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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소이현 "단정한 청담스타일, 그걸 깨고 싶었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13.02.19 09:10 조회 1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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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이현

[SBS SBS연예뉴스 ㅣ 강선애 기자]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청암동 앨리스'에서 청담동 며느리 서윤주는 '아름답다'는 단어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여자였다. 얼굴은 예뻤고, 행동은 우아했고, 패션 감각은 센스가 넘쳤으며, 전체적으로는 고급스러운 품격이 묻어났다. 서윤주는 20대 후반의 여성도 충분히 '청담동 사모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이런 서윤주를 연기해낸 배우 소이현. 소이현은 서윤주를 열연하며 정말 '물오른 미모'를 뽐냈다. 원래도 예쁜 소이현이었지만, '청담동 앨리스' 속의 소이현은 더 예뻤다. 그래서 서윤주에 잘 어울렸다. '젊은 청담동 사모님'이 실제로 있다면, 딱 소이현의 얼굴일 거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소이현은 서윤주의 모습 그대로였다. 드라마가 종영한지 3주 가까이 됐는데, 소이현은 겉모습과 말투, 웃는 모습에서 여전히 서윤주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소이현

“드라마 끝나고 화보촬영 때문에 해외에 다녀오고, 밀린 스케줄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어요. 그러다보니 따로 윤주를 마음 속에서 비워내거나 그러진 못했죠. 또 화보촬영을 하거나 인터뷰를 하거나, 아직 많은 분들이 제게 윤주같은 모습을 원하세요. 그래서 외적인 스타일에 변화를 주지 못했어요. 그런데 전 이게 좋아요. 윤주는 다음 작품을 만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난다면, 그 때 자연스럽게 비워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청담동 앨리스' 속 서윤주는 대놓고 속물 근성을 드러냈다. 부잣집 남자를 만나겠다는 야망에 사랑하던 차승조(박시후 분)를 매몰차게 버렸고, 다이어리까지 쓰는 철저한 계획 아래 지앤의류 신민혁(김승수 분)과 결혼해 청담동 입성의 꿈을 이뤘다. 물론 마지막에 윤주는 모든 것을 버리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돌아왔지만.

“전 윤주가 일반인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저희 또래 여자들을 보면, 시집 잘 가고 남편 잘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다들 하잖아요. 저도 그런 생각이 어느 정도 있어요. 그렇게 따지면 윤주는 요새 여자들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거죠. 드라마라 윤주가 좀 더 극적이긴 했지만요. 다만 윤주는 '잘 사는 남자를 만나겠다'는 게 인생에서 1번인 거죠. 저도 그런 마음이 있긴하지만, 그게 윤주처럼 1번이 될 수 없어요.”

서윤주가 아무리 요즘 여자들의 야망을 극화시켰다고 하나, 완전히 이해하기엔 힘든 캐릭터임은 분명하다. 소이현은 이런 서윤주를 어떻게 완벽히 소화할 수 있었던 걸까.

“역할이 쉽진 않았어요. 작품 들어가기 전에 작가분들이랑 회의를 하며 윤주의 히스토리를 먼저 다 들었어요. 윤주도 세경이(문근영 분)만큼 못 사는 친구였고, 그걸 벗어나려고 무던히 노력했던 아이고, 엄청나게 노력해 여기(청담동)에 들어왔으니 앞으로도 지켜나가려 노력할거다. 그렇게 이해하니 전 오히려 연기하기가 편했어요.”

소이현

이번 드라마에서 소이현은 남다른 '청담동 며느리룩'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때론 단정하게, 때론 과감하게, 그러면서도 우아한 매력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흐르는 서윤주만의 스타일은 2030 여성들의 워너비 스타일로 새롭게 떠올랐다. 소이현이 드라마에서 입고 나온 옷들은 금새 완판됐고, '소이현 패션' '소이현 스타일' 등이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협찬 받은 옷이 대부분이었고, 거기에 제가 평소 입는 아이템들을 같이 믹스매치하곤 했어요. 청남방, 스트라이프 티셔츠 그런 건 사실 청담동 며느리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인데, 전 그런걸 섞어서 입기도 했죠. 같이 일하는 스타일리스트 팀이 저와 10년이나 됐어요. 마음도 잘 맞고 서로 패션을 정말 좋아해서 저 데뷔 때부터 계속 함께 하고 있는데, 이번 드라마는 저희한테 장난감 놀이하는 기분이었어요.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하면서 재미있게 다양한 시도를 해 봤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아서 하는 내내 즐거웠죠.”

그렇다면 실제 '청담동룩'은 어떨까. '청담동 앨리스'에서 소이현이 선보인 것처럼 그렇게 입는 것일까. 소이현에게 '청담 스타일'에 대해 물었다.

“제가 다니는 샵이 청담동이라 돌아다니면서 보면, 청담동 사모님들은 굉장히 심플하게 입고 다니는 거 같아요.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 얇은 옷을 주로 입고, 코트에 손을 넣고 다니지 않아요. 아주 단정하고 여성스럽고 깨끗하게, 베이직한 스타일이 꽤 많은 거 같아요. 전 그걸 깨고 싶었어요. 윤주가 젊은 사모님이기도 해서, 20대 중후반의 여성이 충분히 입을 수 있는, 그런 젊은 청담동 사모님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소이현의 패션만큼 메이크업에 관한 관심도 뜨거웠다. 특히 입술에 포인트를 준 소이현의 메이크업은 '소이현 립스틱'이란 검색어를 만들어내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소이현은 이번 서윤주 메이크업에 평소 자신이 즐겨 바르던 립스틱들을 활용했다.

“처음부터 입술에 포인트를 줘야겠단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그냥 제가 평상시 바르는 색깔이었죠. 제가 원래 혼자 메이크업을 못 해요. 머리나 메이크업 쪽엔 관심이 없어서 평소엔 민낯으로 다니는데, 그게 스스로 너무 민망한 거에요. 그래서 '입술이라도 어떻게 해봐야겠다' 싶어 언제부턴가 입술에만 포인트를 주고 다니게 됐죠. 그렇게 평소 제가 좋아하는 립스틱 색깔을 서윤주를 연기하면서 발랐던 건데, 그게 이슈가 됐어요.”

소이현

소이현은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얻은 사람으로 자신있게 문근영을 꼽았다. 소이현과 문근영은 '청담동 앨리스'에서 친구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극중 그들의 사이는 단순히 '우정'이라 표현할 수 없는 관계였다. 윤주는 세경이 청담동에 입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였고, 세경이 사랑하는 승조의 전 여자였고, 세경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되는 청담동 며느리였다. 그래서 소이현과 문근영은 유독 눈물연기가 많았다.

“(문)근영이와는 되게 많이 친해졌어요. 제가 작품하면서 얻은 사람이에요. 성격도 잘 맞고 연기 호흡도 잘 맞았어요. 또 우연치않게 제가 다니는 헬스장을 같이 다니고 있더라고요. 근영이와 싸우는 신이 많았는데, 사이가 너무 좋으니까 같이 수다떨다가 감독님한테 혼나기도 했어요. 우는 신도 많았는데, 서로 상대방의 바스트샷에서 다 울어버리니 정작 자신의 바스트샷에선 제대로 못 우는 거에요. 그렇게 서로를 배려해주는 게 많아 서로 고마워하고 그랬어요.”

소이현은 요새 SBS 월화드라마 '야왕'에 푹 빠졌다. 지금까지 방영된 모든 회를 다 챙겨봤단다. '야왕'을 보면서 서윤주와 주다해(수애 분)를 연관짓곤 한다. 아직 서윤주가 마음 깊숙이 남아있는 소이현은 '야왕'에서도 서윤주의 흔적을 찾는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다.

“요새 '야왕'이 그렇게 재밌어요. 1회부터 쭉 다 봤어요. 보면서 다해와 윤주를 비교하곤 해요. 요새 그런 '나쁜여자'가 주체가 되는 드라마가 많은 것 같아요. '야왕'도 어떻게 보면 '청담동 앨리스'의 연장선처럼 보여요. 청담동에 들어가고자 했던 윤주의 옛날 모습이 다해같지 않았을까 싶죠. 다해가 백학그룹의 사람이 되기 위해, 윤주가 지앤의류의 사람이 되기 위해 했을 행동들을 연관지어 보는 거죠. 그래서 더 '야왕'에 몰입하게 되요.”

소이현

84년생 소이현은 올해 서른살에 접어들었다. 배우 소이현으로서, 인간 소이현으로서, 느끼는게 다를 2013년이다. 서른 살 배우 소이현, 그녀의 마음은 뭔가 달라졌을까.

“음력 설이 지나고 나니 '이제 진짜 서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20대 때보다 행동에 책임감이 더 생겼어요. 20대 때는 실수를 해도 '어리니까 그럴 수 있어'라는 말을 들었다면, 이젠 서른이라 '네가 나이가 몇인데 그걸 못하니'라고 하겠죠. 그런 소리를 듣고싶진 않아요. 30대 배우가 된 느낌요? 그건 오히려 조금 더 마음이 여유로워지고 편해진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역할도 전보다 더 많아지겠다 싶고. 배우로서 30대는 더 매력적인 나이인 것 같아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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