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유족 동의 안받은 '암수살인', 사후약방문 대처 '씁쓸'

김지혜 기자 작성 2018.09.21 13:46 수정 2018.09.21 13:57 조회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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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이 실제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고도 유가족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살인 사건의 피해자 여동생 A씨는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영화 '암수살인'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A씨는 "영화가 살인사건을 2007년에서 2012년으로 연도만 바뀌었을 뿐 극 중 인물의 나이와 범행 수법이 실제 사건과 똑같이 그려졌다. 그러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A씨의 오빠(당시 38세)는 2007년 11월 26일 밤 부산 중구 부평동을 걷다가 이모 씨와 어깨를 부딪혔다. 이 씨는 주머니에 있던 접이식 칼로 A씨 오빠의 목과 허리를 찔러 숨지게 하고, 시신을 인근 건물 지하로 옮겨 불을 질렀다.

'암수살인' 측은 "피해자 측이 고통받지 않을까 제작부터 고민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실제 사건을 파헤쳤던 형사님도 그 부분을 가장 걱정했었다. 유족을 찾아뵙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전했다.

암수

투자배급사 쇼박스 관계자는 21일 오후 SBS연예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가능한 한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고 형사를 중심으로 제작했다. 그러나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미흡했던 점은 인정한다. 곧 공식 입장을 낼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사후약방문 대처다. 실제 사건을 극화할 경우 실존 인물이나 유가족의 동의를 받는 것은 예의다. 게다가 이 사건은 암수범죄(실제 발생했지만 범죄자가 자백하거나 우연히 발견되지 않는 한 영원히 모를 범죄 사건)로 뒤늦게 진실이 밝혀진 경우라 유가족의 상처와 고통이 남다르다.

누군가에겐 2시간 동안 즐기는 오락거리일지 몰라도 유가족에겐 여전히 생생한 고통이다. 적어도 제작진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영화화에 대한 유가족의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 

영화를 만든 이들의 윤리의식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암수살인'은 ㈜필 95/㈜블러썸픽쳐스가 공동 제작했으며, 투자 배급은 쇼박스가 맡았다. 특히 이 작품은 범죄물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온 곽경택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계 베테랑인 제작진이 이런 기초적인 실례를 범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암수살인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실화극. 과거 부산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 실존 인물을 극화해 스크린에 옮겨왔다.

이 사건은 2012년 SBS 가 다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살인범 이두홍(가명)과 강력반 형사의 진실게임은 철저히 숨겨져 있던 끔찍한 '암수살인'의 실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암수살인'은 잔인한 살해 장면이나 격투신 등 선정적인 연출을 배제하고 진실을 좇는 형사의 취재기를 밀도 있게 그려내 호평받았다. 근래 나온 형사물 중 가장 우수한 완성도를 자랑해 작품성은 물론 흥행 전망도 밝았다.  

이처럼 의미 있는 기획 의도와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비매너로 인해 영화의 가치는 절하되고, 의미도 퇴색되기에 이르렀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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