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스브수다]'런닝맨'PD님, 전소민 위해 god 섭외 어때요?

강선애 기자 작성 2018.03.29 17:08 수정 2018.03.29 17:42 조회 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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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민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요즘엔 전소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다. 지난해 4월 개그맨 양세찬과 '런닝맨'에 새 멤버로 합류한 전소민은 빠르게 프로그램에 적응하며 그 누구보다 빛나는 예능감을 발휘해왔다. '돌+아이', '돌소민', '불나방'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리는 전소민은 이제 '런닝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멤버로 자리매김했다.

발군의 예능감을 뽐내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전소민의 본업은 '연기'다. 전소민은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배우다. 그녀가 연기한 '오로라공주'의 오로라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시청자 뇌리에 강렬하게 박힌 캐릭터다. 예능도 예능이지만, 연기에 대해 더 할 말이 많고 오랫동안 고민했을 그녀다.

연기하는 전소민이 그리울 즈음, 그녀는 tvN 드라마 '크로스'로 시청자를 만났다. 전소민은 '크로스'에서 선림병원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고지인 역을 맡아 밝고 따뜻한 모습부터 어둡고 진지한 면까지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미니시리즈 여주인공을 처음 맡은 전소민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끝까지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예능의 이미지가 드라마 몰입에 방해를 주면 어쩌냐는 우려도 있었다.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배우 조재현이 드라마에서 갑자기 하차하는 악재도 맞았다. 전소민은 이런 예민할 수 있는 질문들 앞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그 안에는 그녀만의 긍정적이고 털털한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런닝맨' 속 이미지처럼 생각 없이 막 던지는 4차원 성격이 아니었다. 유쾌하면서도 진지했고, 가식이나 과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소민

Q. '크로스'를 무사히 마친 소감부터 듣고 싶다.

전소민: 2년 만에 작품을 했다. 미니시리즈 첫 주연이기도 했고, 메디컬 드라마라는 장르물은 처음이라, 긴장도 걱정도 많이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제 나름대로 이 작품이 새로운 도전이자, 하나의 시작이었다. 무사히 잘 끝내 감사하게 생각한다.

Q. 극 중 부녀연기 호흡을 맞췄던 배우 조재현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며 예정보다 빨리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전소민: 기존에 정해졌던 전개를 앞당겼을 뿐, 내부적으로 흔들림은 없었다. 배우들도 제작진도, 다들 책임감 있게 끝까지 맡은 바를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컸다. (조재현의 하차 시점이) 드라마 촬영 막바지였다. 후반부로 달려오면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동안 시청해온 시청자에 대한 책임감도 커서, 연기를 열심히 잘 해야 한단 생각밖에 없었다. 마음이 안 좋고 안타깝긴 했지만, 무사히 내가 해야 할 몫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끝까지 열심히 해서 드라마 잘 마칠 수 있어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Q. 연기 분야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다. 같은 여자이자 연기자로서, 느끼는 바가 남다를 것 같다.
전소민: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활동하며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공공연하게 고질적으로 있었던 일들인데,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거라 생각한다. 저도 어릴 때 알게 모르게 스쳐 지나간, 그땐 제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 이런 거구나' 싶은 상처들이 있다. 그런 상처를 용기 있게 말해준 분들 덕분에, 저희 후배들이나 다른 여성들이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런 일을 사람들이 인지하게 된 것만으로 변화는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안 좋고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많은 사람이 인지하게 된 이 계기가 감사하다.

Q. '크로스'가 살인, 장기밀매, 복수 같은 내용을 그리느라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웠다. 촬영장에서는 어땠나?

전소민: 드라마 자체가 무게감이 있고 배역도 밝은 역할이 없었다. 그래서 사실 드라마 촬영장이 밝지만은 않았는데, 그만큼 다들 연기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 개개인의 집중력이 대단해 촬영이 힘들게 느껴지진 않았다.

전소민

Q. 상대역이자 드라마에서 중심 역할을 한 강인규 역 고경표는 어떤 배우던가.

전소민: 촬영에 들어가기 전, 지인들에게 고경표가 장난기 많고 재미있는 친구라고 들었다. 실제로 본 고경표는 굉장히 열심히 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집중력이 뛰어나다. 그 집중력을 지켜주고 싶어서 현장에선 일부러 말을 안 걸고 그랬다. 하지만 촬영장 밖에선 그 나이 또래처럼 농담도 하고 재미있다. 어른스럽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크다.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은 친구더라.

Q. '크로스'가 남성 중심의 장르물이라, 여주인공이라도 고지인의 역할이 크지는 않았다.
전소민: 전 시놉시스를 보고, 주연이란 생각을 버리고 시작했다. 솔직히 주연이라 말하기 부끄럽다. 강인규의 이야기가 주이고 전 서브라 여겼다. 제 캐릭터가 소비되는 것에 서운하다거나 아쉽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저 제 역할을 다 하려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경험도 하고 배운 것도 많아 저한텐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Q. '런닝맨'으로 밝고 쾌활한 이미지가 강한데, 연기 작품으로는 어두운 '크로스'를 택했다.
전소민: '런닝맨'의 연장선에 있는 비슷한 캐릭터를 맡으면 시청자가 캐릭터를 혼돈하거나 드라마에 몰입하는 게 힘들 것 같아 정반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장르물을 선택했다. 이번에 장르물을 해봤으니, 다음엔 밝고 경쾌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 제가 생각보다 밝은 캐릭터를 드라마에서 해본 적이 많지 않다. 트렌디 드라마를 해보는 게 올해 목표다.

Q. '런닝맨'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 이야기를 해보자. 배우로서 예능에 고정출연 한다는 게, 자기 분야가 아니니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을 거 같다.

전소민: 처음엔 두려웠다. 예능현장은 카메라가 진짜 많다. 그거에서 오는 두려움과 압박감이 있었다. 근데 하다 보니 적응이 됐다. 원래 드라마를 촬영할 때도 카메라 공포가 있었는데, 그걸 예능현장에서 극복했다. 웃겨야 한다는 강박은 처음부터 없었다. 즐겁게 게임하며 논다고 생각하려 한다.

전소민

Q. 기존 멤버가 견고한 예능에 새 멤버로 합류하면 팬들 사이에 반감이 나오기 마련인데, 전소민은 '런닝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자기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팬들의 지지를 받는데 성공했다.

전소민: 제가 웃겨서라기보단, '런닝맨' 언니오빠들의 역할이 컸다. 그분들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제가 마음껏 장난치며 놀 수 있었다. 저도 처음엔 낯을 가리고 쑥스러워하는데, 언니오빠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제작진이 짜놓은 재미있는 게임 속에서 편하게 장난치고 놀다 보니 재미있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그걸 시청자가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제가 신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신나면, 그걸 보는 분들도 즐겁게 느낄 거라 생각한다. 제 캐릭터가 독특하다고들 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다 갖고 있는 면인데 부끄러워하지 못할 뿐이다. 저 같은 사람, 친구들 중에 한 명은 있지 않나?(웃음)

Q. 유재석은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국민MC'다. '런닝맨'으로 곁에서 경험한 유재석은 어떤 사람인가.
전소민: 저한텐 동네 큰오빠 같은 느낌이다. 동네 오빠처럼 편하게 대해주시는데 일할 땐 정말 프로페셔널하다. 동생들을 잘 챙기고, 워낙 재미있는 분이다. 사실 나이 많은 오라버니한테 동생이 장난을 치기가 쉽지 않은데, 제 장난을 잘 받아서 재미로 승화시켜주신다. 재석 오빠 덕에 제가 '런닝맨' 시청자에게 빨리 호응을 얻았다고 본다. '국민MC'는 그냥 '국민MC'가 아니구나 싶다.

Q. '런닝맨'을 보며 '나한테 저런 모습이 있나' 하며 놀랐던 적이 있나.
전소민: 놀랄 때 되게 많다. 벌칙 받을 때, 난처할 때, 호감 있는 사람을 바라볼 때, 그런 표정을 짓는지 처음 알았다. 예능은 계속 카메라가 돌아가니,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확인하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어릴 때 자기 목소리 녹음해서 들어보고, '이게 내 목소리야?' 했던 경험들이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이다.

Q. 예능 이미지가 강한데, 연기 활동에 지장이 있을 거란 걱정은 없나.

전소민: 그런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데, 그건 제게 너무 먼 얘기다. '런닝맨'은 오히려 제 인생의 돌파구 같은 존재다.

전소민

Q. '런닝맨'이 돌파구라는 건, 무슨 뜻인가.

전소민: '오로라공주'는 연기자로서 첫 번째 돌파구였다. 그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지만, 이후 이미지 한계 때문에 다른 작품을 하기 어려웠다. 믿고 맡겨주시는 분이 없어, 일일드라마에 이어 아침드라마를 했는데, 나이 들어 보이고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생겨버렸다. 그래서 미니시리즈 출연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런닝맨'은 두 번째 돌파구였다. '런닝맨'에 출연하면서 절 어리고 밝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런닝맨' 덕분에 '오로라공주' 이미지를 깰 수 있었다. 스스로를 제약하고 가두면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기존에 갖고 있던 이미지를 깨려면, 일단 도전해봐야 한다. 그리고 시청자가 어떤 것에 호응해주는지를 찾아야 한다. '런닝맨'은 제게 좋은 돌파구다.

Q. 첫 번째 돌파구에서 두 번째 돌파구로 가기까지 몇 년의 세월이 있었다. 꽤 긴 시간인데, 그동안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견뎠나.
전소민: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할 땐 너무 막연하고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괴로웠다. 하지만 다른 직업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하고 싶은 게 연기니, 이걸 해야만 행복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할 지 방법을 찾으며 시간에 맡기기로 했다.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이 즐거운지를 확실히 마음에 담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못 왔을 거다. 사람이 신기한 게, 목말라 죽을 거 같은 순간에 길이 생긴다. 항상 가장 힘들 때 오아시스가 보였다.

Q. 왜 그토록 연기를 하고 싶었던 건가. 연기를 처음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언제였나.
전소민: 솔직히 말해 시작은 어릴 적에 좋아했던 god 때문이다. 중학생 때, god를 가까이 보려면 가수가 되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당시 가수 오디션을 보려면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보내야 했는데, 그 방법을 몰랐다. 근데 연기자 오디션은 사진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더라. 그래서 연기자 오디션에 지원하고, 나중에 회사에 가서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쪽 일의 시작은 그때였다. 이후 고등학교 때 아카데미를 다니며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대학에 진학하며 연기에 대한 마음가짐이 진지해졌다. '이거 꼭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연기는 너무 좋고 재미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어렵기도 하다.

Q. god를 가까이 보기 위해 가수가 되려 한 발상이 새롭고 귀엽다. 연예계 생활을 하며 god를 만난 적이 없나.

전소민: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god의 육아일기'를 보며 처음엔 손호영 오빠를 좋아하다가 나중엔 안데니 오빠를 좋아했다. 그때 인터넷 닉네임이 안데니 오빠의 한국이름 '신원'을 따서 '신원아파트', '신원빌라' 이랬다. '애수'랑 'Friday Night'은 춤도 출 줄 안다. 제 삶의 첫 번째 고비였던 수능 땐, god의 '길'과 '촛불 하나'가 큰 위안이 됐다.

전소민

Q. '런닝맨'에 연예인 게스트 출연이 많으니, 게스트로 god를 섭외해 달라 하면 안 되나. 멤버들한테 god팬인 걸 말한 적이 있나.

전소민: 멤버들에게 장난치면서 말한 적은 있다. '런닝맨'에 남자 게스트 분들이 나오면 언제나 쑥스럽다. 만약 god 오빠들이 나오면, 너무 쑥스러울 것 같다.

Q. '런닝맨' 멤버들이 '크로스'를 모니터해주곤 했나.
전소민: 다들 잘 보고 있다고 격려해줬고, 특히 (양)세찬이가 1회부터 끝까지 다 봤다. 연기하는 제 모습이 신기하다고 하더라. 너무 고마웠다.

Q. 이광수도 드라마 '라이브'에 출연 중이다. 이광수의 드라마를 봤나. 봤다면 어떤 말을 해줬나.
전소민: 전 광수 오빠 출연작을 '런닝맨' 전에도 봐왔다. 그때도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라이브'에서 연기하는 걸 보니 '이런 면도 있구나' 싶었다. '런닝맨' 녹화할 때랑 또 달랐다. 인터넷에 “이광수 예능도 연기도 잘한다”라는 댓글이 있길래 '좋아요'를 눌렀다. 그걸 캡처해서 광수 오빠한테 보내줬더니, 좋아하더라.(웃음) 광수 오빠랑 나중에 작품에서 만나도 재미있을 거 같다.

Q. 차기작에선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전소민: 예전엔 로맨스나 멜로가 하고 싶단 생각에 초조한 마음이 있었다. 요즘 드라마는 전보다 장르도 다양해지고 할 수 있는 캐릭터도 많아졌다. '키스 먼저 할까요' 같은 '어른 멜로'도 생기지 않았나. 그런 걸 보면, 초조해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다. 현실적인 로맨스도 해보고 싶고, 코미디나 시트콤도 해보고 싶다. 안해본 역할이 너무 많아, 딱 정해놓고 하려 하진 않는다. 출연제의가 들어온다면 감사할 뿐이다. 좋은 작품 만나 올해 안에,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다시 연기하고 싶다.

[사진제공=엔터테인먼트 아이엠]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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