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남주혁의 최선…"매 순간, 나를 쏟아붓는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21.01.05 16:42 수정 2021.01.05 17:05 조회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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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혁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조제' 뿐만 아니라 매 작품 다 쏟아붓는 것 같아요."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를 통해 배우로서 쌓아온 역량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 같다는 평가에 남주혁은 이렇게 말했다. 매 작품, 매 순간이 최선이었다고.

알려졌다시피 남주혁의 출발은 촬영장이 아닌 런웨이였다. 모델에서 배우로 전향한 건 2014년 tvN 드라마 '잉여공주'를 통해서다. 어느덧 데뷔 6년 차, 흐른 시간에 비례에 작품도 차곡차곡 쌓였다.

개수만 늘어난 건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과 경험의 축적에 따라 배우로서의 성장도 점진적으로 이뤄냈다.

최근 방송가와 영화계가 남주혁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그를 캐스팅 보드 최상단에 올려놓는 건 비단 스타성 때문 만은 아니다. 한 편의 작품을 끌고 갈 수 있는 배우로서의 역량, 대중의 사랑이 균형을 이루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남주혁이 이렇게 단 기간에 성장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영화 '안시성'으로 스크린에 데뷔할 당시만 해도 '미완의 대기'처럼 여겨졌다. 싹을 틔우긴 했지만 열매로 영글지는 않은 설익음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수년간 드라마와 스크린을 부지런히 오갔던 그는 열띤 행보의 결과처럼 잘 영글어가고 있다.

영화 '조제'는 오롯이 남주혁의 영화처럼 보일 만큼 감성적으로 한 단계 성숙한 면모를 보여줬다. 빼어난 원작('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있음에도 앞서 캐릭터의 원형을 제시한 배우(츠마부키 사토시)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로 자신만의 감수성을 스크린에 아로새겼다.

조제

◆ '조제'는 남주혁을 남겼다

'조제'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한지민)와 영석(남주혁)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영화. 2004년 개봉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리메이크다.

남주혁은 김종관 감독이 만들어내는 '조제'에 대한 호기심이 자신을 이 영화로 이끌었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섬세하고 깊은 청춘의 모습, 감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감성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평범하면서도 어느 동네에나 있을 것 같은 청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이미 많은 마니아를 확보하고 있는 뛰어난 영화를 리메이크할 때는 '비교'와 '부담감'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과 싸워야 한다. 남자 주인공 영석으로 분한 남주혁도 촬영 전부터 적잖은 부담이 있었을 터다.

남주혁

"부담감이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극을 선택하고 극 안에서 그 인물을 연기할 때는 오롯이 그 순간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이 작품이 완성돼 공개됐을 때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온전히 캐릭터에 잘 묻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남주혁은 촬영을 앞두고 원작을 다시 보지는 않았다고 했다.

"원작은 3~4년 전에 봤어요. 워낙 유명한 영화라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편한 마음으로 본 기억이에요. '조제'라는 작품을 하게 되고 작품에 들어갔을 때는 원작을 다시 보지는 않았어요. 원작을 다시 보고 촬영을 하게 된다면 츠네오라는 인물을 연기했던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를 어느 순간 따라 할 것 같더라고요. 온전히 '조제' 속의 영석을 어떻게 표현해 낼 것인가, 어떻게 영석을 최대치로 뽑아낼 것인가를 김종관 감독과 배우들과 논의해나갔어요."

남주혁이 연기한 영석은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다. 취업이라는 인생의 또 다른 과제 앞에서는 고민에 휩싸여 있으면서 조제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서는 두려움 없이 전진한다. 원작의 츠마부키 사토시가 극의 중심 역할을 했던 것처럼 남주혁도 극 전반을 주도하며 청춘의 표상을 연기해냈다.

극 초중반까지 어눌하고 어설픈 소년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중, 후반부부터는 사랑을 통해 한층 성장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제'는 사랑함으로 인해 성장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을 남주혁은 알고 있었다.

조제

영화의 타이틀롤은 지난해 드라마 '눈이 부시게'로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한지민이 맡았다. 드라마에서 한 장면에 담긴 신이 많지 않았기에 어떤 측면에서는 제대로 호흡을 맞추는 첫 번째 작품이기도 했다. 두 배우의 나이 차는 12살. 또래의 청춘 남녀가 만나 교감하는 원작의 설정과는 큰 차이가 있다. 미스 캐스팅으로도 볼 수 있는 둘이 조합이 낯설게 다가오지 않았던 건 앞선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안정된 호흡의 덕이 컸다.

"사실 '눈이 부시게' 때는 생각보다 (한)지민 선배님과 마주 보며 연기하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조제'를 통해 긴 기간 촬영을 하는 게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선배님은 자신의 촬영이 없을 때에도 저의 매 신, 매 촬영마다 도와주셨어요. 상대 배우가 연기할 때 온전히 100퍼센트를 내주는 게 쉽지 않은데 선배는 그런 자세를 시종일관 보여주셨어요.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제

남주혁은 영화 속에서 인상적인 눈물 연기를 두 차례 보여준다. 조제와의 이별은 앞둔 복잡한 감정을 쏟아낸 듯한 수족관 장면과 이별 후 세월이 흘러 회한에 젖어 차 안에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그것이다.

"저희 영화는 시나리오 순서대로 촬영을 했기 때문에 그 장면을 찍을 때는 감정적으로 충분히 쌓여있었어요. 수족관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촬영이었는데 감정이 올라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쌓인 게 너무 많아서 여러 번 찍은 경우예요.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을 것 같았어요. 눈물을 흘리는 것과 흘리지 않고 담담하게 연기하는 것 둘 다 괜찮을 것 같아서 다양한 시도들을 했던 것 같아요."

남주혁

◆ 청춘물과 멜로물 안에서의 남주혁

남주혁은 남자 관점의 멜로가 드문 충무로에서 '조제'의 주인공을 맡아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서 멜로 연기를 하면서 어떤 즐거움을 느꼈을지도 궁금했다.

"멜로는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감정을 좀 더 깊게 보여줄 수 있는 장르인 것 같아요. 대사나 표정 등을 통해 감정을 좀 더 다채롭게 깊게 표현함으로써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남주혁은 청춘물을 통해서도 자신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폭넓게 어필해왔다. 스스로도 청춘물에 대한 애정을 밝히며 "대본을 일반인의 입장으로 봤을 때 저에게도 와 닿는 대사, 감정적인 장면들이 있어요. 한 번 표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큰 거죠.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가 다소 현실적이지 않더라도 현실성 있게 다가가려는 욕심을 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올해로 스물일곱, 작품 안에서나 밖에서나 청춘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그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일까.

남주혁

"제가 생각하기에 저의 20대의 청춘은 정말 감사한 순간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이 일을 더 열심히 잘해보려고 하고 있는 이 순간이 쉽게 오지 않는 걸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이 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고 좀 더 잘 만들어가고 싶어요. 잘 해내고 싶기 때문에 불안해요. 사람마다 가진 불안은 다르다 보니 조심스럽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지만 제겐 좋은 순간인 것 같아요. 이런 순간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풀어지지 않고 더 노력하고 더 성장하고 싶어요"

카메라 밖 남주혁의 일상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일상 속 남주혁은 어떤 모습이며 어떤 것을 즐길까도 궁금했다. 그는 "남들과 다르지 않게 평범하게 산다"면서 "집에서 게임하는 거 좋아하고 작품 찾아보는 것도 좋아해요. 그리고 혼자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요. 또 갑자기 혼자 대사를 치기도 하고요.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죠. 정말 평범함의 끝인 것 같아요. 남과 다를 것 없는 일상, 온전히 소소하게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라고 웃어 보였다.

남주혁은 최근 드라마 '스타트업'과 영화 '리멤버'의 촬영을 마쳤다. 향후 계획으로는 딱히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멈춰있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도 보여드릴 것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고민할 거예요. 앞으로의 배우 인생을 서두르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서 나아가고 싶어요. 그게 저의 목표입니다"라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매 순간, 자신을 쏟아부으며 산다는 남주혁, 그의 다음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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