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 Y] '군함도' 류승완, 어깨가 무겁다…흥행 이상의 부담감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7.20 11:42 조회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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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세상에 꼭 봐야 하는 영화는 없다. 하지만 군함도의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류승완 감독은 2017년 최고 기대작 '군함도'가 첫 공개된 자리에서 영화의 흥행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부담감에 대해 말했다.

제작비 220억 원, 손익분기점 700만. '군함도'는 개봉 전부터 들인 돈과 거둬들여야 할 관객 수가 대대적으로 알려져 관객의 기대감과 창작자의 부담감이 동시에 감지됐다. 그보다 더 감독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은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를 떠나 의미나 의도가 과대 포장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국내 영화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군함도'의 제작 소식은 일본에 일찌감치 알려졌고, 지난 2월 일본의 우익 매체 산케이 신문은 "군함도는 날조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열린 제작보고회에는 일본의 다수 매체가 참석했고, 진보 언론으로 분류되는 아사히 신문은 류승완 감독에게 "이 영화가 사실을 기반으로 했다고 했는데 몇 프로 정도가 사실인가? 또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한일 관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군함도

류승완 감독은 이 질문에 "철저히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수많은 증언집 자료를 참고했다. 사실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자료들이다"라고 답하면서도 "우리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군함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서스펜스, 영화적 쾌감이 두드러지는 영화기도 하다"고 사실을 기반으로 한 '픽션'임을 강조했다.

'위안부 재협상' 이슈가 한·일 양국의 정치적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군함도'는 한 편의 대중영화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인 데다 일본은 부정하고 있는 사실이기에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도 받고 있다. 

이는 류승완 감독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그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역사 속의 한 드라마틱한 순간을 갖고 여름 시장을 겨냥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저희 작업이 역사에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난번에 일본 기자분이 질문해주셨을 때도 그냥 제 생각을 말했는데 '일침을 날렸다'고 (보도가) 나와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군함도

'군함도라는 소재를 상업적 도구로 쓰는 것은 아닐까'라는 시선을 경계하면서도 반일 영화의 굴레가 씌워지는 것은 제작 의도와는 다르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실제로 1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군함도'는 반일 감정 고취나 이른바 '국뽕'이라 불리는 민족주의 호소를 자제한 느낌이 강했다. 군함도의 비극을 사실에 기반해 재현했고, 전쟁 속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며 제국주의의 여러 피해자를 보여줬다. 또한 일본인과 조선인를 이분법적 구도로 그리는 것도 경계하는 모양새였다.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규모가 커지고 많은 관심을 받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개봉을 앞둔 시점에 좋은 일, 나쁜 일도 생기고 관심을 받다 보니 두렵기도 하다"면서 "홍보글 중에 '꼭 봐야 할 영화'라는 말이 있더라. 세상에 봐야만 하는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군함도의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꼴 보기 싫더라고 군함도의 역사까지 알기 싫다는 누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이날 전한 말은 개봉을 앞둔 창작자의 부담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영화 한 편이 누군가에겐 2시간짜리 킬링타임, 누군가에겐 역사관이 변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간과할 수는 없다. 그는 진심과 열의를 다해 영화를 만들었고, 영화가 끼칠 유·무형의 영향력은 만든 이의 손을 떠났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이 출연했다.

영화는 오는 26일 관객과 만난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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