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6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화연'의 욕망에 투영된 '조여정'의 욕망(인터뷰②)

작성 2012.06.18 10:38 조회 3,948
영화 '후궁' 배우

[SBS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후궁 : 제왕의 첩'의 '화연'(조여정 분)은 뜻하지 않게 권력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비련의 여인이다.

왕의 뒤에 서서 궁 안에서 벌어지는 권력 싸움을 관망하던 '화연'은 왕의 죽음과 함께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비록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선택한 운명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한 아들을 위해 복수에 미친 옛 연인과 사랑에 미친 성원대군을 이용한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욕망에 덫에 빠진 '화연'을 조여정은 뜨겁게 연기해냈다. 영화 안에서 오롯이 화연 그 자체여야만 했던 조여정은 자연스레 인물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했다. 배우가 되고자 하는, 배우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본인의 욕망을 말이다.

조여정은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화연'이라는 이름의 가면을 썼다. 배우로서 자신의 모든 역량을 캐릭터에 쏟아 부은 조여정은 결국엔 '욕망의 화신'이 돼 차가운 궁을 뜨겁게 달궜다.

영화 '후궁' 배우

Q. '화연'이라는 여자는 참 무섭다. 무엇보다 속을 알 수 없었다. 인물이 속마음을 확실히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연기할 때도 모호하고 어려웠을 것 같다.

A. 마지막 정사신이 특히 그랬다. 감독님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인물의 감정을 관객에게 들키면 안 된다. 화연이 성원대군과의 정사를 위해 방문을 열고 들어갈때까지 화연이 어떤 마음인지 관객이 몰랐으면 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내가 "감독님 너무 어려워요"라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Q. 실제로 마지막 정사 신에서 '화연'의 심리가 뭔가 명확하게 다가오진 않았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마음인 건 알겠는데, 성원대군에 대한 연민의 마음도 보이고...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했나?

A. '화연'은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은 인물이다. 그나마 드러냈던 신은 아버지의 죽음을 알고 오열하는 신 정도였다. 마지막 정사신은 연기한 나로서도 명확히는 모르겠다. 단 그 장면에서는 성원도 미친 게 아니고, 화연도 미친 게 아닌 건 분명하다. 그 정사신은 방 세 개를 넘나들면서 치르는 정사인데 한방, 한방 넘어설 때마다 다른 심리를 보여줘야 했다.

Q. 좀 더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어떤 심리인가? 또 복합적인 감정을 어떻게 하나의 정사 신에 녹여 연기했나?

A. 화연은 성원을 죽이고자 그 방에 들어섰지만 옷을 벗기면서 성원의 화상 자국을 처음으로 본다. 그때 너무나 미안한 마음으로 안아주고 눈물짓는다. 모성애와 같은 마음이었달까. 죽이려고 했지만, 성원의 상처를 보는 순간 복잡한 마음에 휩싸인다. 안그래도 형의 여자를 사랑한, 또 어머니의 권력 아래 눌린 이 사람의 인생이 안타까워 죽겠는데, 몸의 상처까지 보고도 죽여야 하는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 화연은 넋이 나간 상태였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내 둘 중 하나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어차피 둘 다 산다고 해도 주변의 환경들, 신하들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화연은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을 막고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화연은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 사랑하는 권유가 죽고, 아버지도 죽었는데 그들을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다.

Q. 김대승 감독님은 꼼꼼하고 섬세하면서도 배우들에게 연기의 디테일한 면을 일러주시지 않으셨다. 그런 모호함이 배우로서는 캐릭터를 잡아가는데 큰 어려움이었을 것 같다.

A. 맞다. 감독님은 배우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배우로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님이랑 작품을 하고 싶었다. 김대승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보고 싶었다. 나 자신을 원 없이 괴롭히고 싶었달까. 그래서 나는 행운이었다.

영화 '후궁' 배우

Q. '후궁'에서의 조여정의 연기가 '방자전'의 조여정보다는 성숙하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A. 물론이다. 캐릭터 자체가 다르고, 보여줘야 하는 것들도 달랐다. 관객들이 '후궁'을 보고 요만큼이라도 조여정이 발전했구나 느끼셨다면 나한테 된 것이다. 촬영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론 너무나 만족했다. 배우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했다. "뭐가 최고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정이 너무 좋으니까 이걸로 된 것이다"라고.

Q. 연예계에 데뷔한 지 15년이 됐다. 하지만 대중들이 조여정이란 배우에 주목한 것은 '방자전'(2010)부터다. 소위 말해 영화 한편으로 떴다. 본인이 느끼기에 '방자전' 이후가 그 이전보다 훨씬 행복해졌는가?

A. 당연히 그렇다. 10년 동안 연예계에 몸담아 왔지만, 20대엔 배우 조여정에 대해서 이야기할 작품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결과물(대표작)이 있지 않은가.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Q. 화연이라는 인물과 조여정이라는 인물이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A. 나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을 참 좋아한다. 서서히 노력하다보면 그것들이 어느 순간 그게 무시 받지 못할 만큼 가치 있게 되는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사실 화연도 처음에는 겉으로 무슨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다가 마지막에 자신을 폭발시킨다. 나 역시 배우로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후궁'이라는 작품을 통해 어떤 평가를 받고 싶나. 조여정이 관객들로부터 받기 원하는 최고의 찬사는 무엇일까?

A. 어떤 기사를 봤는데 “조여정이라는 사람이 배우로서 멋지네”라는 요지의 글이었다. 그 기자 분은 쉽게 얘기하신 건 같았는데, 그 짧은 글이 나에게는 엄청난 파장이 오더라. 댓글은 잘 확인하진 않지만 트위터는 종종하는데 “조여정, ㅎㄷㄷ(후덜덜의 자음)”이라는 글을 봤다. 그 '후덜덜'이라는 말이 내 몸을 보고 그랬겠나 아니다. 이게 그 사람의 단순한 언어표현이지만, '날 알아줬구나' 하면서 감동하게 된다.

'후궁'이라는 작품을 해냈다는 것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 '화연'으로 산 지난 4개월은 멋진 경험이었다. 관객의 평가는, 어떤 것도 달게 받겠다.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앞으로도 난 계속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해나갈 것이다. 그게 배우 조여정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후궁' 배우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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