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모가디슈', 북한말 자막의 효과…류승완의 배려와 의도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8.04 17:11 수정 2021.08.04 18:38 조회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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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는 한국 영화임에도 자막의 양이 상당하다. 소말리아어는 물론이고 북한말 대사에도 모두 자막을 넣었기 때문이다.

언론시사회 당시에도 이 점은 큰 화제가 됐다. 개봉 후 관객들 역시 이 점을 이색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 사람들의 억양이나 구사하는 단어가 생소하다 해도 자막까지 넣을 정도인가라는 반응도 적잖다.

'모가디슈'의 이러한 선택에는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의 중의적 의도가 있다. 첫 번째는 관객을 향한 배려였다. 류승완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질문에 "앞서 '베를린'에서 대사가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013년 '베를린' 개봉 당시 북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기술상의 문제인지 배우들의 발음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분분했다.

류승완 감독은 남북 소재의 영화인 '모가디슈'를 준비하면서 앞선 영화의 기억을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억양이나 단어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이번에는 관객들의 불편함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자막 처리를 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기도 하지만,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문화 상품이기도 하다. 류승완 감독은 관객의 의견에 귀를 열고, 그들의 목소리를 가슴에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전작에서 받은 피드백을 신작에 투영하며 영화가 보다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모가디슈

또 다른 의도도 있다. 류승완 감독은 "예전에는 대중문화에서 북한말이 자주 들렸는데 지금은 북한말을 듣는 경우가 적어졌다. 희화화되는 경우도 많았다. 젊은 세대들이 북한을 다른 국가로 인지하는 경우가 있어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가디슈'를 작업하면서 북한에 대해 접근하는 이전 세대 방식, 즉 통일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다루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류승완 감독의 말대로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전 세대와 현 세대는 큰 차이가 있다. 전후 세대인 현재 20~30대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70~80대와 같을 리가 없다. 현 세대에게 북한, 북한 사람은 가깝고도 먼 존재다. 북한에 대한 적당한 거리두기를 통해 남북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를 자막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감독의 의중은 엔딩에서도 느껴진다.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한 신파를 배제하고 남북의 현실을 직시하는 장면으로 담담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분단의 비극은 눈물로만 와닿는 것은 아니다. 절제된 묘사 속에서 관객이 느낄 감정의 강도는 차이가 있겠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한 만큼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가디슈'는 개봉 일주일 만에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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