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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류승완이 틀렸다…봐야할 영화가 된 '군함도'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7.24 14:18 조회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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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이 세상에 '꼭 봐야만 하는 영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군함도에 관한 역사는 모두 알았으면 합니다"

류승완 감독이 군함도를 영화화하기로 한 순간부터 영화는 이미 감독만의 것이 아니었다. 수면 아래 있던 역사는 고개를 들었고, 일제 강점기 또 다른 비극이 알려지며 사람들의 관심도 급상승했다. 군함도의 진실을 알리는 예능 프로그램이 전파를 탔고, 일본 언론은 개봉도 전에 영화를 경계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제작비 220억 원, 제작 기간 3년. 땀과 노력 그리고 자본이 집약된 화제작 '군함도'가 오는 26일 베일을 벗는다. 기술적 완성도와 장대한 스펙터클, 배우들의 호연 등 대작 영화의 모든 요소를 갖췄지만, '의미의 영화'라는 게 가장 크게 다가온다.

1945년 일제 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건달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이 탄 배가 도착한 곳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노동자로 착취하고 있던 지옥섬 '군함도'였다. 강옥과 칠성 등 남자들은 해저 1,000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을 한다. 말년은 자신이 도망쳐온 곳과 마찬가지로 끔찍한 노동을 강요받는다.

군함도

이때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무영(송중기)은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 윤학철을 구출하라는 지시를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군함도의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갱도에 가둔 채 폭파하려고 한다. 이를 눈치챈 무영은 강옥, 칠성, 말년을 비롯한 조선인 모두와 군함도를 빠져나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영화는 공간을 최대치로 활용해 관객을 비극의 역사 한가운데로 몰아넣는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롱테이크 사용이 많은 영화다. 카메라는 좁고, 더럽고, 위험한 갱도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개미지옥과 같은 내부를 훑는다. 갱도에 갇히다시피 한 조선인의 모습은 아우슈비츠의 유대인과 다를 것 없이 처참한 풍경이다.

제작진은 강원도 춘천에 6만 6천 제곱미터 규모의 초대형 세트를 지었다. 실제 모습의 2/3를 재현한 것으로 영화의 현실감과 볼거리, 완성도의 정점이다. 군함도의 상징이 된 지옥계단을 비롯해 탄광 내외부, 조선인과 일본인의 거주구역과 유곽 등 군함도 내 각 공간을 섬세하게 재현했다.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의 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비극을 시각화한다. "그곳에 조선인이 있었다"는 카피 한 줄에 대한 가장 확실한 설명은 보여주기라는 듯 말이다.

영화는 인물을 조선인은 선(善), 일본인은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그리지 않는다. 일본에 기생해 안위를 보장받는 조선인이나, 동족의 희망을 착취해 배를 채우는 조선의 배신자를 등장시켜 전쟁이 낳은 또 다른 괴물을 조명하기도 한다. 

군함도

강옥과 소희 부녀는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황정민의 안정된 연기와 김수안의 신통한 연기는 도입부에서부터 시선을 집중시키며 군함도로 향하는 여정을 따라가게 한다. 그러나 칠성, 무영, 말년 등이 중심이 되는 서브플롯이 다소 성기다.

외부에서 잠입한 무영은 극 후반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하지만, 성의 없어 보이는 등장으로 아쉬움을 유발한다. 칠성과 말년의 이야기 역시 초·중기 버전의 시나리오에 비해 분량이 줄어들어 드라마의 밀도가 촘촘하지 못하다. 첫 만남부터 갈등을 빚던 두 사람은 극한의 환경에서 동지애 이상의 감정을 나누지만 영화는 두 사람의 드라마에 충분한 분량을 할애하지는 않는다. 

시대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공간을 재현하는 데 공을 들인 데 반해 인물 묘사가 소홀해 보이는 것은 '군함도'의 아쉬움이다.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시대를 시각화해 거둘 수 있는 효과는 상당하지만, 관객의 감정은 인물의 내면과 교감할 때 발생한다. 많은 인물이 등장시켜 각각의 사연을 이야기에 녹여내려다 보니 되레 어느 인물에게도 집중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군함도

시나리오상의 제목은 '군함도:필사의 탈주'였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의 주요 형식을 탈출극으로 잡았다. 실제로 영화 후반부는 군함도를 빠져나가는 조선인들의 대규모 탈출극으로 채웠다. 패망 직전 압제의 흔적을 없애려는 일본의 발악과 탈출의 기회를 잡은 조선인이 뒤섞인 아비규환의 현장은 말 그대로 '필사'(必死)다.

대규모 탈출 시퀀스는 독립영화 한 편에 맞먹는 30회차 스케줄로 한 달 반에 걸쳐 촬영됐다. 주, 조연을 비롯한 80여 명의 배우가 땀 흘려 완성한 영화의 대미다. 미술, 촬영, 조명, 음악 등도 최고 수준이다. 

군함도 탈출기는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던, 감독의 희망이 투영된 픽션이다. 그러나 생과 사의 현장이 치열하게 와닿기보다는 액션 쾌감이 고조된 장르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또한 예고편에 등장한 욱일기 찢는 장면은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본편에서는 다른 의도로 사용됐다. 

220억이라는 거대 자본이 투입된 '군함도'를 연출적 야심을 부각한 영화로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류승완 감독이 그간의 작품에서 발휘해온 남다른 개성과 특유의 연출 미학이 옅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실재 했던 비극의 역사와 가공한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에 담아내는 것은 누가 봐도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류승완 감독은 개인의 개성보다는 남녀노소 관객층을 아우를 보편적 재미와 의미에 집중한 결과물을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 

군함도

실제로 영화는 거대하고 웅장한 스펙터클과 보편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역사의 진실, 눈물을 부르는 가족애 등을 아우른다. 그러나 민족주의에 호소하는 '국뽕'을 경계한 탓에 울어야 할 순간에 울림이 충분히 전해지지 못한 아쉬움도 남긴다. 

그럼에도 '군함도'는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상기라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와 가치를 획득한 영화로 남을 것이다. 다시 류승완 감독의 '봐야 할 영화는 없다'라는 말을 소환하자면, 이미 '군함도'는 '봐야 할 영화가 돼버렸다'고 답하겠다. 우리나라 관객 뿐만 아니라 일본 관객도 말이다. 개봉 7월 26일,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2분.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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