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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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존 윅'은 여전히 특별하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9.07.03 13:18 수정 2019.07.03 14:34 조회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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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윅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느려졌군"

"5년이나 은퇴해 있었잖아"

"그래도 존 윅이야. (싸워) 보면 알겠지.

뉴욕 콘티넨탈 호텔 안 유리의 방에 선 두 동양 남자(야얀 루히안, 세셉 아리에프 라흐만)는 존 윅(키아누 리브스)을 앞에 두고 이 같은 대화를 나눈다. 본격적인 싸움에 돌입하기 전 몸을 풀어봤더니 명성과 달리 몸이 둔하다는 평가였다. 3분 후, 두 사람은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나이 들고, 느려졌어도 존 윅은 존 윅이었다. 존 윅이 '존 윅: 리로드'(2017) 이후 2년 만에 돌아왔다.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인 '존 윅: 파라벨 룸'은 현상금 1,400만 달러를 노리는 전 세계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존 윅'(키아누 리브스)의 평화를 위한 전쟁을 그린다.

존윅

2편에서 콘티넨탈 호텔을 본격 등장시키며 세계관 확장을 보여준 '존 윅' 시리즈는 3편을 통해 '존 윅 유니버스'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다. 많은 이들은 3부작으로 영화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3편이 시리즈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두며 마침표는 쉼표로 바뀌었다. 4편 제작을 확정함과 동시에 TV 시리즈 제작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를 잃고, 차를 잃으며, 국제암살자연맹 최고 회의에서 파문당한 존 윅의 복수는 현재 진행형이다.

존윅

◆ 엉성한 서사를 채운 건 예술 경지의 액션

"개연성을 따질 시간에 존 윅은 사람을 죽인다."

'존 윅' 시리즈의 개성과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우스갯 말이다. 이 시리즈에서 개연성을 단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1편 때만 하더라도 "이게 말이 돼?"와 같은 볼멘소리가 나왔지만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존 윅 유니버스'는 견고해졌다.

존 윅이라는 불세출의 캐릭터와 콘티넨탈 호텔로 대표되는 킬러 세계, 어둠의 지배자 12인을 의미하는 최고 회의, 영화가 보여주는 예술 수준의 액션 디자인, '존 윅' 만의 분위기에는 분명 일관성이 있다. 무엇보다 장르에 충실한 다채로운 액션의 향연은 마니아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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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언급됐던 콘티넨탈 호텔은 2편에서 존 윅의 주무대가 된다. 호텔의 룰을 어기고 쫓기는 존 윅은 3편에서 콘티넨탈 호텔 뉴욕 지부에서 다시 한번 결전을 벌인다. 1편에서 "개 때문에 이 사달이 났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했다면 3편에서는 "설정이 왜 이렇게 쉽게 허물어지느냐"는 지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액션 디자인의 창의성 면에서도 조금은 아쉽다. 총기 액션의 통쾌함은 줄고 단조로운 주먹다짐이 늘어난 탓이다. 게다가 치열한 전투를 펼쳤던 2편으로부터 약 한 시간 이후의 상황을 다루다 보니 육탄전에서 존 윅의 몸 상태가 지나치게 둔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3편은 미국과 모로코를 오가는 다채로운 로케이션과 그랜드 센트럴, 공립 도서관, 콘티넨탈 호텔, 사하라 사막 등의 폭넓은 공간 활용, 개와 말까지 액션의 파트너로 합류시킨 아이디어, 상상 이상의 무기 사용 등으로 볼거리를 확실하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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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아누 리브스의, 키아누 리브스에 의한, 키아누 리브스를 위한

1편 8천 800만 달러, 2편 1억 7천만 달러, 3편 3억 달러(상영 중). '존 윅' 시리즈의 드라마틱한 흥행 가도는 키아누 리브스의 제2의 전성기와도 연결된다.

1990년대 '스피드', 2000년대 '매트릭스' 시리즈를 찍으며 할리우드 최고의 액션 스타로 군림했던 키아누 리브스는 2005년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 때는 약혼녀와 친동생의 죽음으로 긴 슬럼프를 겪으며 "노숙자가 됐다"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키아누 리브스는 2014년 '존 윅' 시리즈를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이 영화는 '매트릭스' 시리즈와 '콘스탄틴'에서 키아누 리브스의 스턴트맨을 했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의 첫 번째 액션 영화 연출작이기도 했다. 제작 당시만 해도 저예산 B급 액션 영화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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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존 윅'은 '네오'('매트릭스' 속 캐릭터 이름)로 대표되던 키아누 리브스의 인생 캐릭터를 바꿨다. 많은 이들은 이제 키아누 리브스를 존 윅으로 기억한다.

1964년생인 키아누 리브스는 올해 쉰다섯 살이 됐다. 액션 연기를 하기에 너무 많은 나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존 윅' 역시 노병에 가까운 은퇴한 킬러다. 단 그에게는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키아누 리브스는 존 윅의 닉네임을 고스란히 이어받을 액션 배우가 돼가고 있다.

배우에게 있어 캐릭터와 혼연일체 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아무에게나 오는 축복은 아닐 것이다. 이제 키아누 리브스 없는 존 윅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이 특별한 것은 그가 액션 연기를 잘해서 만은 아니다. 액션을 잘하는 배우는 많다. 고독한 눈빛, 쓸쓸한 뒷모습이 주는 애수와 연민이 존 윅이라는 캐릭터에 투영돼 관객으로 하여금 깊은 감정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열 마디도 채 되지 않는 대사로도 관객이 존 윅의 내면을 읽을 수 있는 건 말이 아닌 몸짓과 눈빛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키아누 리브스만의 특별한 능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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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윅 유니버스'는 계속된다

'존 윅' 시리즈는 다행히도 '테이큰' 시리즈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았다. 3편의 재미와 완성도에 대한 이견은 갈리지만 시리즈의 특·장점은 비교적 잘 계승됐다.

무엇보다 '존 윅'의 액션은 앞으로도 더 보고 싶다는 것이 관객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채드 스타헬스키(감독)와 데릭 콜스태드(각본가)는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3편을 위해 무너뜨린 설정들을 재정비하고, 4편을 위해 깔아 놓은 포석들을 시나리오로 발전시켜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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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부터 로렌스 피쉬번을 합류시키고, 3편에 할리 베리를 등장시키면서 캐릭터를 보강해나갔던 노력은 4편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콘티넨탈 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될 TV 드라마에 대한 기대도 높다. 킬러들의 세계를 어떻게 드라마로 발전시켜 나갈지 만약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 빈자리는 누가 채울지도 궁금해진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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