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랑종' 히로인, 태국의 괴물 여배우를 만나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7.28 12:06 수정 2021.07.28 12:57 조회 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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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릴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흡사 살쾡이 같았다. 야생 동물처럼 집안을 휘젓고 다니다가 카메라를 발견하고 노려보는 그 눈빛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탈을 쓴 금수'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모습이었다. '랑종'의 히로인 나릴야 군몽콘켓(21)에 관한 말이다.

태국의 배우가 한국에서 이토록 주목받은 경우가 있었던가. 15살 때 광고모델로 데뷔한 나릴야 군몽콘켓은 태국에서 CF와 청소년 드라마에 출연하며 이제 막 얼굴을 알린 신예다.

"신선한 얼굴을 찾고 싶었다"는 반종 피산다나쿤의 생각에 딱 들어맞는 배우였다. 반종은 "머릿속으로 생각해온 밍의 캐릭터에 가장 부합했다. 또한 오디션 참가자 중에서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가장 뛰어났다"라고 군몽콘켓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감독의 직감은 정확했다. 많지 않은 경험은 시나리오 속 캐릭터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기반이 됐고, 감독의 디렉팅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군몽콘켓의 동물적이고 직감적인 연기로 인간과 악령 사이의 '밍'이 탄생할 수 있었다.

데뷔작으로 까다로운 한국 관객을 사로잡고 열성적인 팬덤까지 형성하게 된 나릴야 군몽콘켓을 화상으로 만났다.

한국 팬과의 소통을 위해 최근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군몽콘켓은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한국말로 인사하며 취재진에게 미소 지었다. 영화 속에서 보던 그 섬뜩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나릴

Q. '랑종'은 한국에서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최단기간 손익분기점(4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개됐고, 이처럼 좋은 성과까지 얻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A. 정말 정말 기쁩니다. '랑종'이 잘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기대를 못했어요. 저는 요즘 SNS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데요. 한국 개봉 이후 SNS 팔로우 수가 급증했어요.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한국어도 배우기 시작했어요.

Q. 다섯 번의 오디션 끝에 '랑종'에 캐스팅됐다고 들었습니다. 나홍진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의 협업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A. 처음에 캐스팅 회사를 통해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요. 반종 감독 영화인지 모르고 참여했어요. 태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하고 유능한 감독이시거든요. 오디션에서 '밍' 역할을 제안하고 연기해보라고 했는데 압박감까지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였어요. 제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도전 정신이 강하거든요. 나중에 반종 감독과 나홍진 감독의 협업 프로젝트라는 것을 알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나릴야

Q. 그동안 많은 오디션을 봤을 텐데 '랑종'만의 특별함이 있었을까요? 또 영화 촬영 당시 반종 감독이 가장 많이 한 디렉션은 무엇이었나요?

A. 그동안 참여했던 다른 작품의 오디션과 비교해 시나리오 자체가 특별했어요. 대사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흐름이 강조된 작품이라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태국의 무속신앙, 토속 신앙에 대해 자세히 나와있었고, 모든 상황이 진짜처럼 여겨졌어요. 감독님께서는 제가 촬영 상황에 몰입하고 리얼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많은 자유를 허락해주셨어요.

Q. 밍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잘 소화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한 점이 있다면요?

A.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기에 많은 공부가 필요했어요. 감독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시고 레퍼런스가 될 사진이나 영상도 많이 보내주셨어요. 밍의 표정, 행동 하나하나까지 감독님과 논의하면서 만들어나갔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순간순간의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었어요. 왜냐하면 밍의 이상 징후가 발현한 이후에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행태들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죠. 워크숍에서도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안무가 선생님, 한국의 박재인 안무가, 감독님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촬영에 앞서 워크숍을 충분히 진행했기에 밍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랑종

Q.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연기했을까 싶을 정도로 난도 높은 연기가 많았는데요. 특히 어려웠던 장면이 있다면요?

A. 모든 장면이 어려웠지만 후반부에 '밍'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상태일 때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밍'의 이상 행동을 실감 나게 보여주기 위해 한국의 박재인 안무가가 촬영해서 보내준 영상을 많이 봤어요. 촬영 전에 감독님과 충분히 연습을 하고 촬영에 들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Q. 접신 연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A. 후반 촬영분부터는 악령이 제 몸 안에 함께 있는 거란 걸 항상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인간처럼 보여도 실패하고, 악령으로만 보여도 실패라 인간과 악령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종교, 무속신앙에 대한 평소 생각도 궁금하네요. 종교가 있으신가요? 또한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는지요?

A. 태국에는 무속신앙이 고대부터 지금까지 존재해왔고,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에게 구석구석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저 역시 어릴 때부터 많이 믿어왔고요. 저를 포함해 저의 가족은 모두 불교입니다. 불교에도 사후 세계에 대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혼령이 있다고 믿어요. 나홍진 감독의 말씀처럼 저도 귀신은 100% 있다고 생각합니다.

랑종

Q. 영화를 보다 보면 업보와 대물림의 저주가 왜 하필 '밍'에게 갔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영화에서 밍의 자아에 대한 묘사나 내면의 목소리가 많지 않았던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으신가요?

A.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밍이 인간이 아닌 모습을 연기하는 모습에 굉장한 도전 의식을 느꼈고요. 힘든 장면을 연기하는 게 배우로서 재밌고 행복했습니다. 밍이 가장 많은 업보를 받았지만 다른 가족도 많은 업보를 받았다고 생각해요.

Q. 제작자인 나홍진 감독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A. 예전에 친구에게 정말 무서운 공포영화가 있다며 추천받은 작품이 있었는데 그게 '곡성'이었어요. 한 번에 영화를 보지 못할 정도로 무서워서 계속 영화를 끊어봤던 기억이 나네요. 무섭고 놀라운 영화였습니다. 숨이 멎을 거 같았어요. 그런데 그게 나홍진 감독 영화의 매력이죠.

나릴

Q. 국내 팬들과 한국어로 소통하시던데 한국 진출에 대한 관심도 있으신가요?

A. 제 SNS에 많은 한국 팬들이 한국어로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남겨주시는데, 그분들과 한국어로 소통하면 좋을 것 같아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읽고 쓰기를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한국에 진출할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연예 산업이 워낙 발전한 나라잖아요. 한국의 감독님들이 저에게 기회를 주신다면 기쁨 마음으로 해보고 싶어요. 저는 새로운 것, 어려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Q. 영화 데뷔작이 '랑종'인데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A. 그런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었어요. 밍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죠. 차기작을 하게 된다면 또 그 캐릭터에 최선을 다할 것이기 때문에 걱정하거나 염려하지 않아요.

Q. '랑종'은 한국에서 먼저 선을 보였고, 곧 모국인 태국에서 개봉하게 될텐데요. 자국의 흥행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A. 태국에서 아직 개봉은 안 했지만, 트위터를 통해 '랑종'의 티저 예고편이 공개된 후 반응이 굉장했어요. 키워드 랭킹 1~3위까지가 '랑종'과 관련된 것일 정도로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랑종'은 태국에서는 굉장히 새로운 장르의 공포 영화예요. 태국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믿고 있는 무속적인 요소들이 리얼하게 표현돼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릴야

Q. 연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A. 15살에 광고 모델로 데뷔했어요. 광고 촬영이 아침 6시에 시작해 그다음 날 아침에 끝났는데도 힘들다기보다는 재밌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후 청소년물, TV 드라마 오디션을 보고 출연을 하면서 '내가 연기를 사랑하는구나', '이게 내 천직이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작품을 하면서 관객, 시청자는 물론이고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이 직업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연기하는 것은 제게 즐거운 일이에요. 물론 앞으로도 더 많은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랑종'이 군몽콘켓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것 같은가요?

A. 제 인생에 있어서 최고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반종, 나홍진 감독님에게도 이런 말씀을 많이 드렸어요. 제게 기회를 주신 두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평생 기억할 거예요.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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