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조인성 "열정 과했던 시절도…깎이고 깎여 지금의 내가 돼"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8.03 14:36 수정 2021.08.03 14:48 조회 4,766
기사 인쇄하기
조인성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제가 예전엔 (열정이) 좀 많이 과했죠? 저도 깎이고 깎이고 깎이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처음부터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다면 교만했겠죠.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어요."

배우 조인성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연기 장면이 있다.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의 눈물신이다. 전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주먹을 깨무는 연기는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시청률 40%를 넘나드는 인기 드라마였던 탓에 이 장면은 몇몇 개그맨에 의해 성대모사로 희화화되기도 했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20대 조인성의 열정이 오롯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올해로 마흔이 된 조인성은 20대 시절의 연기 열정에 대해 스스로 "과했다"라고 평가했다.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쿨한 인정이 답변으로 돌아왔다.

데뷔 23주년을 맞은 배우의 여유랄까. 인터뷰 내내 편안함이 느껴졌다. 잘생긴 얼굴이야 여전하지만 이제는 빛나는 외모에 연륜도 더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조인성

현재 영화계는 30대 후반, 40대 초중반 배우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이들의 경쟁이 치열한 것 같다고 말하자 그는 "저는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저는 저를 위해 연기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이 질문에서 경쟁은 '인기 싸움'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선택받아야 하는 숙명을 가진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만나고 '뛰어난 감독'과 작업하기 위한 배우들의 치열한 '자가노력'을 말한 것이었다.

조인성은 과거 몇 차례 인연이 닿을 뻔했지만 만나지 못했던 류승완 감독과 '모가디슈'로 만났다. 데뷔 23년 차에 말이다. '드디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 조인성은 안기부 출신 정보 요원 강대진 참사로 분했다. 대사관 직원을 감시하면서도 협조가 필요할 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캐릭터로 분해 시종일관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극장가를 덮친 지 2년 남짓. '모가디슈'는 고립된 극장을 구원하며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모가디슈

Q. 영화 재미있게 잘 봤다. 대본으로 보던 걸 스크린으로 확인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A. 감동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시나리오로 볼 때 이게 가능하겠나 했는데 CG까지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정말 놀라웠고 만족감이 컸다.

Q. '안시성'에 이어 또 한 번 200억 대작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 영화의 규모, 기술력, 완성도 등을 따지면 한국영화 최대, 최고의 현장에 잇따라 투입된 셈인데,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에 몸담아온 배우로서 이번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한국 영화의 변화와 발전이 있다면?

A. 확실히 발전한 건 맞다. 시스템부터 옛날보다 합리적으로 바뀐 것 같다. 표준계약도 영화인들의 환경을 좋게 만들어줬고, 인프라도 좋아지고 기술의 발전도 놀라워졌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많은 것들이 변화된 것 같다. OTT로 넘어가는 변곡점이기도 하다. 기술, 인프라, 인력의 발전이 모아서 지금에 이른 것 같다.

Q. 작품에 대한 호평이 많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이지만 예매율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A. 더 이상의 바람은 욕심이다 할 정도로 순조롭게 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코로나 전의 상황까진 안 되겠지만... 그런 마음도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에 빠진 김에 진주 캔다고 이 와중에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이다.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이런 영화가 있다고 소개해주는 상황이다.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관객들도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받으시길 바란다.

"아날로그적인 면 있어

Q. 그동안 류승완 감독과 몇 번 작품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이뤄지지 못했고 이제야 만나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연이어 차기작 '밀수'까지 촬영하고 있는데, '모가디슈' 현장에서 어떤 남다른 교감이 있으셨는지 궁금하다.

A. 이렇게라도 만나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사실 그동안 한 번은 작품으로 만날 수도 있었는데 데뷔한 지 20년이 넘어서야 만나게 됐다. 이 인연 오래 가져가려고 두 작품을 연이어하고 있다. 지금 찍고 있는 영화 '밀수'에서는 내가 주인공은 아니다. 김혜수, 염정아라는 두 거목이 계시다. 두 번째 호흡인지라 내가 느낄 때는 감독과 배우보다는 동료 같은 마음이 커진 것 같다.

Q. '모가디슈'를 작업하면서 류승완 감독에게 놀랐던 부분이 있다면?

A. 대단했다. 쉽지 않은 프로덕션이었는데 이 모든 건 류승완이라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베테랑 감독으로서의 경험, 경험에 의한 판단, 사람들의 말을 듣는 귀, 현장을 장악하는 카리스마까지 갖추고 계시다. 그 모든 경험들이 '모가디슈'에 응집된 것 같다. 주어진 시간 내에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판단이 어려운데 류승완 감독은 그걸 잘하시더라. 주어진 시간을 잘 쓰는 게 베테랑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이다.

Q. 모로코 올로케이션으로 촬영을 마쳤다. 촬영하시면서 특별하게 힘들거나 기억에 유독 남는 장면이 있었다면?

A.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카체이싱 장면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건 강참사가 경찰과 총구를 겨누고 대치하는 장면이었다. 집중력을 요했다. 소리만 지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연기의 유연함도 보여줘야 했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조인성

Q. '모가디슈는 이국적인 배경에서 남과 북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게 독특했다.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멀리서 보는 느낌이랄까. 시나리오를 보고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남과 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남북관계에 대한 시선은 말로 하지 않아도 우리가 체감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신파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에서 필요한 부분, 관객이 반응해주는 부분도 있으니. 우리는 그걸 드라이하진 않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해석의 여지가 다를 수 있게 표현했다. 신파를 걷어내고 조금 차갑게 바라보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게 관객들이 보셨을 때에 다양한 감정으로 와닿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Q. 강대진 참사를 연기하면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A. 강대진은 안기부 출신이다. 시대상을 봤을 때 안기부라는 얘기만 들어도 주는 어떤 묵직함이 있다.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동시에 숨통을 튀어줄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모가디슈'는 상업영화다. 마블 영화를 보면 상황은 심각해도 캐릭터가 가진 고유의 성격이 숨 쉴 포인트가 된다. 안 그래도 '탈출'이라는 상황이 엄숙하고 무거운데 캐릭터까지 무거우면 안 될 것 같아 가볍지 않은 유머를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극 중에서 다른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상대와의 호흡에 집중했다. 어떨 때는 윽박 지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비굴하기도 하고... 상황과 만나는 인물에 따라 벽돌을 쌓듯이 캐릭터를 구축해갔다.

Q. 주안점을 '케미'에 두셨다고 말한 것부터, 시사회에서 작은 역이라도 일원이 되는 작품에 임하고 싶었다고 한 말까지 최근 들어 영화에서 '관계성'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

A. 최근 영화들을 보면서 캐릭터가 좋다면 앙상블을 통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느낀다. 나를 필요로 하고 캐릭터도 괜찮고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한 번 해보는 거다. 많이 해본 적 없으니까. 이러한 경험에 (김)윤석 선배, (허)준호 선배가 함께 해서 더 좋았다.

모가디슈

Q. '모가디슈'는 탈출 그리고 생존에 방점이 찍힌 영화다. 혹시 배우 입장에선 이런 방식이라면 캐릭터가 얕아지고 사건만 부각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혹시 해본 적은 없나?

A. 사건과 상황만 강조되고 인물이 안 보이면 당연히 그런 우려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영화는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하자고 했다. 분위기 같은 건 초반에 잘 쌓아왔기에 후반부에는 인물에 더 포커싱을 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며 찍었다. 그런데 너무 그러다 보면 감정이 과잉이 되거나 반대 급부로 타격을 받을 수 있기에 밸런스를 맞추는데도 신경을 썼다.

Q. 김윤석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앞선 인터뷰에서 김윤석은 "조인성은 꾸밈없이 담백해서 더 믿음 가는 연기를 한다. 조인성 자체가 그런 사람"이라고 하더라. 반대로 김윤석 배우에 대해 어떤 사람이란 인상을 받았나?

A. 내가 감히 (김)윤석 선배를 평가하는 건 좀 그렇지만 대단하신 분이다. 이번 영화는 돈(개런티) 받고 연기 수업을 받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연기를 가르쳐준 건 아니지만 보는 것 자체가 내겐 좋은 기회였다. 김윤석 선배뿐만 아니라 허준호 선배도 그런 존재였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후배들이 많이 보고 배웠다.

Q. 40대에 첫 선을 보이는 작품인데 조인성에게 '모가디슈'는 어떤 의미일까?

A. 자연스러운 만남이었다. 40대를 여는 첫 영화라 의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류승완 감독, 김윤석 선배, 허준호 선배와 처음으로 만났고, 김소진 배우와는 두 번째 작품이다.

조인성

Q. 큰 이야기에 밀리지 않는 캐릭터들이 반가웠다. 류승완 감독과의 작업에서 나도 처음 보는 내 얼굴이 있었나?

A.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연기를 할 때 자기 복제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 그래서 자기 검열을 한다. 전에 있었던 익숙한 옷을 입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감독님에게 확인받으면서 작업을 했던 건 사실이다.

Q. 오랜만에 연기하는 조인성을 보게 됐다. 올해는 '어쩌다 사장'이라는 프로로 첫 고정 예능도 했고, '모가디슈'에 이어 '밀수'도 촬영하고 있어 작품으로도 계속해서 만날 수 있게 됐다. 대중들이 조인성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A. 솔직히 모르겠다. 대중이 나에게 어떤 모습을 바라는지는. 안다면 점쟁이가 됐겠죠?(웃음) 그래서 해보는 거다. 사실 '안시성' 끝나고 차기작으로 바로 '모가디슈'를 결정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이 미뤄졌다. '지금 당장 관객들을 극장으로 초대하기가 어려워졌다면 그 사이 빨리 인사드릴 수 있는 길을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드라마도 요즘은 한 편 찍는데 6개월 이상 걸리지 않나. 고민하던 찰나에 차태현 선배의 제안이 있었고, 유호진 피디의 제안이 있어 '어쩌다 사장'에 출연하게 됐다. 지난 3월에 그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서 5월에 끝났고 '모가디슈' 개봉이 정해지면서 7월부터 영화 홍보에 돌입했다. 지금은 '밀수'를 찍고 있고, 이걸 마치자마자 드라마 '무빙'을 찍어야 한다. 이렇게 바빴던 한 해가 없었다. 올해 농사는 이렇게 끝난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는 좀 더 많이 관객,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조인성

Q. 현재 충무로의 지형을 보면 30대 후반, 40대 배우들이 가장 중심이 돼 활약하는 분위기다. 그 배우들이 대부분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하다. 또 배우로서 요즘 어떤 것에 가장 자극을 얻고, 동기 부여를 받는지도 궁금하다.

A. 그 지형은 맞는 거 같다. 경쟁이 심해진 것도 있겠지만 나는 경쟁하고 있지 않다. 다만 나는 나를 위해 연기하고 있다. 그게 나를 굉장히 가볍게 해주는 것 같다. 동기부여까지는 아니지만 지금 은 현재에 좀 만족하는 것 같다. 열정이 사라졌다 이런 의미는 아니고 이렇게 활동하다 보니 주는 편안함도 있더라. 또 좋은 점은 선배들과 후배들과 자주 어울릴 수 있는 위치가 된 것 같다. 선배들이 경험해봤던 것도 내가 한번 겪어봤고, 후배들이 겪어야 했던 것도 내 입장에서 먼저 겪어봤다. 그 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입장이 된 건 좋다.

Q. 조인성의 연기가 예전에는 열정이 좀 과한 느낌이 있었다면 요즘은 편안해 보인다. 연기는 늘 힘들다지만 대중이 요즘 느끼는 것처럼 본인도 연기를 즐기고 있다는 걸 느끼는가? 요즘 느끼게 된 연기의 또 다른 재미가 있다면?

A. 제가 예전엔 좀 많이 과했죠?(웃음) 깎이고 깎이고 깎이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처음부터 잘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다면 교만했겠지. 깎이고 깎여서 알맹이가 나오기까지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다. 다만 요즘에는 세월이 들면서 오는 원숙함, 나이를 먹어가면서 오는 어드밴티지(이점)가 있지 않나 싶다.

ebada@sbs.co.kr

광고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