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뮤지컬 '태양왕'은 잘 알려진 대로 “짐은 곧 국가다.”라는 절대 권력의 상징적 어록을 남긴 루이 14세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유럽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프랑스 왕실을 배경으로 했으며, 70억원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답게 거대한 규모 자랑했고 화제성 또한 컸다.
뚜껑을 연 '태양왕'은 역시 화려했다. 바로크 시대를 배경으로 구현된 웅장한 무대와 300벌 가량의 의상세트가 계속 등장했다. 태양왕이라는 거대한 무대중심은 한류스타 안재욱이, 드라마로 인기가 더 상승한 신성록이 맡았으며, 김소현과 윤공주, 김승대와 정원영 등 뮤지컬 스타들이 힘을 보탰다.
무용수들의 아크로바틱한 연기는 대형극장 무대를 쉴새없이 꾸몄다. 줄타기, 플라잉, 대형 벌룬 무대 등 기구를 활용한 안무가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익숙하지만 프랑스 감성이 녹아든 넘버들은 부드럽게 무대를 채웠다.
한국어 초연 '태양왕'은 화려함이 모든 예술성으로 치환되진 않았다. 스토리구조가 단조롭고 인물들의 감정선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배우들의 열연이 빈공간을 채운다.

이번 작품은 주인공의 존재감이 더 없이 큰 작품이다. 신성록의 중저음 대사톤과 연기력은 흠잡을 데 없다. 고음으로 이뤄진 넘버들은 익숙친 않지만 가성과 진성을 번갈아 쓰는 신성록의 창법에 대한 반응은 호불호로 나뉠 순 있지만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한 건 분명했다. 빠트리면 안 될 부분은 필립 역 정원영의 발견이다. 허스키하면서 중성적인 목소리와 발랄한 몸동작을 선보이는 정원영은 필립이란 꼭 맞는 옷을 입었다는 느낌을 준다. 윤공주, 임혜영, 이소정 등 여배우들의 안정된 가창 역시 귀를 즐겁게 한다.
'태양왕'은 마지막 베르사유의 궁전을 배경으로 마지막 무대를 꾸민다. 루이14세과 절대왕정의 화려함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앞으로 한달 넘게 '태양왕'이 더 뜨겁게 빛나길 기대해 본다.
'태양왕'은 오는 6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E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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