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1일(수)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장동건, 이제야 말하는 '나의 선택 그리고 부담감'

작성 2014.06.10 07:00 조회 7,015

장동건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장동건은 '미남 스타'란 수식어에 갇혀 있길 싫어하는 배우였다. 비록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인기가 독보적인 외모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것에만 안주 할 수는 없었다. 본인이 잘생김을 알고, 그것에 대한 찬사를 여전히 즐기지만, 배우 장동건으로 돌아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는 스타가 아닌 배우이길 원했다. 스스로 감독을 찾아가 배역을 따낸 '해안선'(2002)때부터 그 강력한 의지는 표출됐다. 이후 '친구'(2001), '태극기 휘날리며'(2003)까지 그는 연기로도 또 상업적으로도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침체에 빠졌다. 여기서 말하는 침체는 여느 배우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있다. 스타 장동건이 대중들의 받는 기대치는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장동건이라면 시청률 30%는 찍어줘야 할 것 같고, 천만 관객은 아니라도 500만 관객 정도는 모아야 이름값을 한다는 높은 기대감을 깔려 있었다. 

2012년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성공적으로 끝낸 뒤 장동건은 차기작으로 이정범 감독의 신작 '우는 남자'를 선택했다. '우는 남자'는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던 킬러 곤(장동건 분)이 조직의 마지막 명령으로 타겟 모경(김민희 분)을 만나고, 임무와 죄책감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우는 남자

이 작품은 태생적으로 감독의 전작 '아저씨'와의 비교가 불가피했다. 장르부터 이야기, 연출까지 영화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분에서 '아저씨'와 겹쳐보이는 부분이 적잖았다. 장동건과의 인터뷰 초반 질문도 '아저씨'와 '우는 남자'의 유사성를 묻는 것에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

"감독님도 같은 분이시고, 장르도 같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서는 완성도에 대한 비교는 있을지언정 콘셉트나 스토리에 대한 비교는 없지 않을까 싶다. 원빈과의 비교는 만약 내가 그보다 나이가 어린 후배였다면 의식이 됐을 텐데, 선배니까 그런 것에 대해 정말 아무런 부담이 없다" 

장동건은 오래전부터 액션 느와르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아마도 모든 남자배우가 이 장르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장르의 섭외도 받아봤지만, 완성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잘 만들기 어려운 장르이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한국 영화에서 느와르하면 이제 누구나 '아저씨'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당연히 이정범이라는 이름에 신뢰가 갔다. 많은 배우가 이정범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내게 온 것이다"라고 이 영화를 선택한 필연적 이유를 전했다.

감독에 대한 신뢰, 장르에 대한 도전 의식 등이 장동건을 '우는 남자'로 이끌었다. 이 작품에 대한 그의 욕심은 초고만 보고 출연을 결정할 정도로 컸다.

영화 속에서 곤이 모경을 지키는 데 있어 동력이 되는 감정은 죄책감과 자기반성이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모성에 대한 결핍으로 삐뚤어진 정서가 형성된 남자가 사람을 죽이는 킬러가 된 것은 개연성이 있는 설정이다.

그러나 잔학 무도한 킬러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죄책감을 느껴 타겟이 된 인물을 지키고자 한다는 것은 보는 이에겐 쉽게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장동건은 공감 가능한 연기로 관객을 설득시켜야 했다.

장동건

"시나리오에 감정에 대한 설정이나 지문이 많지 않았다.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마지막 곤의 선택이었다. 과연 그는 언제 그런 마음을 먹었을까? 그걸 미리 판단하고 연기를 해야 했다. 또 어려웠던 점은 받아들이는 관객의 입장을 고려하며 연기를 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곤의 우는 장면은 영화 흐름상 마지막에 배치됐지만, 실제로는 사건 중간에 운 것이지 않나. 그런 눈물을 흘리는 곤과 흘리지 않았던 곤은 분명 행동도 감정도 달라야 했다"

장동건은 곤이 모경을 구하는 동기에 대해 "1차적으로는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었을 것이고, 2차적으로는 어머니를 증오하며 살았던 삶에 대한 자기 반성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런 지점에서 확신을 갖고 시나리오의 공백들을 채워나갔다"고 말했다.

감정 연기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은 액션이었다. 장동건은 이번 영화에서 역동적인 총기 액션을 선보였다. 장동건은 이정범 감독의 액션 느와르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기에 촬영 두 달 전부터 액션 스쿨에 다니며 훈련에 집중했다.

"'아저씨'의 화려한 액션을 생각하고는 촬영 들어가기 1~2달 전부터 맹연습을 했다. '나도 이제 이런 폼나는 액션을 하는구나' 하면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는데 감독님이 어느 날 액션 스쿨에 와서 내 모습을 보시더니 "동건, 이건 아닌 것 같은데..."하시더라. 그러면서 '우는 남자'는 '아저씨'처럼 공분을 사게 하는 악당이 있고, 주인공이 악당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영화가 아니라고 하시더라. 곤의 액션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포함된 것이다. 맨몸으로 부딪치는 처절한 액션을 담고 싶다고 하시더라"

우는 남자

결국 '우는 남자'의 액션은 요즘 영화의 흐름과 다르게 스타일리시한 액션을 지양하는 형태로 완성됐다. 장동건의 몸도 멋진 근육을 만들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액션 장면을 소화하기 위해 기본을 다지는 수준으로 단련했다. 

이러한 노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장동건의 '우는 남자'는 개봉 첫 주 성적이 좋지 못한 상황이다. 어떤 배우라도 야심 차게 선택하고, 치열한 고민한 결과가 아쉬운 경우는 있다. 장동건 역시 이런 경험을 여러 차례 해왔다.

따지고 보면 그는 늘 한국 영화의 어떤 새로운 시도가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선택된 배우다. 그런 점에서 그는 늘 부담을 자처했고, 그로인해 성공도 실패도 맛봤다.

"당시에는 부담을 안 느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게 컸다면 아마도 그런 선택은 못했을 것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끼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다 생각이 바뀐 계기가 '위험한 관계'라는 작품을 하면서였다. 이제야 하는 얘기지만 그 영화의 시나리오는 읽고는 관객이 안 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그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도저히 안 할 이유를 못찾아서였다. 멜로 영화의 거장인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하고, 고전 명작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었고, 아시아 최고 여배우인 장쯔이와 장백지가 내 파트너였다. 딱 한가지 걸리는 건 흥행 뿐이었다. 그럼에도 선택을 했는데 역시나 흥행은 되지 않았다. 그 작품을 통해 배우가 흥행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운 건 이기적인 생각이구나 싶더라. 그 이후부터 흥행도 염두에 두게 됐다"

장동건은 "과거에는 흥행보다는 작품의 의미를 먼저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로스트 메모리즈'나 '태극기 휘날리며', '태풍'과 같은 작품 모두 당시 최고 제작비를 경신한 영화였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말도 그즈음 생겼던 것 같다. 그때는 그런 시도들이 의미도 있고 재미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선택들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배우가 작품에 대해 가지는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그는 "배우가 그런(흥행에 대한) 책임을 나눠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드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장동건

장동건은 다작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우성, 이정재 등 동시기에 전성기를 누린 스타들의 최근 행보와 같은 맥락이다.

"1년에 한편씩은 꼭 하려고 한다. 큰 작품을 기다리고 있다거나 골라서 하겠다는 생각도 없다. 지금은 오히려 흥행에 대한 부담을 인정하게 됐기에 좀 더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슬럼프에 대해 이야기도 했지만, 배우로서 작은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게 어쩌면 연기에 대한 본질로 돌아가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작은 영화의 시나리오가 들어오느냐고 묻자 장동건은 "안 들어온다.(웃음) 어쩌면 큰 영화 위주로 하면서 자초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더라. 그런 것에 대한 반성도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해안선'도 내가 김기덕 감독님을 찾아가서 하게 된 것인데, 지금 그런 자세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데뷔 22년, 최정상의 자리에 머물며 여전히 '특급 스타'로 불리고 있는 그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과 좋은 작품을 기다리는 목마른 자세는 신인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앞으로 어떤 배우로 살아가고 싶냐"라는 마지막 질문에 장동건은 간단하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답으로 마무리했다.

"그런 질문에 멋진 대답을 생각해둔 적도 있지만, 요즘엔 심플한 답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오랫동안 관객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더불어 관객에게 항상 기대감을 갖게 하는 배우이고 싶다"

ebada@sbs.co.kr

<사진 =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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