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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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적 "나이가 주는 고독감 같은 게 있다"

작성 2013.11.18 17:55 조회 1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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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SBS SBS연예뉴스 l 이정아 기자]감성 싱어송라이터 이적이 돌아왔다. 정규 5집 '고독의 의미'를 들고...날도 추워졌고 한해가 저물어가는 요즘, 이적의 앨범을 듣고 있노라면 진짜 고독이 온몸에 사무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얼굴을 볼 수 있었던 터라 정규 앨범으로는 2010년 '사랑' 이후로 3년 만이라는 사실이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앨범을 듣고 있자니 “그래 맞아! 바로 이런 앨범을 만들 수 있는 게 이적이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정성 가득 담은 노래가 가득 채워진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작년 가을 쯤 그간 썼던 곡을 좀 들어봤다. 그 중에서 괜찮은 곡들을 작업해 이렇게 앨범에 담았다. 장식을 화려하게 하지는 않았다. 타이틀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은 사랑에 버려진 느낌, 아이가 오지 않을 엄마를 기다리는 그 모습을 그리며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타이틀곡은 처절하게 느껴질 정도다. 화려한 장식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수록곡은 물론 앨범 재킷 등 면면에서 정성이 느껴진다. 그 만큼 성적도 기대하고 있을 것 같다.
“대단한 성적을 낼 것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듣게 되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다. 물론 성적도 확 좋으면 너무나 좋겠지만. 내 노래는 시차를 두고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요즘 정규 앨범을 발표할지 말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때로는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용기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또래 가수들이 정말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게 어떻게 앨범을 낼 것이냐, 정규앨범이냐 디지털 싱글이냐 하는 부분이다. 아니면 파트1, 파트2 이렇게 나눠서 낼 것인지. 이번 앨범을 내면서도 많이 바뀐 환경에서 어떻게 하는 게 합리적일까, 효율적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골수팬이라고 정규 앨범을 꼭 원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정규 앨범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이라도 긴 호흡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의 형식이라는 게 언제까지 될지 모르겠지만 난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그런 형식으로 들어왔기에 그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여러 가지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지만 혹시라도 이게 마지막이라면 폼 나게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개인적으로는 만족한다.”

이적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면 '저런 모습도 있구나' 싶다.

“어린 세대들은 패닉을 잘 모르더라. '다행이다' 정도만 어디서 들어봤다는 친구들도 있고. 이제 내가 어느 정도 예능에서 모습을 보였고 '무한도전 서해안 가요제' 등에서 음악을 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었다. 이제 '이 사람이 이거 하는 사람이구나' 정도를 알게 한 결과는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앨범은 특히나 여기저기서 지독한 고독이 느껴지고 버림 받는 것에 대한 극도의 불안 같은 것도 느껴진다.
“그런 정서가 있긴 있었나 보다. 일단 가정생활은 매우 행복하다.(웃음) 그것과 별개로 작업실에 가서 혼자 있으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나이가 주는 고독감 혹은 위기감 같은 것도 있다. 예전에는 내가 스스로에게도 숨기고 살았는지 모르겠는데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40대가 되도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선배들이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고 그런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또 있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그런 것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인생이 좀 고독하잖아,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때가 됐다 싶다. 지금 하는 고독의 이야기는 과거와는 또 다르다.”

20대 때랑 지금이랑 곡을 만드는데 있어서 조금 더 쉽다, 어렵다 그런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때에 비해 지금 어떠하다기보다 개인적으로 곡이 잘 써지는 시기, 안 써지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지나고 보면 이 때 곡이 잘 써졌구나, 이때는 아주 좀 힘들었구나 그런 게 있다. 이번 앨범은 잘 써진 경우였던 것 같다. 아직도 괜찮은 곡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들었다.”

오랜 시간 한 길을 걸어왔다. 무엇이 이런 것들을 가능하게 한 것 같은가.
“막 스타라든지 탑이 아닌 상태에서 꾸준히 가는 게 장점인 것 같다. 그래서 아직 소모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투구 수를 조절하면서 간다는 느낌이다.”

이 계절에 마음이 너무 추워 어깨를 떠는 이들이 있다면 단연코 이적의 이번 앨범 '고독의 의미'를 추천한다. 단, 이 노래를 듣고 추운 마음이 더 추워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도 어쩌면 지나가는 세월 속에 바로 지금 이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happ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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