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9일(목)

뮤직

조용필부터 방탄소년단까지, 꾸준히 발전해온 팬덤의 역사

작성 2018.04.09 13:09 수정 2018.04.09 14:08 조회 1,008
기사 인쇄하기

조용필

[SBS연예뉴스 |이정아 기자] '가왕'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진정한 '가왕' 조용필이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았다.

조용필의 50주년을 기념해 학계, 공연, 미디어, 마케팅 등 조용필의 음악을 사랑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가 출범해 올 한 해 5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사업을 전개한다. 이를 기념해 안성기, 유재석, 유희열, 이서진, 이선희, 장윤주 등 각계각층의 스타들이 그의 5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남겨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가운데 그의 시작부터 함께 하고 있는 팬들이 빠질 수 없다.

조용필

7일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외벽에 걸린 대형광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 "조용필! 음악은 그의 삶이었고 그의 음악은 우리의 삶이 되었다. 당신의 열정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로 '가왕'의 음악 50주년을 맞이하는 팬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한 이 광고는 조용필 팬클럽 연합이 함께 뜻을 모아 실행한 이벤트다.

이터널리, 미지의세계, 위대한탄생 등 조용필 팬 연합을 구성하는 3개의 팬클럽은 가왕의 관록만큼이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아이돌 팬 못지않은 열정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세 팬클럽이지만 아이돌 팬클럽과 다른 점도 있다.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요즘 팬클럽과 다르게 팬들의 자발적인 의지만으로 만들어졌고 활동도 팬들이 주체가 돼 독립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용필의 팬클럽은 현재 팬덤의 시초인 오빠 부대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서태지는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팬덤'과 '컴백'이라는 단어를 만든 장본인이지만 사실 시작은 서태지가 등장하기 전인 1980년대 조용필의 오빠 부대가 팬덤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조용필의 오빠 부대에서 시작된 팬덤은 1990년대 문화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서태지의 팬클럽이 만들어 지면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1980년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 1집이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조용필을 향해 "오빠!"를 외치며 열광하는 전국의 소녀들이 '필무리', '필그림', '필의 평화' 등의 이름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자발적인 모임은 이후에도 계속됐고 조용필의 움직임을 따라 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고 음악을 소비하는 팬덤 문화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조용필 전에도 나훈아, 남진 등의 팬덤은 존재했지만 80년대 초 조용필이 이끌고 다닌 오빠 부대는 조직을 결성하고 체계적인 형태를 보이기 시작한 팬클럽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이 팬클럽은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대형 광고도 내건 이터널리, 미지의세계, 위대한탄생 등의 팬클럽으로 변화했다.

특히 조용필의 팬클럽은 그의 35주년 기념 공연 당시,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우비를 입은 채 2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뭉클한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태지

조용필에서 시작된 팬덤 문화는 1990년대 초반 서태지에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고 1990년대 후반 H.O.T., 젝스키스, 핑클, SES 등 대규모 팬클럽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그룹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이돌 그룹과 그들의 팬클럽 세상을 이뤘다. 그 정도로 팬덤 문화의 완성기가 됐다. 2000년대 들어서며 급격히 발달한 인터넷으로 전국 어디에 있든 팬들 간에 서로 연락을 하기 쉬워졌고 만나기도 쉽게 됐다. 인터넷상의 팬클럽도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렇게 형성된 끈끈한 팬덤은 전국 어디에서 해당 가수의 공연이 열리든 대형 버스를 대절해 함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오는 등 보다 적극적인 형태를 띠게 됐다. 지금도 볼 수 있는 공연장 앞 대형 관광버스는 이때부터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동방신기

이후 한국을 넘어 일본 등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모은 동방신기의 팬클럽은 2000년대 중반 등장했다. 팬클럽 카시오페아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대규모의 팬덤을 자랑했다. 카시오페아는 전 세계 80만명의 회원 수를 보유하며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 정도로 동방신기의 팬덤의 움직임은 조직적이고도 압도적이었다.

방탄소년단

동방신기를 거쳐 현재까지 팬덤과 팬덤 문화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꾸준히 발전을 해온 팬덤 문화는 이제는 전 세계적인 양상을 보인다. 현재 가장 뜨거운 팬덤을 자랑하는 그룹을 꼽으라면 방탄소년단이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차트인 빌보드200에 4개 앨범 연속 진입 기록을 세웠고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K팝 그룹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이었다. 방탄소년단 다음 공식 팬카페 회원 수는 80만 명을 넘었다. 공식 집계된 것은 이 정도이지만 그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훨씬 더 광범위하다.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에서도 그 힘을 찾아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성숙한 팬 문화를 이끄는 팬덤으로도 유명하다. 멤버들의 생일에 기부를 하는 기부 문화는 물론 올해 초 방탄소년단 팬미팅 후 팬미팅이 열렸던 인근이 사람이 지나간 자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 조각의 쓰레기도 없을 만큼 말끔하게 청소가 돼 있던 것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용필에서 시작돼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팬덤 문화에 대해 한 관계자는 "조용필의 팬덤은 40여 년 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의 경우만 봐도 아티스트가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고 실망시키지 않는 행보를 보인다면 팬덤은 영원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규모가 전성기 때보다 덜 할 수는 있지만 꾸준한 활동을 하면서 팬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조용필의 팬덤이 더 대단해 보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팬덤 없는 스타는 존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이 된 이들이 앞으로는 또 어떤 형태로 서로 공존할지 궁금하다.

happy@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