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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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스타 이즈 본', 올드 패션에 빠졌다…왜?

김지혜 기자 작성 2018.10.17 13:43 수정 2018.10.19 16:15 조회 1,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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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내, 외신의 호평이 조금은 갸우뚱할 수도 있다. 잘 만든 음악영화인 것은 맞지만 멜로 영화로서의 개성이 있을까라는 측면에서는 섣불리 "예스(YES)"라고 답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다. 여자 주인공의 스타 탄생기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변형된 비극처럼 보이기도 한다.

지난 9일 국내 개봉한 '스타 이즈 본'(감독 브래들리 쿠퍼)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스타 이즈 본'은 노래에 놀라운 재능을 가진 무명가수 앨리(레이디 가가)가 자신이 공연을 하던 바에서 우연히 톱스타 잭슨 메인(브래들리 쿠퍼)을 만나 격정의 사랑을 이루고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뮤직 드라마. '원스', '비긴 어게인'의 뒤를 잇는 근사한 음악 영화의 등장이다.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순위는 4~5위권이지만, 체감 인기는 더 뜨겁다. 단순히 영화 감상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남긴 음악의 여운을 곱씹는 매력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철 지난 올드 패션(Old Fashioned: 구식)인줄 알았는데 지금 이 시대의 관객에게 강력한 소구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남 연기파 배우인 줄로만 알았던 브래들리 쿠퍼가 연출은 물론이고 수준급의 노래 실력까지 뽐냈다. 또한 미국 음악계 최고의 퍼포먼스형 가수인 레이디 가가가 가창력은 물론이고 숨겨둔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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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탄생', 세 번째 리메이크…해묵은 이야기라지만

영화 줄거리를 보고 '이 기시감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스타 이즈 본'은 리메이크 영화다. 1937년 '스타 탄생'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해 성공을 거둔 영화는 1954년과 1976년에도 리메이크된 바 있다. 약 20년 주기로 여러 차례 만들어졌던 영화는 2018년 또다시 리메이크됐다.

소재가 사골이라면 이미 세 차례나 만들어진 '스타 탄생'은 액기스가 다 달았을 법도 하다. 가수가 주인공이었던 원작은 리메이크작에서 배우가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극영화 형식이었던 영화는 뮤지컬 영화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2018년 버전의 '스타 이즈 본'은 원작의 뼈대를 충실히 계승하며 21세기에도 어필할 수 있는 음악 영화이자 로맨스 영화로 재탄생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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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이즈 본'은 앞선 영화들의 빈틈을 매우는 드라마 구성으로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다. 단순히 빅스타가 신성을 스타로 도약시키며 사랑에 빠지는 비현실적 멜로에만 방점을 찍지는 않았다. 잭슨과 앨리가 일과 사랑, 꿈과 성공을 쫓으며 겪는 환희와 좌절은 주인공 두 사람에게만 국한된 이슈가 아닌 관객들 각자에게도 대입 가능한 현실적인 이야기다.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던 록스타는 어린 시절의 불우한 기억과 청력을 잃어가는 현실적 비극 속에서 방황한다. 방황의 끝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는 나뉠지라도 그가 그렇게 괴로워하는 것에 대한 공감 지수는 충분하다. 또한 쇼비즈니스 세계에서 화려한 성공과 자신의 색깔 사이에서 갈등하는 앨리의 고뇌도 충분히 와닿는다.

무엇보다 '스타 이즈 본'은 두 주인공의 매력과 앙상블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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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가가의 맨 얼굴…가창력은 최고&연기도 기대 이상

스테파니 조앤 안젤리나 저머노타(Stefani Joanne Angelina Germanotta). 아무리 불러봐도 이 이름은 낯설지만 '레이디 가가'는 단박에 이미지가 따라붙을 만큼 강렬하다. 2008년 싱글 앨범 '저스트 댄스'(Just Dance)로 혜성처럼 등장한 레이디 가가는 뛰어난 가창력과 전위적인 무대 연출로 미국 팝음악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음악성만큼이나 화제를 모은 것은 독특한 패션과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요란한 메이크업이었다.  

'스타 이즈 본'은 레이디 가가의 맨 얼굴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배우로 도전장을 내민 레이디 가가는 무대 위 화려한 화장을 벗겨내고 맨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드렉퀸 클럽에서 노래하는 앨리의 삶은 데뷔 전 작은 클럽에서 노래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레이디 가가의 과거와 다르지 않다.  

1976년 개봉한 '스타 탄생'의 주인공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레이디 가가의 외모는 닮은 면이 있다. 유난히 큰 데다 매부리인 코도 그렇고 작고 단단한 체구 또한 닮았다. 무엇보다 빼어난 음악성을 겸비한 디바라는 점이 꼭 닮았다.

이번 영화에서 기계음을 뺀 레이디 가가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며, 엄청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또한 신인 배우의 불안함을 걷어낸 안정적인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엔딩은 회한에 젖은 레이디 가가의 빅클로즈업 샷이었다. 그 순간 관객도 그녀의 감정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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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는 자신의 직업을 100%로 활용할 수 있는 음악 영화를 데뷔작으로 선택해 역량을 쏟아부었다. 뛰어난 가창력과 창의적인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탁월한 역량을 지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는 '스타 이즈 본'에서도 200% 발휘됐다.

'Shallow', 'Always remember us this way', 'Ill Never Love Again' 등의 주옥같은 노래의 가창은 물론 작곡에도 참여했다. 게다가 실제 영화에 나온 11개의 곡은 모두 라이브로 현장에서 동시 녹음되었고, 그대로 OST에 수록됐다.

'스타 이즈 본'의 레이디 가가는 '보디가드'(1990)의 휘트니 휴스턴과 견줄만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팝음악계 최고의 스타가 음악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OST로 음악적 재능까지 폭발시킨 경우기 때문이다. 휘트니 휴스턴의 '보디가드' OST와 마찬가지로 레이디 가가가 부른 '스타 이즈 본' OST는 '빌보드 앨범 차트 200'에서 당당히 1위에 올랐다.

벌써부터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노미네이트가 점쳐지고 있기도 하다. 레이디 가가는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더 헌팅 그라운드'의 OST 'Til it happens to you'로 주제가상 후보에 올라 노래한 적 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아카데미 음악상 혹은 주제가상 노미네이트는 확실해 보인다. 레이디 가가가 주연 배우이자 주제가를 부른 가수로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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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브래들리 쿠퍼의 발견

'스타 이즈 본'의 제작비는 3,600만 달러(한화 약 407억). 2주 만에 북미에서만 9,416만 달러(한화 1,066억)의 극장 수입을 올리며 제작비 2배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 작품은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메가폰을 잡고 비욘세가 출연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브래들리 쿠퍼와 레이디 가가의 조합으로 완성됐다.

브래들리 쿠퍼는 몇 해 전부터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아메리칸 허슬', '아메리칸 스나이퍼' 등에 출연하며 연기파 배우로 도약하고 있었지만 감독 타이틀은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타 이즈 본'에서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것에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정적인 연출력을 뽐냈다.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보다는 음악 영화이자 멜로 영화로서의 '스타 이즈 본'의 색깔을 강조하는데 집중했다. 특히 드라마 구축에 공을 들이며 관객이 영화의 감정에 깊게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브래들리 쿠퍼

게다가 영화 속에서 빼어난 노래 실력을 드러내며 또 한 번 관객을 놀라게 한다. 브래들리 쿠퍼의 목소리가 빛을 발한 경우는 이 영화 전에도 있었다. 바로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다. 이 영화에서 브래들리 쿠퍼는 너구리 '로켓'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특유의 익살맞은 캐릭터를 경쾌하고 다채로운 목소리로 표현해내며 자신의 대표작을 추가했다.

잭슨의 이름으로 부르는 쿠퍼의 노래들은 거친 매력이 있지만 귀에 착착 감긴다. 이번 역할을 위해 직접 노래를 불러야겠다고 결심한 쿠퍼는 약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보컬 레슨을 받으며 각고의 노력을 쏟았다. 그 결과 레이디 가가와의 듀엣 무대는 물론이고 영화 속 다양한 노래 장면을 직접 소화할 수 있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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