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송중기, 자포자기 마인드 바꾼 '승리호'라는 모험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2.18 18:28 수정 2021.02.18 18:33 조회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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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촬영 당시 저의 마음과 태호의 마음이 '자포자기' 상태로 정체돼 있다는 점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지난 2월 2일 열린 '승리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송중기가 던진 말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제작비 240억 원이 투입된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했지만 이혼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한 송중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날이기도 했다.

이날 송중기는 '자포자기'라는 단어를 통해 '승리호' 촬영 당시의 심리 상태를 표현했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와 개인의 심리 상태를 동일시한 표현이었지만 언론과 대중의 입장에선 후자의 배경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기도 했다.

또한 말의 의도가 어찌 됐든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표현이었다. 이혼이라는 개인사가 베일에 가려져 있고, 무엇보다 상대는 아무런 말이 없는 가운데 송중기의 단어 선택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단어를 쓰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인터뷰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말 그대로였고 말씀드린 게 다였다. 제 말 그대로 태호 인물에 그 단어를 썼던 건 실제로 그랬고 당시에 나와 비슷했기 때문에 말씀을 드렸던 부분이었다. 자세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도 있지만 개인사라서 여백의 미를 남겨두고 싶다."

송중기

이번에는 '여백의 미'라는 표현을 썼다. 더 이상의 언급은 삼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대신 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가득 채웠다. '자포자기'했던 자신을 일으켜 세운 '승리호'라는 모험과 도전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화였다.

'승리호'라는 도전은 모험이라는 단어와 함께 언급해도 무방했다. 할리우드만이 할 수 있는 장르처럼 여겨졌던 우주 SF의 한국화는 기대만큼 우려도 컸기 때문이다.

송중기는 '늑대소년'으로 인연을 맺었던 조성희 감독의 야심 찬 도전에 기꺼이 몸을 실었다. 그리고 이 여정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 환영을 받으며 기대 이상의 성적과 반응을 얻고 있다.

'군함도' 이후 약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송중기의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Q. 온라인 화상 인터뷰는 처음인데 기분이 어떤가?

A. 내 성질과 안 맞는다. 기자분들을 직접 뵙고 티키타카를 해야 하는데 말이다. 내 얼굴이 화면에 혼자 떠 있으니 많이 외롭다. (송중기는 영상 전원을 끈 기자들에게 화면을 켜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빨리 대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Q. 코로나19로 인해 '승리호'를 넷플릭스를 통해 선보였다. 전 세계 28개국 영화 차트에서 1위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소감이 어떤가?

A. 얼떨떨하다. 넷플릭스 영화 순위에 '승리호'가 올라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정말 우리 영화 얘기를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했다. 성격상 작품이 잘 되든 안 되든 덤덤한 편인데, 좋은 평가가 많이 나와 놀라고 있다. 기분 좋은 건 사실이다.

승리호

Q. '승리호'는 '늑대소년'으로 처음 만난 조성희 감독이 오래전부터 구상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작품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승리호'가 그리는 우주 세계가 잘 연상되지 않았을 법도 하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국내 SF영화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기도 했고.

A. 대본으로만 봤을 땐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은 것도 있었다. 시나리오만 읽고는 시각화가 안 되는 상황이기에 나노봇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우주 쓰레기 청소선에 대한 개념도 잘 안 잡히더라. 우주에 쓰레기가 떠다닌다는 사실도 몰랐으니까. 작품에 대한 불확실한 점은 분명 있었다. 그렇다고 막막하지는 않았다. 대본을 받아보고는 역시나 출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확신이 든 이유를 꼽자면?

A. 나는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시도에 끌리는 사람인 것 같다. 안 해봤던 작품을 해냈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을 좋아한다. 사실 '늑대소년' 때도 미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왜 그렇게 막연한 작품을 선택하냐고 말이다.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어차피 아무도 모르는 거다. 미래를 모른다면 결국 내가 당시 느낀 감정이나 '촉'을 믿는 게 최고인 것 같다.

Q. 조성희 작품과 두 작품을 함께 했다. 그만의 개성과 강점은?

A. '늑대소년' 때는 조성희 감독도 나도 '애기'였다. 그래서 서로 더 돈독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조성희 감독에 대해 모든 장르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섭렵한 '천재 괴짜'라고 생각했었다. '승리호'로 두 번째 만나면서는 생각이 좀 달라졌다. 그는 보이지 않게 엄청난 공부를 하는 사람이다. '승리호' VFX 스태프가 말하길, 영화감독님 중에 이렇게 VFX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다. 그러니까 '노력형' 괴짜다. 어릴 때부터 빠져 있던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부터 나온 상상력과 노력이 맞물려 지금 조성희 감독의 독특한 세계가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토속적인 느낌이 많이 담긴 작품을 만든다. 그의 '유니크함'을 믿었다. 또한 사람으로서의 진정성도 당연히 믿었다.

승리호

Q. '승리호'를 통해 경험했던 새로운 기술적 도전에 대해 말해달라.

A. '신과 함께'를 볼때도 "대박"을 외치면서 봤었던 기억이 있다. 새로운 VFX 기술이 워낙 많아 충격적이었다. 그 뒤로 중국 영화 '유랑지구'에 참여했던 친한 VFX 스태프에게 우리나라 VFX 기술이 이미 너무나 대단한 수준에 올라 있다는 말을 들었다. '승리호'는 그 기술력을 우주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옮긴 것 뿐이다. 그중에서도 우주 유영 장면은 스태프도 나도 처음 시도해보는 거라 더 집중해서 찍었다.

Q. 우주 유영 시퀀스 촬영 과정이 궁금하다.

A. 기본적으로는 와이어 촬영이었다. 허리에 와이어를 차고 찍는 액션 신은 많이 해봤지만 다리 양쪽까지 묶고 나를 공중에 매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에서 수영하는 것 같은 동작이 나와야 했다. 몸이 부우웅~ 떴다가 배우가 다 같이 착지 동작을 해야 했는데, 그 합이 맞지 않으면 다시 촬영해야 했다. 진선규 형이 우주에서 빙빙 도는 신은 형의 몸을 묶어놓고 돌린 뒤에 일부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한 거다. 여러 가지 기술과 후반 작업을 거쳐 나온 장면들이다.

Q. 그 외에도 만족도가 높았던 장면을 꼽자면?

A. 제일 좋아하는 신은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다른 멤버들을 믿고 나 혼자 지구 방향으로 급강하했다가 다시 수직으로 올라가는 장면이다. 실제 세트를 움직여가며 다양한 카메라 기법으로 촬영한 기억이 난다. 긴박한 장면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잘 나왔다. '승리호'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초반의 우주 쓰레기 수거 장면과 '업동이'의 작살잡이 장면도 유쾌해 좋아한다.

승리호

Q. '승리호'는 여성(장선장)이 리더로 등장하는 영화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김태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돋보이는 배우고, 영리한 배우인데 호흡은 어땠나? 촬영 중 이 배우의 남다른 면을 봤다 하는 에피소드나 연기가 있었다면?

A. 요즘 김태리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 앞으로는 더 그렇게 될 것 같다. 굉장히 영리한 배우다. 그가 '장선장'이라는 역할을 꽉 채운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내가 "뭔 개소리야"라는 대사를 할 때 태리 씨가 입을 삐죽 내미는 표정이 있는데, 왠지 몰라도 난 그 표정이 좋다. 김태리의 가장 큰 장점은 굉장히 솔직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알맹이가 똘똘 뭉친 사람이고, 엄청난 자신감도 있으면서 상대에 대한 배려도 크다. (진)선규, (유)해진이 형이랑 "오빠들 세 명 사이에서 혼자 뻘쭘할 수도 있는데 참 잘 어울린다. 성격이 좋다"는 말을 많이 했다. 친화력도 좋다.

Q. '승리호'의 유통경로 변화라던가, 특히 영화 촬영 중('보고타') 코로나19로 작업을 중단하고 귀국할 정도로 현장에서 코로나 여파를 체감했을 것 같다. 이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데 배우로서는 어떻게 대처했고, 대처해나갈 예정인지 궁금하다. 또 촬영이 중단된 '보고타'의 현 상황은 어떤가?

A. '보고타'는 저 멀리 30시간을 가야 하는 남미에서 촬영하다가 중도 귀국한 상황이라, 아직 끝을 맺지 못했다. 나 역시 누구보다 코로나19 상황을 체감하고 있다. 감히 뭔가를 예측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주연배우로서 어떻게든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잘 마치겠다는 것이다. '승리호'로 대중과 소통하게 된 것처럼 '보고타'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관계자들과 머리를 싸매고 회의해보려고 한다.

송중기

Q. 최근 1~2년 동안 일에 파묻혀 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일에 매진하고 있는데요. 내면의 성숙과 일에 대한 열정이 맞물리는 시기일 거 같아 기대가 됩니다. 일이나 연기에 대한 열정이 과거와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요즘 느끼는 연기에 대한 재미나 열정 같은 게 있다면? 몰랐던 것의 소중함이랄까?

A. 일에 파묻혀 살지는 않았다. 의도하지 않게 작품의 공개 시기가 겹쳐서 그렇게 보일 수는 있지만 실제 내 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내면적으로 성숙했는지는 몰겠다. 그대로인 것 같다. 사람은 절대 쉽게 안 바뀐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장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라는 걸 예전에 비해 많이 느끼는 요즘이다. 그 행복은 결국 함께하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 덕분이다. 너무 사랑스러운 선규, 해진이 형, 태리, 조성희 감독과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던 게 굉장히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입에 발린 소리 같지만 진심이다. 그게 <승리호>가 내게 남긴 것이다.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빈센조'에서도 그런 행복을 많이 느끼고 있다.

Q.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 송중기의 취미생활이 궁금하다.

A. 최근 하정우 선배님이 쓴 '걷는 사람'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선배님의 라이프 스타일과 마인드 등이 흥미롭고 멋있어 보였다. 최근에는 외국어 공부를 많이 한다. '승리호'에도 스페인어 대사가 있었고, '보고타'도 콜롬비아에서 찍었기에 스페인어를 배웠는데 언어가 참 아름답더라. 현재 촬영 중인 드라마 '빈센조'에서는 이탈리아어를 쓴다. 그래서 그것도 조금씩 배우고 있다.

Q. 최근 소소한 행복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면?

A. 이틀 전에 있었던 일인데 조금 개인적이라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다.(웃음) 5살, 7살 조카들이 '승리호' 캐릭터 그림을 그려서 나한테 보냈더라. 이제 막 스마트폰 메신저를 쓸 줄 알게 된 조카들이 삼촌의 직접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게 최근에 가장 기쁜 순간 아니었나 싶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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