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직감적으로 좋은 뮤지컬을 평가할 때 그 무대가 얼마나 유기체적으로 움직이는지가 판단 근거가 된다. 성경 다음으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200여 년의 시간의 격차를 극복하고 공감과 통찰이라는 키워드로 재탄생됐다.
세 번째 막이 오른 '두도시 이야기'는 '프랑켄슈타인'으로 창작 뮤지컬계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왕용범 연출의 숨결이 그대로 드러났다. 찰스 디킨즈 소설의 기시감 보다는, 프랑스 혁명의 역동성과 시드니 칼튼, 찰스 다네이 등 역사 속 인간의 군상의 모습을 통해 한편의 스토리로 풀었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서 재생산 된 프랑스 혁명이란 진부한 소재를 '두도시 이야기'는 런던 어느 선술집을 비틀대는 시드니 칼튼의 고민과 극복, 결단과 희망 등 과정을 진지하게 따라가면서 굽이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진솔하게 담았다. 네모난 무대는 시공간을 초월해 21세기 대한민국 서울에서 요동치는 역사의 현장, 프랑스 혁명 당시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으로 이동했다.
음악의 구성적 측면 역시 정통 뮤지컬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눈높이를 쉽게 충족시켰다. 노래 장면과 대사 장면이 교차하는 일반적인 뮤지컬 형식과는 달리, '두도시 이야기'는 노래 장면 속 대사가 존재하고 대사 장면 속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사건 전개와 인물 묘사가 매끄럽고 자연스러웠다.
이번에도 시드니 칼튼 역을 맡은 배우 서범석의 연기는 한층 진지하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노련하고 관록이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서범석의 '아이 캔트 리콜'(I can't recall) 넘버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역사의 순간을 가슴 찡하게 묘사했다.
이밖에도 마담 드파르지를 연기한 소냐의 연기는 시종 에너지가 넘치고 김아선은 여리지만 강한 루시 마네뜨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찰스 다네이 역을 맡은 박성환의 법정씬은 흠잡을 데가 없지만, 구성상 찰스 다네이의 비중이 2부에선 극히 약해지기 때문에 다네이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속상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
'두도시 이야기'는 전 세계에서 2억부 이상 팔린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은 2007년 미국에서 초연됐다. 염세주의 변호사 시드니 칼튼이 프랑스 혁명이라는 운명의 소용돌이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사랑을 그린다. 오는 8월 3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BOM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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