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정해인이 인터뷰 때마다 양복을 입는 이유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9.01 17:34 수정 2021.09.02 09:10 조회 2,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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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정해인을 처음 인터뷰 한 건 2019년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 개봉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첫 만남에서 가장 놀랐던 건 외모나 언변이 아니었다. 의상이었다. 그는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실내 카페에서 기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이었다. 그날 보여준 복장과 예의는 마치 상견례 자리에 온 예비 신랑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착장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건 인터뷰 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몇 해 전부터 영화 및 드라마 인터뷰에서 배우들은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다. 다매체 시대가 되면서 라운드 인터뷰(일대일 인터뷰가 아닌 복수 매체들과의 일대다 인터뷰)가 일반화됐고, 시간 효율성 때문에 사진은 배우 측이 미리 찍어서 언론에 제공하고 있다.

사진 촬영을 전제하지 않은 만큼 배우들은 편안한 차림으로 인터뷰에 참석한다. 캐주얼한 의상을 입고, 모자를 쓰는 배우들이 대다수다. 때론 노메이크업에 가까운 모습으로 인터뷰에 나서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해인의 풀착장은 희귀하게 다가왔다. 인터뷰 사진 속 트렌디한 의상보다 더 멋지게 느껴졌다. 그의 남다른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해인

당시 그는 드라마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로 스타덤에 올라있었다. 방송가에서는 이미 톱스타였지만, 영화계에서의 입지는 이제 막 넓혀가고 있던 시기였다. 몇몇 영화 담당 기자들은 그를 처음 만나기도 했다. 그 같은 상황을 고려했던 걸까. 정해인은 신인의 자세로 인터뷰를 했다. 성장 과정과 배우가 된 계기, 연기관 등을 특유의 예의 바른 언어로 전했다.

그로부터 2년, 정해인은 넷플릭스 드라마 'D.P' 공개를 기념해 인터뷰를 가졌다. 오늘(1일)도 그는 어김없이 양복을 입고 인터뷰에 참석했다. 클래식한 회색 수트에 하얀색 와이셔츠, 남색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고서.

인터뷰 말미, 그에게 물었다. "인터뷰 때마다 정장을 입고 오는 이유가 있나요?"라고. 그는 지긋이 미소 지으면서 멋쩍어했다.

"음...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에요. 인터뷰를 하는 제 마음가짐이랄까요. 제겐 이 순간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디피

예상했던 답변이었지만, 그의 입에서 직접 나온 말은 더욱 예의 있게 다가왔다.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자리의 중요성을 옷차림을 통해서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양복 신사' 정해인의 인터뷰는 이날도 어김없이 성실했다. 공개와 동시에 국내는 물론 아시아까지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D.P'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정해인은 'D.P'에서 탈영병 잡은 헌병 '안준호'로 분했다. 군필자인 그에게 드라마 속 상황과 감정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군대를 탈출할 수밖에 없었던 군인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타인을 그리고 자신을 이해하는 인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D.P'는 군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지만, 비단 군대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우리 사회나 집단에서 볼 수 있는 부조리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드라마의 국내외적 호응은 결국 '공감대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진실은 불편하지만 강한 힘이 있거든요."

디피

시즌2 출연 의사를 먼저 밝힌 정해인은 "드라마에 표기되는 안준호의 제대 디데이가 '-1'이 될 때까지 출연하고 싶어요. 시즌2에선 일병이 된 안준호의 성장을 또 한 뼘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기대해주세요"라고 웃어 보였다.

또한 "저희 드라마에는 주,조연 배우 분들 말고도 좋은 배우들이 참 많이 나와요. 그들도 우리 드라마에 대해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 거예요. 그분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정해인은 "오늘은 이렇게 화상으로 만났지만 다음에는 얼굴 보면서 인터뷰해요. 코로나19가 빨리 끝나야 할 텐데..."라는 인사말을 남겼다. 각 잡힌 의상에 걸맞은 반듯한 마음이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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