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5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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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사이드 르윈' 꿈과 현실, 희망과 좌절의 기나긴 여정

김지혜 기자 작성 2014.01.29 10:54 조회 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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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1961년 가스등 카페. 스탠딩 마이크에 한 줄기의 조명이 내리고, 기타를 맨 사내가 등장해 노래를 시작한다.

"날 매달아주오. 난 죽어 사라지겠지. 목숨엔 미련 없어도 무덤 속에 누워지낼 긴 세월이 서럽네…" ('Hang Me, Oh Hang Me' 중 일부)

이 노래, 이 가사를 듣는다면 그 누구라도 기립해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슬프고도 아름다운 무대다. 달관의 메시지가 돋보이는 가사는 마치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듯하다.

코엔 형제(에단 코엔, 조엘 코엔)의 첫 음악 영화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은 언플러그드 공연장에 있는 듯한 청각적 황홀경을 선사하며 영화의 오프닝을 연다. 이윽고 감독은 르윈(오스카 아이작)의 꿈을 향한 기나긴 여정에 관객을 동행시키고 끝내 영화의 제목처럼 그의 내면으로 안내한다.

르윈은 동네 술집에서 노래하며 푼돈을 버는 무명의 포크 가수다. 듀엣으로 호흡을 맞춰온 동료 마이클의 자살 이후 음악적 성공과 삶의 안정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게다가 친구의 아내 진(캐리 멀리건)이 갑작스레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고 통보해 큰 혼란에 빠진다.

유명 프로듀서가 주최하는 오디션에 참가하기로 결심한 르윈은 힘들 때마다 의지하는 골파인 교수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떠나던 날 아침, 교수가 키우던 고양이가 자신을 따라 집 밖으로 뛰쳐나온다. 현관문이 잠겨 데려다 놓을 수도 상황, 결국 한쪽 팔엔 기타 다른 한쪽 팔엔 고양이를 앉고 짧고도 긴 여행길에 오른다.   

인사이드

'인사이드 르윈'은 포크 가수 데이브 반 롱크의 자서전 '더 메이어 오브 맥도갈 스트리트'(The Mayer of Macdougal street)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의 뉴욕을 배경으로 꿈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한 뮤지션의 이야기를 담았다.

르윈은 그 시대를 살았던 여느 무명 가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음악적 성공과 삶의 안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한겨울에도 변변한 코트 한 벌 없이 거리를 전전하고, 여자친구를 임신시키고도 낙태 비용이 없어 전전긍긍할 정도로 삶은 궁핍하다. 여동생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음악을 관두고 배를 타라고 권하지만 그런 삶이야 말로 '시체 인생'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오로지 한 길만 걷고자 하는 장인정신과는 조금 다르다. 르윈에게 음악은 곧 자아다. 사랑했던 사람들조차도 "넌 루저야"라고 비난하지만, 그에겐 "이 속물들"이라고 응수할 자존심이 남아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르윈을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의 이름이 10년에 걸쳐 모험을했던 그리스 신화의 영웅 율리시즈(Ulysses)라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집을 뛰쳐나온 고양이에게 바깥세상은 흥미롭고도 두려운 미지의 세계다. 뉴욕을 벗어난 르윈에게도 성공에 대한 기대와 실패로 인한 좌절, 두 가지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율리시즈의 행방과 르윈의 선택 역시 닮은 점이 있다. 고양이가 직감적으로 집을 찾아 오듯 르윈은 미래에 대한 확신 없이도 노래하는 삶으로 회귀한다. 마치 숙명처럼…. 그로 인해 삶은 더욱 불행해질까. 알 수 없다.

코엔 형제 특유의 유머는 영화 곳곳에 살아있다. 웃음의 대부분은 르윈의 괴팍한 성격으로 인해 발생하는데 비록 삶이 어둡고 암울해도 비관주의에 빠진 전형적인 루저의 모습은 아니기에 더욱 흥미롭다.

영화는 구조적으로도 인상적이다. 첫 시퀀스와 마지막 시퀀스는 수미쌍관을 이룬다. 동일 장면의 반복처럼 보이지만, 다르게 다가온다. 첫 장면에서 주는 감상이 물음표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주는 감정은 느낌표다.

특히 중절모를 쓴 사내가 르윈에게 주먹을 날리며 하는 말은 노래 하는 행위의 숭고함을 일깨우는 각성제 같은 역할을 한다.

인사이드 르윈

'인사이드 르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음악이다. 1950~60년대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포크송은 보는 이의 귀를 호강시킨다. 르윈으로 분한 오스카 아이작은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배우가 된 것 마냥 연기하고 노래한다.

오프닝을 비롯해 여러 차례 등장하는 '행 미, 오 행미'(hang me, oh hang me)를 비롯해 르윈이 짐(저스틴 팀버레이크)과 함께 입을 맞춘 곡 '플리즈 미스터 케네디'(Please Mr. Kennedy), 시카고 오디션에서 부른 '더 데스 오브 퀸 제인'(The Death Of Queen Jane) 등 수많은 명곡이 영화를 빛낸다.

또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노래에 남다른 재주를 가진 배우 캐리 멀리건이 함께 부른 '파이브 헌드레드 마일스(Five Hundred Miles)도 놓칠 수 없는 노래다.

'파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리어스맨' 등을 통해 사회를 향한 풍자와 해학을 담아냈던 코엔 형제는 음악 영화조차도 창의적이고 깊이 있게 완성해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2등에 해당하는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으며,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코엔 형제의 역작이라던가 해외 영화제 수상이라는 화려한 수식에 기대지 않더라도 이 영화는 봐야할 이유가 충분하다. 특히 꿈과 현실로 인해 희망과 좌절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르윈의 여정은 가슴 절절하게 와 닿을 것이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05분, 개봉 1월 29일.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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