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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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디판'이 응시한 난민의 삶…지옥도 속 희망

김지혜 기자 작성 2015.10.14 10:29 조회 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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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판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화염과 총성이 지나간 스리랑카의 한 마을, 한 여자가 딸 삼을 아이를 찾아다닌다. 적당한 나이의 여자아이를 선택한 여자는 브로커 사무실로 향한다. 그곳에는 내전을 피해 망명을 선택한 또 다른 남자가 있다. 그는 브로커에게 디판(Dheepan)이라는 이름의 신분증을 산다. 처음 만난 여자와 남자 그리고 소녀는 한 배에 탄다.   

프랑스에 도착한 세 사람은 파리 외곽의 조용한 동네에 자리를 잡는다. 시민권을 얻을 때까지 가족 행세를 해야하는 이들은 낯선 상황 속에서도 서로에게 적응하고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자신들이 새로 선택한 터전이 갱들이 지배하는 무법지대임을 알게 되면서 다시 한 번 혼란에 휩싸인다. 

영화 '디판'(감독 자크 오디아르)은 삶이 곧 전쟁인 사람들을 다룬다.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조국을 떠나왔지만 안락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희망을 찾아 떠나온 새로운 공간에서도 그들은 위험의 최전선에 노출된 이방인일 뿐이다.

우리는 이들은 난민이라 부른다. 나라잃고 집잃은 이들이 발딛는 그곳은 어디든 지옥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을 영화는 보여준다.

디판

'디판'이 전하는 주제의식이 남다르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유럽 난민이 다시금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예술은 때론 사회의 거울 역할을 한다. 영화는 현실을 재료 삼아 이야기를 만든다.

영화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열망으로 시작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발 딛는 어느 곳이든 지옥이 될 수 있다는 좌절의 순간을 차례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의 의지와 '행복하고 싶다'라는 인간의 욕망을 희망적으로 묘사한다. 

영화를 연출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1994년 '그들이 어떻게 추락하는지 보라'로 데뷔해 '위선적 영웅',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내 마음을 읽어봐'로 프랑스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2009년에는 '예언자'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일곱 편째 장편 영화인 '디판'은 그에게 마침내 제 68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안기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간 오디아르 감독은 어떤 세계나 사회 혹은 긴밀한 대인 관계 속 인간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특히 그 주제를 범죄 영화 형식을 빌려 완성하면서 본인만의 연출 세계를 확립했다.

디판

'디판'은 그의 대표작 '예언자'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뚜렷한 주제의식과 사회적 메시지를 힘 있으면서도 보다 섬세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유사가족 관계 안에서 피어오른 연민과 애정에 대한 묘사는 보는 이들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큰 범주 안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사랑이야기다. 나를 지키기 위해 살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강렬한 터치로 그러냈다.  

보기에 따라서 현실같기도, 상상같기도 한 결말은 감독이 난민 문제에 대해 가지고 있는 포용적 태도와 응원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타이틀롤을 맡은 안토니타산 제수타산에게는 삶이 연기의 밑바탕이었다. 실제 스리랑카 타밀 호랑이 반군 출신 난민이었던 그는 전쟁 같았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디판을 연기해냈다.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14분, 개봉 10월 22일.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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