로 대물림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D.P'는 총 6부작으로 제작비 약 80억 원이 투입됐다. 제작 기간은 총 4개월. 연출을 비롯해 제작부의 키스태프 모두 충무로 인력이다. 영화 규모로 치면 중량급이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제작 중인 다수의 드라마들이 100억 대 이상의 대작인 것을 생각하면 'D.P'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알차게 완성됐음을 알 수 있다.

배우와 스태프 중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도는 여느 작품에 뒤지지 않는다. 좋은 작품을 위해 의기투합한 이들의 구슬땀이 모여 이뤄낸 결과다.

드라마를 연출한 한준희 감독과 제작진이 밝힌 'D.P'의 숨겨진 디테일들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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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P.', 군부대 촬영 있다? 없다?

'D.P.'는 대한민국 군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군인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정작 군 당국은 이 드라마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군대의 '불편한 진실'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군 당국에 촬영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 허가가 날리도 없을뿐더러 혹시 모를 잡음을 봉쇄하고 싶었을 터. 내부반을 비롯해 드라마에 등장한 군 실내 장면은 모두 세트다. 고증과 디테일이 빛나는 미술은 '유열의 음악앨범'을 통해 이름을 알린 배준수 미술감독이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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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군부대로 추정되는 야외 신들은 어디에서 촬영됐을까. 이는 모두 경기도 부천의 폐부대에서 촬영됐다. 6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터널 신은 현재는 운행하지 않는 강원도의 한 터널에서 촬영됐다. 폐터널과 함께 등장한 땅굴은 세트가 아닌 충청북도 충주에 위치한 활옥동굴이다. 관광지로 쓰지 않는 섹터를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 촬영했다.

제작부는 전국 각지를 돌며 최적의 촬영 장소를 물색했다. 로케이션 촬영은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수정되기도 했다. 제작진은 "프리 프로덕션 때 계획했던 장소들을 코로나19로 인해 촬영할 수 없게 되는 변수가 발생했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몇몇 장소들은 새롭게 찾아야 했다. 엔딩의 터널과 땅굴은 당초 예정했던 촬영지가 아니었다. 원래 장소는 댐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차선이 최선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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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이툰·특공대 출신, 미필까지…'D.P.' 주역들의 군대는?

군인을 연기한 배우들의 리얼리티가 상당한 만큼 이들의 실제 군대 생활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높다. 'D.P.' 출연 배우들의 군대 이력도 하나같이 흥미롭다.

안준호 역할의 정해인은 연예계 데뷔 전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왔다. 군대에서 그의 보직은 운전병이었다. 정해인은 "남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군 생활을 했다. 드라마 속 이야기와 공간의 리얼리티가 너무 높아 촬영을 하면서 군대를 두 번 다녀온 기분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계급을 무기로 후임들에게 폭력을 일삼는 황장수 병장을 연기한 신승호는 미필로 알려져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경험하지 않은 상황을 정밀한 캐릭터 분석과 연기력으로 커버한 경우다.

임지섭 대위를 연기한 손석구의 경우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 자원해 3진 2차 병력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이처럼 'D.P.'의 주역들은 군대에 관한 한 다양한 이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감독은 이들의 사연을 이야기에 녹이는 걸 최대한 배제했다. 한준희 감독은 "특정인의 경험을 극본에 넣게 되면 이 드라마가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의 폭이 되레 좁아질 것 같았다. 이 드라마를 단순히 군대에 국한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포괄적이면서 보편적인 조직의 부조리, 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각자의 넘치는 경험담은 배제하고 보편적이면서 공감 가능한 이야기와 상황을 만들고자 고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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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편의 영화"…'남자의 삶'을 응축한 오프닝 영상

'D.P.'의 오프닝에는 통일된 양식이 있다.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가 타이핑되는 화면과 함께 '한 남자의 인생'을 담은 오프닝 영상이 전 회차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이 장면은 안준호의 삶이자 대한민국 보통 남성의 삶을 응축해 보여준다. 이 영상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도 호평 일색이다.

한호열 상병을 연기한 구교환 역시 오프닝 시퀀스를 최고의 장면을 꼽으며 "강력한 내러티브를 가진 장면이다. VHS 질감으로 찍은 것도 마음에 쏙 든다. 이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을 안준호, 한호열, 조석봉 등 누구를 대입해서 봐도 말이 된다. 그 시퀀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움직인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한준희 감독은 이 오프닝 영상에 대해 "다른 느낌의 오프닝을 만들고 싶었다. 편집기사(박민선)님이 한 남자의 인생, 즉 세상에 태어나고 학교에 들어가고 담배도 피우고, 연애도 하고, 군대도 가는 등의 삶의 여정을 1분짜리 영상을 통해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주셨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사진이나 영상 소스는 실제 찍은 것도 있고 스태프들이 가진 홈비디오를 취합해 만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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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보고 바로 전화"…프라이머리의 감성 OST

프라이머리의 음악도 훌륭하다. '시스루', '요지경' 등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프라이머리는 지난해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사냥의 시간'의 음악을 담당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D.P.'는 그의 드라마 OST 첫 작품이다.

한준희 감독은 '사냥의 시간'을 보자마자 프라이머리에게 전화해 미팅 약속을 잡았다. 한 감독은 "프라이머리는 최근까지 대중음악을 한 사람이고, 남다른 대중 감각을 가졌다. 또한 팝적인 음악을 잘 만든다. 그러면서도 전형적이지 않다. 고전적이 감성도 좋다. 함께 대본을 보면서 전체적인 음악 톤을 잡았고, 편집본이 완성될 때마다 드렸다. 굉장히 많은 음악을 작곡했고, 그중에서 엄선한 것이 지금의 결과물이다. 마지막까지 까다롭게 요구를 했는데 드라마 전체의 흐름은 물론이고 장면 장면에 맞는 음악을 절묘하게 만들어 주셨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드라마의 오프닝 영상에 흐르는 곡이자 앨범의 타이틀곡인 'Crazy'는 브릿팝의 향취가 난다. 듣는 순간 귀에 꽂히는 감성적인 멜로디는 프라이머리와 케빈오가 만들었고, 케빈 오는 작사와 가창을 맡았다. 멜로디에 가려져 있지만 영문 가사는 한 사람의 방황과 고뇌를 담아내 드라마의 스토리와 어우러진다.

Seems I've been dreaming for too long
너무 오랫동안 꿈을 꾸고 있는듯 해

I can't find the reasons to move on
나아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어
Wake up to reality
현실에 눈을 떠
Realize we're getting old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아

All our bones are breaking down
뼛속 깊은 곳까지 모두 부서지고 있어
Tell me am I crazy now?
말해줘, 지금 내가 미친건지?
(If every night)
매일밤이라면

I just lay here chained somehow

난 여기에 묶인 채로 누워있는 것 같아

(You lose your mind)

넌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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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봉식·원지안·최준영·홍경…'D.P.'가 발굴한 샛별

"제 직업이 좋은 게 첫 번째 관객(시청자)이 된다는 거다.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게 너무 재미있다. 존경스럽고 감탄스럽다. 늘 그렇다."

한준희 감독은 인터뷰에서 배우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D.P.'는 기본적으로 연출과 각본이 뛰어난 작품이지만 드라마의 완성도를 더 높인 건 배우들이다. 이 작품에는 '연기 구멍'이 없다.

정해인, 구교환, 조현철의 재발견이라는 뜨거운 반응과 함께 '신인 등용문'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로 그럴 것이 이 작품을 통해 두각을 나타낸 신인, 미완의 대기였다가 날개를 단 배우들이 많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대대장 천용덕 역할의 현봉식이다. 1984년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뜻하지 않게 '노안 배우'의 대표주자가 된 현봉식은 누구와도 같지 않은 개성과 연기 스타일를 자랑한다.

최근엔 독특한 이력도 화제를 모았다. 현봉식은 삼성전자의 수리기사로 일하다가 서른이 넘어서야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늦깎이 배우다. 2014년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데뷔해 7년간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자신만의 연기 색을 확립했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영화 '낙원의 밤'을 통해 주목받았지만 'D.P.'는 대중적으로 얼굴과 이름을 알린 대표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준희 감독은 현봉식이 2016년 출연했던 단편 영화 '수렵허가구역'(감독 신동훈) 때부터 그를 눈여겨봤다고 전했다. 한 감독은 천용덕 역할에 현봉식을 생각하고 그를 직접 만나 캐스팅 제안을 했다.

허치도 병장을 연기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최준영 역시 감독이 단편 영화와 드라마 등의 활약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캐스팅 제안을 먼저 한 경우다. 홍경 또한 영화 '결백'에서 호연을 펼치며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청순한 외모와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시선을 끈 문영옥 역할의 원지안의 경우 오디션을 통해 발탁한 신예다. 손석구와 이설은 특별출연으로 드라마를 빛냈다.

조석봉

◆ 조현철은 어떻게 조석봉이 되었나

조석봉 일병을 연기한 배우 조현철은 'D.P.' 5,6부에서 사실상 주인공 역할을 하며 극을 장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한 조현철은 '척추측만', '두근두근 영춘권', '9월이 지나면', '뎀프시롤:참회록' 등 단편 영화를 통해 독립영화계에서는 연기력으로 정평이 났던 배우다. 고등학교 동창인 박정민은 조현철의 재능에 질투심과 열등감을 느꼈다고 누누이 인터뷰에서 고백하기도 했다.

그가 상업영화에 데뷔한 것은 2015년 '차이나타운'을 통해서다. 수많은 신예들이 빛났던 이 작품에서 조현철은 '홍주'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영화 '마스터', '이웃사촌', '삼진그룹영어토익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호텔 델루나'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연기 경험을 쌓았다.

조현철은 'D.P.' 촬영 전에 체중부터 증량했다. 유도 선수 출신이라는 조석봉의 이력을 생각해서였다. 마른 체격인 그는 캐릭터 분석을 하면서 동시에 체중을 불려 나갔고 촬영 즈음에는 약 8kg 가까이 살을 찌웠다. 군대의 폭력과 불합리를 참지 못하고 탈영한 후반부에는 찌웠던 살을 뺐다. 5,6부에 들어서 그의 얼굴과 몸은 이전과 달리 눈에 띄게 살이 빠진 것을 볼 수 있다.

조현철

외형에 변화를 주는 것보다 힘든 것은 내면 연기였을 것이다. 소심하고 여리지만 남의 마음을 헤아리고 보듬을 줄 아는 따뜻한 성정의 소유자가 폭력과 억압에 의해 변모해가는 조석봉의 서사는 단기간에 흡수하고 연기하기 쉬운 것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이 극한의 서사를 '조커'의 아서 플렉스급 변화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시청자들이 조현철의 연기를 놀라워하면서도 그의 정신 건강까지 우려한 것도 그 때문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조현철을 발탁하며 그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주목한 한준희 감독은 다시 한번 조현철을 픽(Pick)했다. 실제로 고교시절 애니메이션과 진학을 희망했던 조현철의 이야기를 조석봉에게 이입한 것도 감독이 각본 단계에서부터 이 배우 캐스팅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

한준희 감독은 조현철에 대해 "'차이나타운'때도 인상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은 결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맡기고 싶었다. 쉽지 않은 캐릭터인 만큼 배우 본인도 고민을 많이 하면서 결정했다. 그러나 결정된 후에는 꼼꼼하게 캐릭터를 분석했고, 현장에서도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그러나 캐릭터의 심리 상태를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기대보다 훨씬 연기를 잘해줬다"라고 고마워했다.

한준희

◆ 시즌2 나올까…원작 넘어선 2막 기대

'D.P.' 시즌2에 대한 요구도 뜨겁다. 시청자만큼이나 배우들 역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해인은 인터뷰에서 "감독님과 작가님이 시즌2 대본 집필을 시작했다"고 내부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실제로 김보통 작가와 한준희 감독도 시즌2 제작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마지막 회에서 안준호의 변화와 성장이 예고된 바. 계급도 이등병으로 일병으로 진급했다.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한 관계자는 "시즌1에서는 사실상 원작인 'D.P-개의 날'의 대부분의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사용했다. 따라서 시즌2는 창작극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한준희 감독은 인터뷰에서 조석봉 일병의 생사에 대해 말을 아꼈다. 캐릭터 자체가 'D.P'의 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6부작으로도 못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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