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신민아는 연기력보다 외모가 앞선 배우였다. 데뷔 이후 줄곧 '여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만큼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배우지만, 연기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10년 SBS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신민아는 차기작으로 '아랑 사또전'을 택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시청자와의 교감에 실패하며 아쉬운 성적을 거두었다.
이후 절치부심한 끝에 신민아가 선택한 작품은 뜻밖에도 장률 감독의 영화 '경주'였다. 5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였기에 오락영화가 아닌 작가주의 감독의 신작을 선택한 점은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신민아의 필모그래피에서 전기를 이룰 만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경주'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경주'는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 경주에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고 시간과 추억을 더듬는 남자 최현의 1박 2일을 다룬 영화다.
친구의 장례식에 다녀온 최현(박해일 분)은 7년 전 친구와 찾았던 경주를 떠올린다. 특히 한 찻집에서 봤던 춘화의 잔영에 사로잡혀 다시금 경주를 찾는다. 7년 전 찻집은 여전했으나, 춘화는 없었다. 대신 그곳에서 공윤희(신민아 분)라는 알듯 모를 듯한 여자를 만난다.
신민아가 분한 공윤희는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내면의 상처를 숨기고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여자다.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신경질적인 여자도 아니다. 발랄함과 사랑스러움도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신민아는 자신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홀로 찻집을 운영하는 미모의 여자, 신비로움과 발랄함을 동시에 지닌 매력녀 캐릭터가 신민아가 가진 이미지와 에너지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연기 역시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살리는 쪽으로 이뤄졌다.
물론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는 말은 아니다. 박해일은 이번 영화에서 오로지 자신밖에 소화할 수밖에 없는 연기를 보여줬고, 김태훈, 윤진서, 신소율 등도 성실한 연기로 영화를 빛낸다. 여기에 류승완 감독, 이춘연 대표, 이준동 대표, 송호창 의원 등 영화계와 정치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인물이 카메오로 영화를 빛냈다.
신민아는 이 좋은 흐름을 이어간다. 개성 강한 배우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면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살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긴 호흡의 영화이거나 출연진이 많은 영화일수록 배우가 안정된 연기를 펼치기가 어렵다.
신민아는 "이렇게 긴 호흡의 영화는 처음이었다. 대사도 길고 호흡도 길고 테이크도 길어 긴장했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민폐가 되면 어쩌나, 대사 틀리면 어쩌나 걱정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던 것이다.
장률 감독의 편안한 디렉팅, 박해일과의 안정된 호흡이 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신민아는 "현장에 좋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어서 그 긴장을 놓치지 않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나한테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고 당시의 분위기를 전했다.
'경주'에서 신민아는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발성과 발음에서 많은 개선을 보였다. 감정변화가 크지 않는 공윤희의 성격을 고려해 목소리 톤을 시종일관 차분하게 유지한 것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배우는 자세로 임한 신민아의 태도가 호연을 낳았다. 더욱이 지나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더 넓고 다양하기에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신민아의 발전과 박해일의 건재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 앞으로 한발 더 다가선 장률 감독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영화 '경주'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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