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 정우 "연기 욕심 많아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했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20.11.20 13:12 수정 2020.11.20 14:38 조회 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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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정우가 연기 방식과 접근법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더 넓은 시야로 영화와 사람을 품고 싶다는 의지였다.

18일 오후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의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가진 정우는 지난 배우 생활을 돌이켜보며 "연기에 대한 욕심을 많이 부렸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너무 고통스럽게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과거의 나는 너무 투박하고 원초적이었달까."라고 말했다.

정우는 "이기적으로 연기만 생각하면서 촬영장을 다녔다. 내 연기만 생각하면서. 어느 날 '배우란 직업은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이렇게 날 힘들게 할까' 란 생각이 들었고 내 주변 사람도 힘듦을 느끼겠구나 싶더라. 이젠 다른 식으로 연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기적이라는 말에 어떤 의미가 담긴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정우는 촬영장에서 연기에 깊게 몰입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주변을 돌보지 않고 자기 것에만 몰두해온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일 수도 있겠다.

이웃사촌

그러나 옆에서 본 사람의 시선은 조금 달랐다.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선배 배우 오달수는 정우에 대해 "지금까지 같이 연기를 해본 배우들 중에서 정우 씨처럼 열심히 하는 배우를 잘 못 봤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나 싶을 정도였다. 감정도 너무 풍부했다.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정우는 영화 '이웃사촌'으로 약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게 되어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만든 이환경 감독이 연출을, 정우와 오달수가 주연을 맡았다.

'이웃사촌'은 이같은 고민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연기에 힘이 있으면서도 한층 유연해졌다는 느낌을 준다.

이번 영화에서 자택 격리된 정치인의 가족을 도청하는 인물 '대권'으로 분해 웃음과 눈물을 유발하는 열연을 펼쳤다.

정우

정우는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너무 욕심이 났다"고 출연 이유를 밝히면서 "처음에 대본을 읽을 때는 '대권'이라는 인물이 좀 투박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의식'을 도청하면서 캐릭터에 변화가 생기고, 마지막에는 사람 간의 우정과 이해, 인간적 도의 등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 또 냉철한 모습 너머로 왠지 모를 연민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더 좋았다"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밝혔다.

특히 영화 후반부 인물이 각성을 하고 결단을 내리는 장면에서는 뛰어난 감정 연기로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뛰어난 열연을 펼친 것과 관련해 정우는 "감정 신은 언제나 두렵다. 촬영 현장이 매번 배우에게 맞춰질 수 없고 감정 위주로 찍을 수도 없으니까. 그날도 그랬다. 테이크를 여러 번 갔다. 그러면서 내가 준비했던 감정이 닳아서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제로가 된 순간엔 굉장히 속상하고 안타깝고 두렵기도 했다. 그때 배우들은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이환경 감독님께서 큰 힘을 주셨다. 내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이야기들을 해주고, 대사도 바꿔주셨다. '날 위해 다가와 주는 내 편이 있구나' 이런 게 배우에겐 큰 힘이 된다. 감독님은 그렇게 가슴으로 디렉션을 하셨다."고 감독의 공으로 돌렸다.

이번 영화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극장 상영이 다 끝나 봐야 알 것 같다"고 유보하면서도 "연기적으로는 한 단계 성장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 끝에 얻은 결론은 '즐기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우는 "예전에는 제 자신을 괴롭혔다면 이제는 즐기면서 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장르 역시 다양화하고 싶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정우는 "그때그때 좋아서 한 작품들이지만 실화 베이스의 영화들이 많았던 것 같다. 요즘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작품은 유쾌한 드라마가 될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또한 올 한 해 부지런히 찍었던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뜨거운 피'에 대한 기대도 부탁했다.

정우는 "언제나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고 싶은 게 배우의 욕심이다. 작품이 쌓이고 경험이 쌓일수록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게 나의 자산인 것 같다. 선배들이 '남자 배우의 시작은 40대부터'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관객들을 향해 약속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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