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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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손가락' 정은우 "갑작스런 죽음, 모두가 멘붕이었죠"(인터뷰)

강선애 기자 작성 2012.11.27 14:26 조회 12,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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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우

[SBS SBS연예뉴스 ㅣ 강선애 기자] SBS 주말특별기획 '다섯손가락'(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에서 정은우(26)는 극 전체를 뒤흔드는 두 번의 반전을 책임졌다. 그가 연기한 홍우진 캐릭터는 죽음으로써 채영랑(채시라 분)의 악행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다시 살아남으로써 소름돋는 대반전을 선사했다.

정은우는 '다섯손가락'의 주연이 아닌 조연이다. 그런데 극에 미친 영향력이나 화제성에선 주연들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가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로 단숨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면, 강한 임팩트를 주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나갔다.

가족을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큰아들, 여동생에 다정한 오빠, 훈남 의대생,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냉철해지는 남자까지. 정은우는 '다섯손가락'에서 스펙트럼 넓은 연기로 시청자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 “홍우진의 갑작스런 죽음, 드라마엔 도움 됐으니 만족”

'다섯손가락' 18회에서 죽은 홍우진이 다른 곳에서 살아있었다는 설정으로 24회에 다시 등장했을 때, 시청자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는 화제를 모으며 홍우진, 즉 정은우의 '환생'이라고까지 불렸다.

“홍우진이 죽고 그 죽음이 모든 갈등이 풀어지는 열쇠가 된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근데 언제 어떻게 죽는 지는 몰랐죠. 대본을 받았는데 다음날 죽는 신을 찍는다고 돼 있는 거에요. 갑자기 홍우진이 죽는다니 저 뿐만 아니라 어머니 역 전미선 선배님, 동생 역 진세연, 같이 채영랑을 향해 복수를 꿈꾸던 김정욱 역 전노민 선배님까지 모두 멘붕(멘탈붕괴, 충격 받은 상태를 일컫는 신조어)이었죠. 솔직히 말해 연기자로서 조금 화도 났어요.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몇 회쯤 죽는지 알면 미리 계산해서 연기 강약을 조절할텐데 그게 안되니까요. 그래서 연기하는데 좀 힘들었어요.”

그런데 홍우진의 죽음과 환생(?)은 결과적으로 '다섯손가락'의 극 흐름 중 가장 큰 반전이자, 권선징악의 결말을 풀어내는 결정적 단초가 됐다. 예측할 수 없는 극 전개와 캐릭터 변화를 단시간 내에 연기로 소화해야 해서 힘들었지만, 정은우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홍우진이 죽는 신을 찍으면서 감독님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살아났어요. 28회나 29회 쯤에 살아날 줄 알았는데 24회에 홍우진이 다시 등장했으니까요. 또 제가 나올 타이밍에 맞춰 작가님이 대본을 더 박진감 있게 써주셔서 더 재미있게 그려졌어요. 그래서 그 때 시청률도 많이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극중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캐릭터를 맡은 연기자로서, 한편으론 드라마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어요.”

▲ 고마운 '엄마' 전미선과 '동생' 진세연

바쁘게 돌아가던 '다섯손가락' 촬영장에서 배우들의 동료애는 빛났다. 정은우는 물론 채시라, 전노민, 차화연, 전미선, 주지훈, 지창욱, 진세연 등 나이를 불문한 모든 출연진이 자신의 연기에 최선을 다했다. 급박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몫을 소화하려 했고, 서로가 조언해주는 훈훈함 속에서 웃음 넘치는 촬영장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배님들이나 동료들이나 다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소화하려 노력했어요. 같이 연구하고 서로 조언을 구하며, 현장 분위기는 정말 좋았죠. 저한텐 어머니로 출연한 전미선 선배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지금 너한테 주어진 대본에 충실하면 감독님이 알아서 잘 조각을 맞춰줄 거다. 전체적인걸 보려 미리 앞서 고민하지 말고, 지금 네 연기를 잘 해내는 것에만 신경써라'는 선배님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죠.”

정은우는 자신보다 여덟 살이나 어린 진세연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웠다. 두 사람은 드라마 속 다정한 홍우진-다미 남매처럼 실제로도 연기 선후배로 친하게 지내며 드라마 촬영에 임했다.

“(진)세연이는 제가 '태양의 신부'를 찍을 때 옆의 세트에서 '내딸 꽃님이'를 찍어 오다가다 보던 사이였어요. 그렇게 어린 친구인지는 몰랐죠. 근데 '내딸 꽃님이'에 이어 '각시탈', 이번 '다섯손가락'까지 세 작품 연속으로 여주인공을 하며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연기를 펼쳐 깜짝 놀랐어요. 어린 나이가 감당하기엔 힘든 촬영 환경인데도, 세연이는 엄청 잘 웃어요. 보면 항상 웃고 있어요. 그래서 '넌 얼굴에 쥐도 안나니'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어릴 때부터 잘 웃는다'고 대답하며 또 웃더라고요.”

정은우

▲ 농구밖에 몰랐던 소년, 연기자가 되다

정은우는 중고등학교 시절 농구선수로 활약했다. 현재 키가 184cm라는 그는 중2 때 키가 지금까지 유지된 것이라 한다. 보통 남자들 사이에선 큰 키지만, 농구선수로선 작은 키였던 그는 부상도 많고 미래가 불확실한 농구선수의 길을 더 늦기 전에 포기했다. 그리고 연기로 전향했다.

“중고등학교 때 농구선수를 했고 포지션은 파워포워드였어요. 근데 키가 중2 때 이후로 안자라더라고요. 그래서 키에 콤플렉스가 있었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운동선수의 생명이 짧다는 것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고2 때 운동을 그만두고 제가 좋아하는 게 뭔가 고민했어요. 뒤늦게 연기에 재능을 발견하고 본격적으로 연영과 입시를 준비했죠. 2개월 정도 준비했는데 연영과 수시에 합격했어요. 오래 준비하고도 떨어지는 분들에 비해선 운이 좋은 편이었죠.”

연영과에 가더라도 취업을 위해 또 다른 길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정은우는 동대문에서 삼촌의 장사를 도왔다. 20대에 갓 접어든 정은우는 미래를 계획하고 차근히 준비할 줄 아는 건실한 생각을 가진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2006년 드라마 '반올림3'을 통해 정식 연기자로 데뷔했다.

“삼촌 밑에서 장사를 배우던 중에 '반올림3' 쪽에서 오디션을 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받았어요. 연기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신인들을 통해 새로운 얼굴을 찾던 중이었나봐요. 동대문에서 일하던 복장으로 가서 오디션을 봤는데, 1000명 가까운 지원자들 중에서 합격해 '반올림3'에 출연했어요. 운 좋게 오디션에 합격한게 이쪽 일을 시작하는 시발점이 됐죠.”

▲ “내 또래에 맞는 청춘 연기 하고파”

'반올림3' 이후 정은우는 '불꽃놀이', '히트', '추노',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웃어라 동해야', '태양의 신부', 그리고 이번 '다섯손가락'까지 꾸준히 연기 경력을 쌓았다. 특히 첫 남자주인공을 맡았던 '태양의 신부'를 시작으로 '배우 정은우'의 인지도와 입지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

“첫 주연작이었던 '태양의 신부'에서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다섯손가락'의 홍우진도 복수에 선 굵은 캐릭터였어요. '태양의 신부'의 연장선으로 복수의 캐릭터를 조금 다르게 표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흔쾌히 홍우진을 연기하겠다고 했죠. 지금 그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지금껏 정은우가 주로 맡았던 배역들이 남자다운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역할들이다보니, 그에 대한 이미지는 센 편이다. 알고보면 천진난만한 20대 중반인 정은우. 그는 지금 나이가 아니면 선보일 수 없는 연기로 변신을 꿈꾼다.

“원래 제 캐릭터가 허당, 말광량이, 천진난만 뭐 그런 거에요. 그동안 해왔던 역할들이 저와 반대인 눈에 힘주는 게 많아 그런 이미지로 관계자들한테 각인된 거 같아요. 초반엔 신인이다보니 그런 조연 캐릭터를 많이 맡으며 남들보다 손쉽게 연기해 왔어요. 이젠 그걸 깰 수 있는 전환점이 된 거 같아요. 욕심을 조금 낸다면, 지금 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서른 넘어서 20대의 풋풋한 로맨스를 할 수는 없잖아요. 제 또래에 맞는 젊은 층의 로맨스, 그런 청춘 드라마를 개인적으로 찍어보고 싶어요.”

[사진제공=블루드래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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