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9일(일)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이민호 "'강남 1970' 중국 버전, 멜로 강화될 듯"

김지혜 기자 작성 2015.02.06 15:08 조회 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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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가장 뿌듯했던 칭찬이요? '이민호에게 이런 이미지도 있었네'라는 말이요. 재벌남 캐릭터에 부드럽고 반듯한 이미지로만 기억됐는데 '강남 1970'을 통해 정반대 지점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이민호는 서른 살이 되기 전까지 영화 출연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남자의 향기가 제법 나고, 성숙하고 노련한 연기가 가능할 때 스크린에 진출하고 싶었다는 게 이유다. 

그 때문에 충무로에 "이민호는 영화 안 한데~"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단다. 배달되는 시나리오를 애써 마다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년간 숙성의 시기를 보내고 마침내 '강남 1970'(감독 유하)의 주연으로 스크린 신고식을 마쳤다. 

'강남 1970'은 서울 강남의 개발이 시작되던 1970년대 이 지역을 둘러싼 두 남자의 욕망과 의리, 배신을 그린 영화. 이 작품에서 이민호는 땅에 대한 욕망을 지닌 순박한 청년 '종대'로 분했다.

수컷 냄새 물씬 나는 남자 영화다. 트렌디 드라마와 하이틴물로 안방극장을 호령했던 지금까지의 행보를 생각하면 욕망과 폭력의 느와르인 '강남 1970'를 선택한 건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강남 1970

◆ '강남 1970' 땅종대와 이민호의 교집합

"이미지 변신 때문에 전략적으로 '강남 1970'을 선택한 건 아니다. '꽃보다 남자'때부터 내가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면 장르적 특성이 강하고 무게감 있는 이야기로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20대 후반까지 기다린 건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을 만난 것은 필연에 가까웠다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민호는 "대본은 각자 주인이 있다고 하지 않나. 유하 감독을 27살 때 만났다. '상속자들'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셨다"면서 "유하 감독님이라면 남자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어 왔기 때문에 남다른 신뢰가 있었다"고 말했다.

종대는 이민호가 종전에 가진 이미지를 바꿔준 동시에 연기의 깊이를 더해준 역할이었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진 않지만 속이 깊고, 욕심이 전혀 없는 것 같지만 가슴 속 꿈틀대는 땅에 대한 욕망을 넌지시 드러낸 인물이다. 

"엄청난 포텐셜을 가지고 있어서 놀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가난에 억압받고 선택에 갈등하지만, 겉으로는 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기에 감정 표현도 절제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종대의 꿈은 소박하다. 가족들이 함께 머물 수 있는 집 한 채와 끼니를 거르지 않은 최소한의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넝마주이인 그가 바닥 인생을 벗어나기란 녹록지 않았다. 땅을 부르짖으며 있는 자들의 뒤치다꺼리도 마다 하지 않았지만 그의 인생은 결코 희극이 되진 못했다. 이 비루한 청춘의 삶을 이민호는 어떻게 공감하고 연기할 수 있었을까. 

이민호

"어떤 사람들은 내가 '꽃보다 남자'로 단숨에 떴다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도 암흑기가 있었다. 20살 때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큰 시련을 겪었고 이후 4년간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 종대와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없고, 생각의 깊이도 조금은 다르겠지만, 성공에 대한 욕망과 조바심은 있었다. 그래서 종대라는 캐릭터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유하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선 권상우를, '비열한 거리'에서는 조인성을 스타에서 배우로 도약시킨 바 있다. 남자 배우 조련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온 배우이기에 이민호를 어떻게 변신시켰을 것인지가 '강남 1970'의 큰 관심사였다. 유하의 섬세한 디렉팅은 이민호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에게 성장이라는 값진 열매를 선사했다.

"감독님은 크랭크인 전부터 자주 전화를 해서 "빨리 네가 종대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빨리 드라마 털고 영화 현장으로 오라고도 하셨고. 촬영하면서는 "기쁜데 웃진 말고, 슬픈데 울진 않으면서..." 이런 식의 섬세하면서도 모호한 디렉팅을 했다. 남자 배우들이 왜 유하 감독과 영화를 하면서 좋으면서도 힘들다고 하는지를 알겠더라"

이민호

◆ 대륙의 이민호 그리고 대한민국의 이민호 

'강남 1970'은 개봉 전 이미 중국에 선판매가 이뤄졌다. 그 배경에는 주연 배우 이민호의 인기가 자리하고 있다. SBS 드라마 '상속자들'을 통해 대륙의 수 억 명의 팬을 사로잡으며 한류의 중심이 됐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 이민호의 회원 수는 무려 2,600만 명에 달한다. 

오는 3월 중국에서 개봉할 '강남 1970'은 국내 버전과는 조금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민호는 "한국 버전과 달리 멜로가 좀 더 강화된다. 한국은 스토리 위주의 편집이었다면 중국은 감정 위주의 편집을 할 것 같다. 종대와 선혜(설현)의 감정선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중국 개봉판에는 삭제된 설현의 장면도 몇 개 추가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민호의 드라마에서 열광했던 중국 팬들이 영화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매우 궁금하다. 그 역시 중화권의 반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은 일단 모이는 사람 수가 다르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내 첫 영화에 어떤 반응과 평가를 보내주실 지 궁금하다" 

한류 황태자로서 엄청난 인기와 수혜를 누리는 만큼 책임감도 남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책임감은 이민호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다.

"내가 지금 뭘 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모든 건 책임감에서부터 출발한다. 내 말을 한 명이 듣는 것과 천 명이 듣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해주는 팬들이 많아진 만큼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싶다"

이민호

이민호는 올해 29살이 됐다. 20대의 마지막 1년을 보내고 있는 지금 그가 배우로서 탐내는 역할은 어떤 것일까. 이민호는 "동네 백수, 양아치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다. 20대 때 할 수 있는 웬만한 역할은 해본 것 같은데 완전히 풀어진 역할은 아직 못해본 것 같다. 욕심난다"고 말했다.

"재벌남 캐릭터에 식상함을 느낀 것이냐"고 묻자 "단순히 이미지 탈피를 위함이 아니다. 그랬다면 '꽃보다 남자'를 하고도 또 '상속자들'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사람들이 모르는 내 안의 모습을 하나씩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무엇보다 그런 풀어진 역할은 20대에 해야 베스트일 것 같고."

차기작을 묻는 말에는 "구체적인 작품은 미정이지만 중반기에 영화, 하반기에 드라마를 계획하고 있긴 하다. 중국 쪽에서도 꾸준히 작품 제안이 온다"면서 "사람들은 나에게 왜 1년에 한 작품밖에 안하느냐고 묻는데 광고로만 1년에 170일 정도가 잡혀있다. 나도 연기를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책임감이 활동의 원천이라고 한 만큼 대중의 목소리에도 세세하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기사, 댓글들을 일일이 찾아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당연하다. 난 눈팅족이다. 요즘엔 내 이름을 인터넷에 치면 '이민호 살찜'이 연관 검색어더라. 실제로 보면 그런 소리 안 하는데 사진이 그렇게 나온다. 속상하다. 살을 더 빼야하나. 하하"라고 익살스럽게 말했다.

이럴 때 보면 신세대 다룬 재기발랄함이 한껏 묻어난다.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민호가 차기작에선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2015년 그의 선택과 행보가 궁금해진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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