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SBS연예뉴스 l 강경윤 기자] 누구나 인생에 한번쯤 기회가 찾아온다. 배우에겐 배역을 통해서 자신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그렇다. 배우 박건(33)에겐 tvN '빠스껫볼'(연출 곽정환 극본 김지영)이 그렇다. 박건은 '빠스껫볼' 캐스팅을 두고 “인생 최고의 기회”라고 말했다.
일제 통치를 받던 격랑의 1940년대 움막촌 농구팀의 이야기를 그린 '빠스껫볼'에서 박건이 맡은 역할은 장수동. 수동은 도박농구판의 판주이자 기회주의의 표상 공윤배(공형진 분)의 오른팔이자, 얼핏 보면 무식하고 힘만 센 악의 축. 그러나 수동은 역사의 흐름에서 존재할 법한 역할이자 향후 개과천선의 가능성을 남겨둔 성장형 캐릭터다.
제주도 출신 박건은 서울 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배우의 큰 꿈을 안고 연극, 영화, 드라마에 닥치는대로 도전했다. 하지만 많은 배우들 사이에서 조명을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든 건 내 안에 있다.”는 믿음으로 누구를 탓하기 보다는 연기에 진정성을 갖기 위해 갈고닦았다. 최근 '빠스껫볼' 수동 역을 제안 받은 박건은 누구보다 연기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게으름 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심했다.

◆ “'빠스껫볼'은 내 인생 최고의 기회”
드라마 '추노'로 인연을 맺은 곽정환 감독과 두 번째 인연을 맺게 된 박건은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제 인생에 다시 이렇게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내 모든 걸 걸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최소한 제가 드라마에 피해를 주면 안 되잖아요. 극중 경상도 사투리를 써야 해서 부산에서 연기학원을 하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매주 특훈을 받았어요. 누구나 다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어요.”
큰 키와 덩치, 분출되지 못한 공격성과는 달리 맑은 눈빛을 가진 박건은 수동이란 캐릭터에 매우 잘 어울린다. 드라마 촬영 수개월 전 일찌감치 캐스팅이 결정된 수동은 그 때부터 '빠스껫볼'에 모든 걸 다 걸었다.

◆ “6시간씩 농구연습…미친 사람으로 불려도 좋아요”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캐스팅이 결정된 날부터 매일 저희 아파트 주차장에서 농구연습을 했어요.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요. 오른손 3시간 왼손 3시간 아무 생각도 없이 드리블 연습만 했어요. 아마 주민들이 미친 사람인줄 알았을 거예요. 근데 저 정말 그 역할에 미치고 싶었어요.”
그래서일까. 땀 냄새 짙은 농구장에서 박건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폭은 갑절로 늘어났다. 일단 농구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연기에도 한층 자신감이 붙었다. 비록 수동은 어려운 시대에 시민들의 피를 빨아먹는 도박농구꾼이지만, 어딘가 허술해서 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인물로 거듭났다.
박건은 '빠스껫볼'에서 생애 첫 삭발을 시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머리 미는 데 슬프진 않았나.”란 질문에 박건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스터 촬영 현장 때였어요. 곽정환 감독님이 '머리 한번 밀어보는 게 어떻냐'고 즉석에서 제안해주셨어요. 그말에 '네!' 대답하고 분장팀이 가지고 있던 이발기로 3mm로 밀었어요. 슬프냐고요? 전혀요. 오히려 수동이란 캐릭터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만족이에요. 덕분에 이발비도 안 들고요.(웃음)”

◆ “공형진 선배, 내 인생에 멘토”
'빠스껫볼'에는 신인급 연기자들도 다수 출연하지만 김응수, 이한위, 공형진, 조희봉 등 쟁쟁한 중견 배우들의 라인업도 빼놓을 수 없다. 박건은 첫 리딩 때부터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그는 첫 리딩을 마친 뒤 공형진이 “수동아, 이리로 와봐.”했을 때 크게 혼나는 건 아닐까 잔뜩 겁을 먹었다고 말했다.
“공형진 선배가 '고향이 경상도니?'라고 물어보셨어요. 제주도가 고향이라고말씀드렸더니 '잘한다'고 칭찬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그동안 한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고요. 공형진 선배는 현장에서 잘 챙겨주세요. 매 점심도 사주시고 얼마 전에는 한우도 사주셨어요.(웃음) 제가 더 성장한다면 저 역시 공형진 선배처럼 후배들에게 멋진 선배가 되고 싶어요.”
수동은 악역에 가까운 역할이지만 박건은 이 캐릭터 안에 작금의 현실을 투영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나쁜 일을 도맡아 하지만 그것 역시 그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예요. 현대 우리 사회에도 그런 존재는 있죠. 슬프지만 현실이 그럴 거예요. 시청자들이 수동을 통해 한번쯤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박건은 마지막으로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며 자신의 연기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고 했다.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박건은 누구보다 관심과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꼈기 때문.
“제 신조가 '혼나기 전에 잘하자'예요. 100% 제 맘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혼나고 싶지 않아요. 모든 열정과 가난의 설움까지 농구에 쏟아부은 '빠스껫볼'의 인물들처럼 저 역시 그동안의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제 모든 걸 장수동에 쏟아붓고 싶습니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sbs.co.kr
글=강경윤 기자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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