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하지원이 '허삼관'을 통해 얻은 것들

김지혜 기자 작성 2015.02.02 13:38 조회 7,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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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30대 중반을 넘어 40대 관문을 향해가는 여배우에게 '엄마'라는 역할은 통과의례와 같다. 이미지와 외모만으로도 승부 가능한 20대와 달리 30~40대 여배우에게는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더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냐다. 엄마 역할의 스타트를 잘 끊는 것은 그 여배우의 향후 연기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시기와 캐릭터는 매우 중요하다.

배우 하지원이 영화 '허삼관'(감독 하정우, 제작 두타연)을 통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엄마로 분했다. 이 작품에서 하지원은 아들 셋을 둔 엄마 '허옥란'으로 분해 가슴 따뜻한 모성애 연기를 보여줬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하지원은 말 그대로 '허삼관'이라는 영화와 '허옥란'이라는 캐릭터를 즐겼다. 최근 SBS 연예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촬영장에 놀러 가는 것 같았다. 그야말로 잘 놀다 왔다"고 촬영현장의 추억을 떠올렸다. 

허삼관

"'엄마 연기를 언제쯤 해야지...'와 같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허삼관'의 시나리오를 받고도 재미는 있는데 '허옥란'이라는 역할에 자신이 없었어요. 내 옷이 아니란 생각뿐이었죠"

하지원은 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날 하정우 감독을 만났다. 출연을 정중하게 거절하기 위해 나간 자리였지만, 하지원은 그 자리에서 캐스팅 제의를 수락하고야 말았다.

"사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 너무나 궁금했어요. 그래서 그 점을 물었고, 하 감독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때 생각이 바꼈어요. 하지만 하겠다고 한 이후에도 정말 자신은 없었어요"

하정우 감독은 자신없어 하는 하지원에게 "나도 아빠 역할은 처음이에요"라고 말했다. 이 말은 하지원에게 '그래. 나만 처음은 아니지'라는 편안한 생각을 하게끔 했다.

"감독님께서 아이 셋을 둔 하지원이 아닌, 하지원이 아이 셋을 뒀다고 생각하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들으니 엄마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좀 덜어지더라고요"

하지원은 이번 영화의 주 촬영지였던 전남 순천에서 합숙 생활을 했다. 하정우 감독을 비롯해 주요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하는 합숙에 기꺼이 동참해 영화에 대한 밀착도를 높였다.

하지원

"드라마 촬영할 때 보통 호텔이나 모텔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영화는 산좋고, 공기 좋은 한옥 펜션에서 다 같이 생활했어요. 원래 캠핑 같은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이번 합숙은 너무나 즐거웠어요. 아침마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숙소 앞 텃밭에서 기른 유기농 채소들를 반찬삼아 밥도 해먹고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 자체로 힐링 되는 느낌이었어요"

하지원이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 허옥란이라는 캐릭터에 깊이 몰입했다. 마을 총각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절세미녀부터 세 아들을 둔 억척 엄마까지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외모부터 연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절세미녀라는 이미지 외에 허옥란의 디테일한 면이 표현되지 않을까봐 많은 생각을 했고, 시나리오에 표현되지 않은 부분들은 상상에 의존해 표현하려고 했어요"

일례로 옥란의 첫 등장신을 꼽았다. 하지원은 "옥란이 절세미녀이긴 하지만 1950년대에는 옷이나 악세사리로 미모를 뽐낼 수가 없지 않나. 공사장에서 강냉이를 들고 등장할 때 겉으로 보이는 외모보단 음성이나 미소, 걸음걸이로 싱그러움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좀더 과장되게 연기했다. 그게 첫 촬영이었는데 좀 민망하긴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지원은 극초반 건강한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허옥란이라는 캐릭터를 생기넘치게 만들어냈다. 힘들게 일해서 돈을 버는 공사장에서 하지원은 남자들의 비타민 같은 존재로 강렬하게 등장했다.

하지원

문어체 대사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익숙해지면서 이 영화의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하지원은 "눈으로 읽을때는 독특해서 재미있었어요. 막상 리딩을 하려니 걱정이 되더라고요. 감정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을까봐. 그런데 실제 리딩을 하니까 너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거에요. 촬영하면서는 문어체 대사가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재밌게 연기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세 아이를 둔 엄마로 분해서는 생활 밀착형 주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화장끼 없는 얼굴에 허름한 옷차림을 해 현실감을 높였다. 첫째 일락(남다름 분)이 허삼관의 아이가 아니란 사실이 알려진 후 허옥란은 아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깊게 표현해냈다. 

엄마 역할이 자연스러웠던 것은 세 아역 배우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하며 돈독한 유대감을 쌓았기 때문이다. 하지원은 이날 인터뷰 자리에서 세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하지원은 이번 영화를 통해 연출하는 배우와 배우하는 감독과 일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 결과 하정우 감독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쌓였다고 했다. 

허삼관

"배우 출신 감독과 일하면서 좋은 점이 굉장히 많았어요. 무엇보다 감독이 배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게 큰 힘이 되더라고요. 하 감독님은 연기와 연출 두 가지를 다 하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하셨더라고요. 그 때문에 감독 하정우는 현장에서 여유가 넘쳤죠. 그런 모습들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어요"

감독 하정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하지원은 "촬영이 끝나고 진심으로 감독님에게 앞으로도 계속 감독 하라고 했어요. 그분의 역량과 리더십이면 감독으로도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실한 믿음이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하지원은 '허삼관'이라는 작품을 통해 엄마 역할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했다. 처음에 느껴던 역할에 대한 부담감과 연기에 대한 어려움은 돌이켜보니 배우 하지원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이렇게 예쁜 영화에서 엄마를 할 수 있는 전 정말 행운아죠. 촬영 전에는 정말 못할 것 같았는데, 촬영을 하면서 너무나 빨리 익숙해졌고, 재밌게 작업을 마쳤어요.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 다들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행복했어요"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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