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수)

스타 스타는 지금

[인터뷰] 홍대 이작가 "구혜선 작품 비판? 할 말 했다"

강경윤 기자 작성 2021.05.14 16:06 수정 2021.05.14 16:40 조회 4,381
기사 인쇄하기
이규원 홍대 이작가

[SBS 연예뉴스 ㅣ 강경윤 기자] 배우 구혜선, 솔비, 하정우 등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작품을 비평했다가 거센 반론에 직면한 이규원(40) 작가가 입을 열었다.

'홍대 이작가'로 활동하는 이규원 작가는 최근 팟캐스트 방송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구혜선의 작품에 대해 "입시 학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며 "본업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는 혹평을 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가장 먼저 반발한 건 구혜선이었다. 그는 "문턱 낮은 예술을 지향하고 있다."며 '섬세화'에 대한 억대의 판매 수익을 기부했다는 사실을 직접 알렸다. 구혜선은 "모든 이의 인생이 예술로 표현될 수도, 마음먹은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도 있다."고 맞섰다.

방송 이후 이 작가가 "용기 있게 할 말을 했다."며 응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반면 구혜선의 반론에 동의하는 쪽과 진중권 전 교수와 조영남 작가도 한 마디씩 보태면서 논쟁은 더욱 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가의 발언은 '연예인 미술 작가에 대한 작품 비평'이 얼마나 민감하고 첨예한 주제였는지 확인한 사건이 됐다.

Q. 방송에서 한 연예인 작가에 대한 비평이 일주일 넘게 뜨거운 감자였다.

"비평가가 아닌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작가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내가 직접 느끼고 미술계에서 나오는 말들을 솔직히 전달한 것이었다. 방송 이후 동료 작가들의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용기 내서 고맙다'는 반응이었다."

구혜선

Q. 구혜선 씨가 한 반론도 봤을 텐데 이에 대한 입장은?

"구혜선 씨 글을 봤다. 구혜선 씨로부터 '네 갈 길 가라. 난 내 갈 길 가겠다. 비하는 범죄다'란 원망 섞인 SNS 메시지도 받았다. '왜 남의 작품을 평가하냐'고 묻는다면 유명인의 작품이기에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보통 예술가들은 짧게는 대학 4년 길게는 유학 포함 7~8년 동안 내내 교수님, 동료들, 평론가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고 미술작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다. 그동안 구혜선 씨가 작품에 대해, 또 미술 작가로서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너무나 익숙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Q. 비평을 할 때 좀 더 진지한 분위기로 했으면 반응이 달랐을 거란 생각도 든다.

"그 부분은 나도 아쉽다.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는 웃음을 지향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일부 표현이 다소 가벼웠을 순 있다. 그 부분을 '매불쇼' 청취자들은 감안해서 들었을 테지만 기사로, 텍스트로만 접한 분들은 오해가 있을 수 있다."

Q. 이 비평을 '홍대 출신 작가의 권위의식'이라며 반발도 만만치 않더라.

"'홍대 나온 사람만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해본 적도 없고 동의하지도 않는다. '홍대 이작가'가 방송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일 뿐이다. 일부 분들이 그런 식으로 비판하시던데 절대로 사실이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구혜선

Q. 논란이 된 '평가할 수 없다'는 비평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런 평가는 나를 비롯해 미술계의 중론이다. (아, 미술협회는 제외시키겠다.)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건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는 것이고, 비평할 수 없는 작품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창작자로서 불쾌할 순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이 작품으로만 최소 2억 4천만원의 수익을 창출했다고 하지 않았나. 통상 갤러리와의 계약 등을 감안하면 작품으로만 4억원 대의 작품을 판매한 작가라는 뜻이다. 작품에 대한 비평을 받을 만한 위치에 있지 않나 반문하고 싶다."

Q.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구혜선 씨가 하는 '섬세화'는 미술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시작 단계에서 흔히 하는 스타일이라 예술적 가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작품에 대한 본인의 해석도 '본인의 느낌', '갈망하는 자유' 등인데, 이런 식의 메시지는 평가할 수 '없다'가 내 판단이었다. '예술은 평가하는 게 아니며,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한 구혜선 씨의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예술도 엄연히 학문으로서 발전해왔다. 수많은 현상이나 활동 그 안에서 예술성을 찾겠다는 것이지, 아무렇게나 내 느낌을 그린 그림이나 표현을 모두 예술 작품으로 인정할 순 없다."

Q. 굳이 많은 이들에게 불편할 수 있는 생각을 언급한 이유가 있는지.

"간단하다. 말할 법 한데 아무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를 정정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예를 들어, 구혜선 씨가 '예술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무료 전시를 한다'는 발언은 좀 의아하다. 미술관이 아닌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회는 모두 무료다. 어떤 의미에서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예술 전시를 잘 모르는 분들에겐 혼란만 준다. 오래 지난 일이지만 예고 입시에서 유화를 준비했다가 떨어졌다던 구혜선 씨의 인터뷰도 읽어본 기억이 있는데 무슨 말인지 여전히 납득이 안된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차차 기회가 될 때 하겠다."

이규원 작가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뒤 영국 런던대학교를 거쳐, 홍익대학교 박사를 수료한 뒤 영남대 회화과 객원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3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개인전과 단체전을 포함해 20건 가까이 전시회를 열었다. 최근에는 미술 비평으로 방송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홍대 이작가
홍대 이작가
홍대 이작가

이미지=이규원 작가 제공, 구혜선 SNS 제공

kykagn@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