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뮤지컬 '머더 발라드'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키스를 세어 보았다. 칠곱 번, 여덟 번, 아홉 번…. 끊임없이 나오는 배우들의 키스 세례(?)에 결국 숫자를 세는 걸 포기했다. 사랑, 욕망, 좌절, 용서, 집착 등 키스의 의미도 다양했다. 뮤지컬 '머더 발라드'는 이처럼 사라와 톰, 마이클 등 인물들 간 미묘하고 본능적인 감정들을 육감적으로 풀어냈다.
'머더 발라드'는 배우 김수로 프로젝트의 첫 라이센스 뮤지컬이었다. 또 최고의 야심작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동안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난 뒤, 공연계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대학로 무대로 옮겨왔다. 무대는 더 좁아졌고 주연배우들의 동선은 짧아졌지만, '머더 발라드' 배우들의 땀 냄새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 생동감은 더욱 짙어졌다.
'머더 발라드'는 미국 뉴욕의 한 바를 배경으로 한다. 불 같은 사랑을 나누던 사라와 탐은 권태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헤어진 뒤 사라는 괴로워하다가 '착한 남자' 마이클을 만나서 가정을 꾸린다. 현실에 익숙해질 무렵, 사라는 탐과의 사랑을 잊지 못하고 둘은 재회한 뒤 파국으로 치닫는다.
직사각형의 무대에는 'ㄷ'(디귿) 모양으로 긴 바 테이블이 연결돼 있고 한가운데에는 미국식 술집 '펍'(PUB)의 전형성을 드러내는 큰 포켓볼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다. 90분 러닝타임 동안 톰, 사라, 마이클, 내레이터 등 4명의 배우들이 무대 곳곳을 뛰어다니지만 소품이 이동하거나 무대장치가 전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지 무대 위 의자에 앉은 관객들은 그들을 향해 소리치며 분위기를 돋운다.
톰 역을 맡은 한지상과 사라 역의 박은미, 톰 역할을 맡은 조순창 등은 지난해부터 '머더 발라드' 무대에 올랐던 만큼 연기에 물이 올랐다. 연습 도중 늘 부상의 위험에 시달렸던 배우들이지만, 이번 시즌에선 긴장감을 씻어내고 테이블들을 옮겨 다니면서 고음의 록발라드를 열창했다. 내레이터 역의 문진아의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폭발적인 고음은 관객들의 박수를 절로 이끌어냈다.
'머더발라드'는 가볍지 않은 주제에, 송스루 뮤지컬이라는 생소한 장르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바(Bar)석에 앉은 관객 1명은 극중 마이클과 사라의 사랑스러운 딸 프랭키 역을 맡게 되는데, 이 때 즉흥성은 웃음을 유발했다.
지난해 김수로 프로듀서가 기대를 당부했던 것처럼, '머더 발라드'의 마지막 반전스토리까지 빼놓을 수 없다. '머더 발라드'는 대사가 거의 없는 뮤지컬인 만큼 구성적 몰입감이 필요하다. 이 결말을 두고 관객들의 평은 엇갈리지만, 대학로에서 봐오던 뮤지컬과는 차별성을 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모든 공연을 마친 뒤 '머더 발라드'의 배우들은 테이블에 올라가서 신명나는 커튼콜을 장식한다. 10년째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라인센스 뮤지컬 '헤드윅'만큼이나 커튼콜에서 뿜어내는 배우들이 에너지가 엄청나다. 한지상의 돌고래 록발라드, 박은미와 문진아의 열정적인 헤드뱅잉을 보다 보면 분명 대학로 어느 극장의 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어느새 뉴욕의 한 술집에서 음악에 취한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머더발라드'는 이번달 29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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