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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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또 울었던 주지훈 "눈이 빠지는 줄 알았어요"(인터뷰)

강선애 기자 작성 2012.12.03 08:48 조회 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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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SBS SBS연예뉴스 ㅣ 강선애 기자] 배우 주지훈(30)은 SBS 주말특별기획 '다섯손가락'(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에서 주인공 유지호를 연기하며 울고 또 울었다. 사랑했던 엄마 채영랑(채시라 분)의 배신에 울었고, 자신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엄마에 분노해서 울었고, 그런 엄마가 친엄마란 사실에 울었고, 엄마가 시력을 잃자 또 울었다.

주지훈은 극중 유지호가 엄마의 본심을 깨닫는 순간부터 드라마가 종영할 때까지 거의 매회 눈물을 흘렸다. '이 남자가 이렇게 잘 우는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주지훈이 단순히 눈물연기만 잘 소화한 것은 아니다. 총 30부작으로 호흡이 길었던 '다섯손가락'에서 주지훈은 유지호의 요동치는 감정변화를 잘 따라갔고, 남자주인공으로서 흔들리지 않게 극의 중심을 잡았다. '배우' 주지훈은 그렇게 한 드라마 안에서 한층 더 성장했다. 

주지훈

▲ “시청자들이 본게 답…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고도의 집중력으로 처절하고 불쌍했던 유지호에 몰입해 오열하던 주지훈. 유독 우는 연기가 많았던 만큼 주지훈은 고민이 많았다. 매번 똑같이 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눈이 빠지는 줄 알았어요.(웃음) '이렇게 울 수도 있구나' 싶었죠. '다섯손가락'은 굉장히 친절한 드라마에요. 시청자에게 설명을 자세히 해주느라 시간을 많이 할애해서 장면으로 보여주죠. 예를 들어, 마지막회에서 영랑을 찾아간 지호와 인하(지창욱 분), 셋이 같이 오열하잖아요. 그리고나서 바로 이어지는 신이 지호가 차에서 우는 거에요. 그런게 시청자에게 친절히 설명하는건데, 연기하는 입장에선 좀 힘들었어요. 다른 감정의 슬픔이 아니라 같은 감정으로 연달아 울어야하니까요. 그 두 신에 차이를 두기 위해선 캐릭터의 감정을 더 잘게 잘라 분석해야 했어요. 그래서 제가 배운 게 많죠. 감성만으로 연기할 순 없고 분명히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어요.”

주지훈이 '다섯손가락'에서 많이 울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주인공 유지호에게 온갖 시련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선 출생의 비밀, 살인미수, 불의의 사고, 배신과 복수 등이 지호와 영랑을 중심으로 빠르게 그려졌다. 그러다보니 내용이 다소 자극적이었고 '막장드라마'란 오명이 불가피하게 따라왔다.

“시청자들이 본게 답인 것 같아요. '다섯손가락'을 재밌게 본 분한테는 재밌는 드라마이고, 재미없게 본 분한테는 재미없는 드라마가 되는 거죠. 개인의 호불호를 저희가 나눌 권리는 없다고 봐요. 그리고 따지고보면 말이 안되는 건 없어요. 지금 사회를 보세요.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걸 보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잖아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드라마 속 내용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캐릭터에 집중하려 했어요.”

주지훈

▲ “이 작품이 내 연기 인생의 기로가 될 것”

주지훈이 유지호를 연기하며 가장 힘들었던건 울거나 화내는 감정연기가 아니었다. 유난히 빠른 전개로 인해 극중 사라진 시간들을 설득력있게 연기로 메우는 일이 그에겐 더 어렵게 느껴졌다.

“드라마의 특성상 전개가 빠르다보니 중간이 없어요. 그걸 제가 만들어야 했죠. 대본에서 '1년 후'가 되면, 그 기간 동안의 이야기를 제가 만들어야 해요. 매 신마다 두 세개의 안건을 가지고 감독님께 가서 같이 상의하고 캐릭터에 더 어울리는 내용으로 선택했죠. 계속 지호의 속내, 드러나지 않은 중간 상황들을 만들어냈어요. 안그래도 감정 변화가 큰 캐릭터인데, 그러다보니 제 감정이 많이 소진됐어요. 진이 좀 빠졌죠. 어쩔 수 없어요. 회차가 30회차나 됐으니까요.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회복을 좀 해야할 거 같아요.”

'다섯손가락'은 확실히 '배우' 주지훈을 키웠다. 대본 그대로 연기하던 수동적인 배우에서, 아닌건 과감히 버릴 줄 아는 능동적 배우로 변했다.

“이 작품이 제 연기 인생에 있어 기로가 될 것 같아요. 원래 전 대본에 주어진 그대로 연기하던 스타일이었어요. 근데 이번엔 대본을 보며 '아니다' 싶은 건 걸러도 내고, 새로 붙이기도 했어요. 물론 모든 게 감독님과 상의 하에 이뤄졌고요. 감독님도 화통하고 좋은 분이라, 대본에 있는 그대로 하라고 강요하진 않았어요. 많이 이해해줘서 고마웠죠.”

주지훈

▲ “정말 대단한 채시라, 캐릭터와 잘 어울린 진세연”

주지훈은 82년생으로 올해 한국나이 31세다. 그와 '다섯손가락'에서 연인 호흡을 맞춘 진세연은 빠른 94년 생. 주지훈과 숫자로만 보면 무려 띠동갑이다.

“(진)세연이는 정말 아기에요. 세대차이도 느꼈어요. 우리 또래라면 당연히 아는 유명한 노래를 세연이는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드라마 '궁'을 찍을 때 세연이는 열 두 살이었대요. 그래도 다행인 건, 나이차이는 났지만 세연이가 홍다미 역이랑 잘 어울렸어요. 세연이가 아직 연애를 안 해봤대요. 그래서 키스신을 찍을 때 좀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거조차 다미 캐릭터와 어울리니까 괜찮았죠.”

'다섯손가락'에서 유지호 캐릭터와 함께 없어서는 안 될 다른 하나의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채시라가 연기한 채영랑이다. 극중 지호와 영랑은 친모자의 관계였지만 서로 치가 떨리도록 미워했고 복수의 칼 끝을 서로에게 겨눴다. 주지훈만큼 많이 울고 명불허전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한 채시라. 주지훈은 연기 선배 채시라를 극찬했다.

“옆에서 보면 채시라 선배님은 단 한 신도 놓치지 않아요. 풀샷이든 브릿지신이든 모든 신에서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하세요. 그게 채시라 선배님만의 연기 방식이고, 그게 '배우 채시라'를 만든 거죠. 정말 대단해요. 채시라 선배님은 제가 갖고 있지 못한 단단한 부분을 가진, 존경하는 선배님이세요. 저랑 세연이랑 열 두살 차이였잖아요. 채시라 선배님이랑 저랑은 열 네살 차이인데. 나중에 함께 멜로연기를 해도 괜찮지 않을까요?”(웃음)

주지훈

▲ TV 없는 배우, 음악에 빠지다

주지훈의 집에는 TV가 없다. 연기를 업으로 하는 '연예인'이 TV가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 것도 최근까지 주말드라마에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한 사람이 집에서 모니터할 TV조차 없다는 게 놀랍다.

“평소엔 TV를 잘 안 봐요. 집에 TV 자체가 없어요. 영화 프로젝터만 있어서 그걸로 영화를 주로 봐요. 드라마 모니터요? TV는 없는데 방송이 나오긴 해요. 원래 모니터도 친구집에 가서 하곤 했는데, 친구들의 강력한 항의에 4년만에 케이블 셋탑박스를 달았어요. 제가 워낙 TV를 안 봐서, 그걸로도 '다섯손가락'이랑 '무한도전' 정도만 봤어요.”

집에 TV가 없는 연기자 주지훈은 집에선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거나 음악에 빠져있다. 주지훈은 평소 밴드를 결성해 곡 작업과 노래, 연주에 참여할 만큼 음악에 재능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앞서 지난 10월에 그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해운대에서 공연을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군 제대 후 영화와 드라마 촬영으로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차기작을 고를 때까지 음악에 푹 빠져볼 계획이다.

“친구들이랑 노래 만드는 게 좋아요. 악기를 조금 더 잘 다루고 싶기도 하고요. 지금은 공연곡들만 칠 수 있는 수준인데, 기타와 피아노를 더 배우고 싶어요. 영어공부도 열심히 할 거에요. 언젠가는 할리우드에 진출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어요. 그런 꿈은 가져도 되는 거 아닌가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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